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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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인권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가끔 언론에서 다루니 문제성을 인식하기도 했지만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매일 나와 같이 밥 먹고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인권'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자식한테 무슨 그런 잣대를 들이대냐고 생각하기때문이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아이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니가 뭘 알아!'", "하라면 하지 말이 많네!" 아동 학대까지는 안가도 비슷한 수준의 언어 폭력은 평범한 가정에서 흔히 일어난다. 사회가 개인화 되고 이웃과의 교류도 예전만 못하면서 이러한 가정내의 부모에 의한 아이의 인권 유린은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이 생길것이다. 가끔 아이 학교의 문제 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안타깝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지금 사회가 이런 사회다.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도 그리 썩 잘하고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개성말살에는 학교가 으뜸인 듯 하다. 또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 대해 학교가 얼마나 그 아이들의 개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주변을 보고 판단해보면 결국은 개인의 문제, 그 가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회, 학교, 이웃은 방관자적인 입장이 되고 있다.

영화 <오아시스>에 나타난 장애인 인권문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봤다면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를 정도로 놀라웠다. 감독과 배우조차 놓쳤으니 평범한 관객은 모를 수 밖에. 이런 일이 일상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한국 사회는 너무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모르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유난히 심하다. 동네나 거리에서 다운증후군 아이를 본 적이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말 우리나라에 많지 않아서? 아니라고 본다. 일본에서 부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운증후군 아이를 데리고 쇼핑다니는 모습을 많이보았다. 부모도 아이도 표정이 무척 밝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람들이, 아이들이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 아니,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장애인 시설은 발붙일곳이 없다는 기사는 단골기사가 되어 "또?"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런 소리한다 할지 모른다. 인간은 얼마나 더 이기적일 수 있을까.

한국 드라마에는 정말 따귀 때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따귀가 아니더라도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인기있는 드라마들은 전부 "쎈" 장면을 선호한다. 사람들은 그런 장면을 보면서 왜 좋아할까.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일까? 드라마에서의 그런 장면들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보기때문이다. 도대체 왜 아이들과 같이 막장드라마를 보는지 알 수가 없다. 이거야말로 '티없이 해맑고 건전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에 대한 인권유린이다. 부모들이여 각성하라.

인권이라는 말자체는 무겁고 딱딱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 드라마,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도 인권은 숨쉬고 있다. 인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책이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거야." 이것이 인권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18 지랄 총량의 법칙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p. 23 아무리 돈 많고 성공했어도 딸에게 "니 인생 자체가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아버지가 아닙니다.

p. 25 사람은 영혼을 가진 묘한 존재여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달되는 메씨지가 있습니다.

p.32 부모들이 자기 아이만 잘되기를 바라는 이기심과 이중적 태도부터 버려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교육 개혁 시도도 늘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p.46 자연스럽게 분출하게 놓아두면 1~2년 안에 지나갈 수 있는 것을 억지로 누르니까 사춘기가 30~40년 동안 계속되는 것입니다.

p.60 동성애자의 섹슈얼리티가 결정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결국 섹스를 통해서입니다. 동성애의 핵심인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때 이성애자들은 '다름'의 본질을 직면하고 불편을 느낍니다.

p.70동성애자를 차별하려면 우선 어떤 사랑이 다른 사랑보다 우월하고 가치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런 차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증명도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p.79 제 주변에도 커밍아웃을 놓고 고민하는 게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 중에는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고통스런 세월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눈을 뜬 사람들이 많습니다.

p.79 누군가 저에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기회를 준다면, 먼저 최근 10년간 한국 드라마에서 따귀 때리는 장면만 모두 모아서 보여준 뒤 그 문제점을 지적해보고 싶습니다.

p.101 제가 살아오면서 보거나 당한 폭력의 느낌을 이렇게 정확하게 전달한 영화는 <똥파리>가 처음이었습니다.

p.107 박민규의 말처럼 "단언컨대, 인류는 단 한번도 못생긴 여자를 사항해주지 않았습니다."

p.131 효과적으로 다듬어진 시각적 무기가 인종주의를 북돋우며 여성과 장애인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는 점이 거슬릴 수 있는 영화 - 영화 <300>

p. 140 홈즈에게 오점을 남긴 이 판결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성인 사람이 열성인 사람을 지배하고 조종하고 불임시술하고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는 이상한 믿음은, 히틀러 같은 한두 미치광이의 마음속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어지던 시대의 조류였습니다.

p.161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한계를 느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장애인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입니다.

p.192 집에서 가사노동을 전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투쟁은 '외박' 일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외박'은 즐겁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에 대한 부담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p.194 누가 억지로 시켜서 그리된 게 아니라 공부가 좋아서 선택한 길입니다. 교수들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원하는 글을 쓰면 그걸로 월급을 받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명예와 존경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왜 자기들이 철도공사 직원보다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p.210 20면 안팎의 짦은 소설을 통해, 작가 이청준은 지나치게 빠른 용서, 너무 쉬운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졌습니다.

p.332 그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다시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수만명이 폭격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제노싸이드로 부르려면 최소한 100만명쯤은 죽어야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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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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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으로산다는 것은 어떤것일까. 평론가이자 영문학 교수인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는 이 책은 '나의 경험과 소망의 결정판' 이라고 서문에서 밝혔다. 앞서간 지식인의 수십년간의 노하우를 단 몇 시간의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독서다.

중학교 은사가 단지 자신의 지적생활을 위해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지적인 삶에 대한 뜨거운 충동을 느낀다.

영문학 교수였지만 본인의 영어 실력에 만족을 못해 30대 후반에 두 번째 유학길에 오른다. 목표였던 영문 현대 소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기를 달성했을 때의 심정을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라고 표현한다. 외국 소설은 사고와 가치관이 다른 세상을 만나는듯 하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런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추천하는 독서법으로는 반복읽기를 권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복 독서를 통해 감각을 연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정독할 책은 반드시 직접 사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지적생활자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책을 두는 장소를 확보하는 일이다. 서재는 지적생산의 원천임으로 지적 생활을 추구하려면 서재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책이나 글을 쓰려면 수많은 참고문헌이 필요하다. 요즘 한국 부모들도 아이 공부방이 자신의 서재보다 우선이다. 저자는 부모의 서재가 먼저라고 일갈한다.

비전문가일지라도 책을 모으고 연구하다 보면 전문가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지식을 겸비할 수 있고 책까지 쓸 수 있으며 저자도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10년 이상 관련 문헌을 축적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소유한 장서만큼 자료가 수집되었을 때 집필에 착수해도 늦지 않는다는 느긋한 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이 1976년에 출간되었으니 모든 것이 빨라지고 자료를 얻기 쉬워진 요즘 사정을 감 안하면 3~5년 정도면 자료 수집에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돤다. 물론 분야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글쓰기 비법이나 시간관리 방법등이 이 책에도 똑같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교훈이 있다고 느낀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거나 기계적인 글쓰기가 걸작을 낳는다는 내용이 그러하다.

저자가 존경하는 칸트가 아침형 인간이라 따라하려 했으나 저자는 저녁형 인간이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대가들의 퇴행현상'도 처음 접하는 말인데 지적생산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많으면 이러한 퇴행현상에서 위로와 활력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가벼운 책을 읽거나 리프레쉬 하는 개념인 듯 하다.

'지적생활을 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는 중병을 제외하고는 가족' 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 가족에게 빼앗기는 시간이 많지만 가족도 없이 외롭다면 어떤 부귀영화인들 즐거울까 싶다.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아 키워야 한다면 지적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라는 대목에서는 내 이야기 같아 비애가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젠가 크고, 어쨌거나 너무나도 예쁘다. 저자는 가족의 존재가 지적 생활에 상당히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아직도 글로 먹고 살기는 힘든 시절이다. 저자는 유명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 이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했기 때문에 위대한 저술을 남기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한번도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게 생각된다. 지적생활을 위해서는 경제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에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솔직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최고 지성에게 배우는 지적생활에의 가이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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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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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은 참 많다. 또 다양하게 분류가 가능하다. 문장력을 기르자가 테마인 책도 있고 글써서 출판하기가 컨셉인  책도 있다. 읽고나면 도움도 되고 당장이라도 명문이 술술 써지고 갑자기 책을 한 권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책들이 기법이니 방법이니 이야기 할 때 여기서는 조금 다른 주문을 한다. 좋은 사람이 되라고, 사물을 사랑하라고, 이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한다. 그러면 글이 훌륭해진단다.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이 말은 그냥 흘려들을 조언이 아니다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는 아픔을 발효시키고 지혜를 숙성시킨다는 작가의 말을 나 스스로 증명하는 듯 해 뿌듯하기까지 하다. "글은 쓰는 자의 인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단어채집은 쉽지 않다. 분명 열심히 하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걸 어떻게 해 하다가 뒤로 갈수록 적혀 있는 내용을 따라하기만 해도 글쓰기에 발전이 있을 것 같은 묘한 기대감이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그래, 단어채집도 해보고 사물을 잘 관찰하는 습관도 기르는 거다. 그런데 결심하면 제발 열심히 하자.

가식, 욕심, 허영도 없어야 한다. 글쓰기가 도 닦기일까? 거의 유사하다. 글쓰기는 인내이고 노력이다. 글에 대한 애정도 가져야 한다. 사물에 대한 애정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가장 강조된 내용이니까.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3부 창작의 장에 나오는 작가의 소설들은 일부분이지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어지는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역시 글쓰기 내공은 이런 것이구나.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끝까지 읽어주기만 해도 감사하는 처지에서 이런 글을 보면 놀랍고 부럽다.

평범한 사람이, 글쓰기에는 문외한이던 사람이 글쓰기로 공중부양을 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그래도 이런 좋은 책이 있어서 노력의 시간이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끊임없는 노력이며 마음가짐이라는 진리를 한번 더 확인했다. 그래서 행복하다. "진리는 영원불변하는 것이며 우주 어디에 적용시켜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그러나 현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시공에 따라 다른 현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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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새끼입니다 -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 정철의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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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정말 멋지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고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카피 한 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카피라이터가 자본주의의 찬미가만 부르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일본은 미국을 쌀 미 미국(米國)이라 부르지만, 우리에게 미국은 아름다울 미 미국(美國)입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 고약한 짓을 일삼는 미국에게 아무래도 아름다울 미는 과분해 보입니다. 아닐 미(未)를 붙여주는 건 어떨까요?" 

일본에서 공부할 때 수업시간에 일본인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일본은 쌀 미 미국인데 우리는 아름다울 미 미국이라니. 한국 학생들은 다들 처음 그 사실을 인식하고 어이없어했다. 과연 미국은 그리 아름다운지. 일본에서는 이 사실이 거의 상식인 듯하다. 일본에서 출간된 <일본인과 한국인 나루호도 사전>이라는 책에도 자세히 적혀있다. 일본은 미국에서 쌀이 많이 나니 쌀 미 미국으로 했지만, 한국은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아름다울 미를 썼다고 적혀있다. 우리는 당당하게 이 말이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새벽의 한 시간은 한낮의 서너 시간과 맞먹는 능률을 보장한다는 것을 내가 보장하지. 너도 제발 새벽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해봐."

나도 아침형 인간이지만 이건 절대 누구에게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사람마다 생체리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생활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먼저 해보겠다면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정도가 좋다.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의 수와 서점의 수는 당신이 정합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항상 일하는 장소가 바뀐다. 내가 가장 일하고 싶은 지역은 광화문이다. 왜냐하면 집에서 가깝고 대형서점이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서점에 가고 싶어도 작은 동네 서점은 구경하기도 어렵고 대형 서점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인터넷으로 책을 많이 산다고는 해도 한국에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서점이 없다. 동네 서점은 거의 다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동네 빵집이 드디어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는 예상대로 커피 전문점이 생겼다. 2012년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 마음에 드는 구절

 

p.28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의 아들만 군대를 갑니다. 돈도 없고 빽도 없으니 총이라도 한 자루 들고 세상 살아갈 자신감을 키우라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들이 눈물 나는 배려입니다.

p.36 새우에게 - 깡이라도 좀 있는 놈들은 새우깡으로 스카우트 된다지만 대부분 고래밥이 되고 말겠지.

p.48 당신이 전세 걱정을 할 때 높으신 분들은 전세계를 걱정하십니다.

p.59 우리나라에 수입된 지 60년 된 미국산 소파, 미군들은 우리 땅 어디에나 발라당 드러누워도 된다고 되어 있는 거실 밖 소파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p.157 뉴스는 사실이나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이를 가려내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를 야단치는 사람이 많을수록 뉴스는 정직해집니다.

p.165 악플은 누군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입니다. 한번 박은 매못은 쉽게 빼낼 수도 없지만, 빼낸가 해도 평생 가슴에 큰 구멍으로 남습니다. 어쩌면 한 사람을 가장 오랫동안 고통을 주며 죽이는 가장 잔인한 살해방법인지도 모릅니다.

p.176 일본은 미국을 쌀 미 미국(米國)이라 부르지만, 우리에게 미국은 아름다을 미 미국(美國)입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 고약한 짓을 일삼는 미국에게 아무래도 아름다울 미는 과분해 보입니다. 아닐 미(未)를 붙여주는 건 어떨까요?

p.194 때로는 보호 대신 방치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무관심이 생명력과 저항력을 스스로 키우는 일을 도울수도 있습니다. 자녀사랑에는 껴안지 않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P.203 새벽의 한 시간은 한낮의 서너 시간과 맞먹는 능률을 보장한다는 것을 내가 보장하지. 너도 제발 새벽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해봐.

P.205 오빠생각, 퐁당퐁당, 아침바람, 가위바위보, 쎄쎄쎄, 고무줄놀이 우리 것이라 믿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그 섬나라의 전래동요와 전래놀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P.211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의 수와 서점의 수는 당신이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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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양장) - 심훈 교수의 신일본견문록
심훈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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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생활하고 여행하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일본의 환경이 우리와 많이 다르고 이런 점이 어떻게든 일본인의 정신적 근원을 이루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서 마치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풀리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다. 저자는 '생존투쟁'에서 일본 문화의 독특성을 논하고자 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고 이러한 생각을 다양한 예시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제목이 주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느낌으로 사두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읽게되었다. 제목만 좀 더 좋았다면 인기가 더 있을 듯 하다. 내용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김정운 교수도 1년 안식년을 일본에서 보내면서 <일본 열광>을 썼고 심훈 교수도 안식년을 일본에서 보내면서 이 책을 냈다. 정말 놀라운 것은 1년의 체류로 이렇게 알찬 내용의 책을 낼 수 있는 능력이다. 한 나라의 문화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지만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하고 기존의 논리와 결합하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놀라운 통찰과 지식의 깊음이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들에 대해 더 자세하게 다시 알게 된 것이 많다.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라면 이 책은 그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것이다.

 일본인들이 온천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의 일본어 선생님이 "열도에 살면서 스트레스가 많은 일본인은 바로 그런 순간, 최고의 행복을 느낀답니다" 라고 말하는 대목은 정말 공감이 간다. 일본은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 환경도 스트레스지만 사회 생활 자체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는 구조다. 온천이나 저녁에 욕조에 몸을 담그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이들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유전대학 무전가업'도 흥미있는 내용이었다. 돈이 있으면 대학도 쉽게 가는 일본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일본에 살면서 이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서 일본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이 "좋은 집안은 나라가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돈도 있어야 하지만 집안도 좋은 사람들이 주로 이러한 유치원에 입학하면 대학까지 그냥가는 시스템을 선호하는 듯 하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사교육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아는 사람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는데 책에 의하면 사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그렇다는 것이다. 높은 물가의 일본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본에 대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눈여겨 봐야 할 내용이 꽤 많다. 장의 도입부마다 시선을 끄는 내용을 넣어서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각종 자료와 통계를 적절히 잘 이용해 이해를 돕고 납득이 가게 해 준다. 알고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교수님이셨다. 이 분의 글쓰기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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