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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말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을 보는 법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책 읽는 속도가 좀 빨라지긴 했다.
책이 재미있으면 속도는 더 빨라진다. 아니, 속도가 빨라진다기보다는 재미있으니 손에서 놓지 않고 말 그대로 하루종일 달린다. 이 책도 그렇게
해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의 재미에 대해서는 미리 '상상하지말라'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으니까. 왜냐하면 우리의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새로운 면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읽다가 옆에 있는 아이들과 남편에게
재미있는 부분을 읽어주기도 했다. 데이터는 어쩌면 이리도 우리의 삶을 자세히 알고 있지? 역시 빅데이터는 무서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빅데이터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한지도 수 년이 지났다. 이 책에서도 계속 강조한다. 빅데이터가 아니어도
된다. 관찰을 해라라고 말이다. 그리고 데이터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진짜 가치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간의 인과 관계와 인문학적
통찰이다.
"나는 오히려 상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함께 모여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는' 본래 의미로서의 상식을 계속 현재 시제로 유지하려면, 상상하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사실 이 말은 이론적으로도 증명이
가능하다. 빅데이터 같은 다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을 알아 낼 수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다지 많지 않은 데이터에서도 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통계에서 말하는 표본추출이다. 표본을 추출해서 분석하면 의외로 적중율이 높다는 사실은 관련 일을 해 본 사람이면
안다. 물론 표본이 너무 치우쳐있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기존의 데이터 마이닝과 저자가 하는 일은
큰 차이가 있는데 바로 일반적인 데이터마이닝은 상관관계를 볼 뿐 인과관계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마케팅에 잘 활용하려면 인과관계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인데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트위터나 블로그에 남긴다. 나만해도 관심사를 열심히 블로그에 포스팅한다.
이러한 수천만건 이상의 글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 데이터 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면 무언가 유용한 정보다 도출되는 것이다. 말만 쉽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데이터를 추출하는
정도야 누구나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추출된 데이터에세 통찰을 발휘, 가치있는 정보를 얻는 일이다. 딱 하나 이 책의 내용에
딴지를 하나 걸자면 이 부분이다. "데이터와 통계는 이미 우리에게 서울 강남구 출신의 서울대생이 강북구 출신의 21배에 이른다는 냉정한 현실을
말해준다." 이 정보를 본 사람들의 생각은 사실 이렇다. "역시 돈이 있어야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 생각이 틀린 것일 수 도 있다.
얼마전에 읽은 <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에도 나오지만 강남구 출신 서울대 생이 많은 이유는 '돈이 있는 집 자식이
서울대 간다(돈 있는 부모가 자식을 서울대 보낸다)'라는 단순한 이야기로 결론지어서는 안된다. 일단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강남에 모인다.
일명 정시형 인재도 여기에 속하겠다. 이들이 모두 집이 잘 사는 것도 아니다. 집이 강남이어서 서울대를 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갈 만한
인재들이 강남에 모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또한 인과관계이고 통찰일 것이다.
재미있고 유용한 이야기가 책 가득이어서
어떤 부분을 언급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인상적인 부분만 이야기하자면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죽도록 돈을 써봐야 사람들의 인지점유율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도 있다. 브랜드보다는 우리 제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MBA출신의 똑똑한 전략
컨설턴트들이 헤매는 이유도 제품이나 브랜드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라는 충고를 명심해야겠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에 따라 우리의 욕망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꾸준히 파악해야 한다."
사람들이 꾸준히 관심있어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취업'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업을 정할 때의 조건 세가지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유용한가, 내가 잘할 수 있는가, 남이 할 수 없는 일인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우리는 기계, 자동화,
인공지능에 많은 일자리를 빼앗겼다. 한 마디로 우리 모두 장인이나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맛있는가? 우리 동네에
있던 기존 동네 빵집은 다 사라지고 지금은 빅2 프랜차이즈 업체로 재편되어있다. 하지만 솔직히 브랜드 빵, 맛 없다. 비싸기만하고. 나 같은
사람이 많은가보다. 유명 프랜차이즈보다 개성있고 맛있는 로컬 빵집이 인기라고 한다. 이런 흐름을 미리 알아차리는 것도 사실 빅데이터가 아니라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본인이 변화에 민감하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사실에서 역으로 이런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이제는 표준화할 수 없는 것들이 뜰
것이다. 빵을 구워서 그것 하나만으로 일가를 이루면 먹고 살 수 있다. 단, 분점 욕심은 내기 말 것. 분점을 내는 순간 경험이 표준화되기
때문에 희소성이 떨어진다. 압구정동이나 신사동에서 대성공을 거둔 몇몇 맛집들이 백화점에 분점을 내기도 하는데, 내가 볼 때 좋은 전략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데이터 분석가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다. 빅데이터 붐도 어느 순간 사그라들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온갖 것을 다 보는데, 그중에서 지금까지는 데이터가 가장 풍부하고 유용한 수단이기에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한가지. '감' 이다. 어떤 책에서도 말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무엇을 보든지 '척 보면 알아야 한다' 라고 말이다. 이를
'전문성'이라 쓰고 '감'이라고 읽는 능력이라고 하던가. 전문성 혹은 통찰력이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수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감'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통찰도 중요한 능력이다. 오직 사람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다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데이터를 보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다.
"잊지 마시라. 지금 좋은 직장이 결코
좋은 직장이 아니다.... 돈 버는 감각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좋은 직장일수록 나를 무장해제한다. 지금 당장 편한 직장은 길게 보았을 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상상하지말라는 말, 정말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