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양장) - 심훈 교수의 신일본견문록
심훈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에서 생활하고 여행하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일본의 환경이 우리와 많이 다르고 이런 점이 어떻게든 일본인의 정신적 근원을 이루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서 마치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풀리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다. 저자는 '생존투쟁'에서 일본 문화의 독특성을 논하고자 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고 이러한 생각을 다양한 예시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제목이 주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느낌으로 사두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읽게되었다. 제목만 좀 더 좋았다면 인기가 더 있을 듯 하다. 내용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김정운 교수도 1년 안식년을 일본에서 보내면서 <일본 열광>을 썼고 심훈 교수도 안식년을 일본에서 보내면서 이 책을 냈다. 정말 놀라운 것은 1년의 체류로 이렇게 알찬 내용의 책을 낼 수 있는 능력이다. 한 나라의 문화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지만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하고 기존의 논리와 결합하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놀라운 통찰과 지식의 깊음이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들에 대해 더 자세하게 다시 알게 된 것이 많다.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라면 이 책은 그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것이다.

 일본인들이 온천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의 일본어 선생님이 "열도에 살면서 스트레스가 많은 일본인은 바로 그런 순간, 최고의 행복을 느낀답니다" 라고 말하는 대목은 정말 공감이 간다. 일본은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 환경도 스트레스지만 사회 생활 자체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는 구조다. 온천이나 저녁에 욕조에 몸을 담그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이들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유전대학 무전가업'도 흥미있는 내용이었다. 돈이 있으면 대학도 쉽게 가는 일본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일본에 살면서 이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서 일본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이 "좋은 집안은 나라가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돈도 있어야 하지만 집안도 좋은 사람들이 주로 이러한 유치원에 입학하면 대학까지 그냥가는 시스템을 선호하는 듯 하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사교육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아는 사람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는데 책에 의하면 사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그렇다는 것이다. 높은 물가의 일본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본에 대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눈여겨 봐야 할 내용이 꽤 많다. 장의 도입부마다 시선을 끄는 내용을 넣어서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각종 자료와 통계를 적절히 잘 이용해 이해를 돕고 납득이 가게 해 준다. 알고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교수님이셨다. 이 분의 글쓰기 책도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