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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지적으로산다는 것은 어떤것일까. 평론가이자 영문학 교수인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는 이 책은 '나의 경험과 소망의 결정판' 이라고 서문에서 밝혔다. 앞서간 지식인의 수십년간의 노하우를 단 몇 시간의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독서다.
중학교 은사가 단지 자신의 지적생활을 위해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지적인 삶에 대한 뜨거운 충동을 느낀다.
영문학 교수였지만 본인의 영어 실력에 만족을 못해 30대 후반에 두 번째 유학길에 오른다. 목표였던 영문 현대 소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기를 달성했을 때의 심정을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라고 표현한다. 외국 소설은 사고와 가치관이 다른 세상을 만나는듯 하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런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추천하는 독서법으로는 반복읽기를 권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복 독서를 통해 감각을 연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정독할 책은 반드시 직접 사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지적생활자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책을 두는 장소를 확보하는 일이다. 서재는 지적생산의 원천임으로 지적 생활을 추구하려면 서재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책이나 글을 쓰려면 수많은 참고문헌이 필요하다. 요즘 한국 부모들도 아이 공부방이 자신의 서재보다 우선이다. 저자는 부모의 서재가 먼저라고 일갈한다.
비전문가일지라도 책을 모으고 연구하다 보면 전문가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지식을 겸비할 수 있고 책까지 쓸 수 있으며 저자도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10년 이상 관련 문헌을 축적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소유한 장서만큼 자료가 수집되었을 때 집필에 착수해도 늦지 않는다는 느긋한 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이 1976년에 출간되었으니 모든 것이 빨라지고 자료를 얻기 쉬워진 요즘 사정을 감 안하면 3~5년 정도면 자료 수집에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돤다. 물론 분야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글쓰기 비법이나 시간관리 방법등이 이 책에도 똑같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교훈이 있다고 느낀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거나 기계적인 글쓰기가 걸작을 낳는다는 내용이 그러하다.
저자가 존경하는 칸트가 아침형 인간이라 따라하려 했으나 저자는 저녁형 인간이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대가들의 퇴행현상'도 처음 접하는 말인데 지적생산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많으면 이러한 퇴행현상에서 위로와 활력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가벼운 책을 읽거나 리프레쉬 하는 개념인 듯 하다.
'지적생활을 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는 중병을 제외하고는 가족' 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 가족에게 빼앗기는 시간이 많지만 가족도 없이 외롭다면 어떤 부귀영화인들 즐거울까 싶다.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아 키워야 한다면 지적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라는 대목에서는 내 이야기 같아 비애가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젠가 크고, 어쨌거나 너무나도 예쁘다. 저자는 가족의 존재가 지적 생활에 상당히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아직도 글로 먹고 살기는 힘든 시절이다. 저자는 유명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 이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했기 때문에 위대한 저술을 남기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한번도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게 생각된다. 지적생활을 위해서는 경제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에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솔직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최고 지성에게 배우는 지적생활에의 가이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