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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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남과 다르다는 것을 즐길 줄 아이이다. 그는 그것이 즐겁다. 남과 다르면 불안해 하고 남과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게다가 그는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의 패션에는 철학이 담겨있다. 하다못해 잠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 것도 말이다.

물론 집단 생활을 하는 학교에서는 소피의 옷차림이 달가울리 없다. 선생님은 수 차례 소피의 부모에게 경고성 메세지를 보낸다. 그러나 소피의 부모는 역시 소피의 부모 답다. 소피의 개성을 인정해주고 오히려 교사를 설득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소피의 튀는 패션이 마음 편할리는 없었지만 딸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부모의 자세는 정말 본받을 만해 보였다. 획일적인 사고와 획일적인 행동에 익숙해져 있으면서 또 때로는 강요받고 있으면서도 개성을 추구하려는 이율배반적 삶을 사는 우리에게 소피와 소피의 부모는 좋은 본이 될 것 같다.

소피가 결코 유행을 좇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마지막 부분에서 아주 통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피의 유별난 행동이 기사화되고 유명해지자 그동안 소피를 비난하던 모든 사람들이 소피의 패션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피는 아주 평범한 옷을 입고 학교에 간다는 것이다. 남과 내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을 인정해주고 존중해 줄 수 있을 때 우리의 아이들은 맘껏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참된 자신, 세상에서 하나 뿐인 특별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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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도깨비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1
이상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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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우째 이리 좋은 책을 모르고 있었노' 한탄이 나왔다. 이상의 유일한 동화책이라는 것도 그리고 한병호님이 그림을 그렸다는 것도 관심이 갈 만한 것이었지만 구성도 깔끔하고 일러스트레이션도 그야말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리 그림책이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면 느끼는 것이 (비록 책읽어 주는 어미만 느끼는 것이겠지만) 우리의 정서와 맞는 좀더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우리 그림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수준 높은 서양의 그림책에 익숙해져있는 상황에서 그에 견줄 만한 우리 나라 그림책을 발견하는 일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쩌다가 그런 그림책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책을 처음 보았을 때도 그랬다.

그 내용 또한 교훈적이면서도 작위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 불쌍한 아기 도깨비 산오뚝이를 구해주기 위해 가장 아끼는 황소 뱃속에 그를 넣어주는 돌쇠의 따뜻한 마음씨와 산오뚝이가 황소 뱃속에서 너무 자라 나오기가 힘들게 되자 금방이라도 터질 것같은 황소를 보며 안타까와하는 장면, 아무리 황소를 하품을 시키려고 갖은 애를 다 써보지만 실패하고 있을 때 돌쇠의 하품을 보고 황소가 어이없이 돌쇠를 따라 하품을 하고 산오뚝이가 나오는 것등 극적인 요소가 가미 되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그림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 나라 그림책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집에서 두고 두고 보아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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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는 풀잎이다 - 풀잎그림책 1
조민경 그림, 안도현 글 / 태동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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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니 부럽기 그지없다. 우리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그렇게 뛰어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슬기와 만복이가 메뚜기를 잡으려고 강둑을 따라 걸어간다. 만복이와 슬기처럼 강물도 나란히 흘러간다. 두 아이가 사이좋게 메뚜기 잡으러 가는 모습이 마치 싯구처럼 표현되어 있어 어떤 동시집에도 뒤질 것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그림도 편안하다. 방아깨비를 잡아 장난치는 모습이며, 만복이 어깨 위에 앉은 메뚜기가 날아갈까봐 마음 졸이는 아이들 모습이며 참 맑은 그림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내용전개는 없지만 시처럼 수려한 문구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그림책이다.

그렇다면 어쩌다 만복이는 풀잎이 되었을까? 굳이 메뚜기가 만복이 어깨에 앉지 않았더라도, 만복이 아니 슬기도 그리고 자연 속에서 푸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은 모두 풀잎이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저런 자연 속에서 언제쯤 풀잎이 되어 볼 수 있을런지...올 봄에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나들이 한번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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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뿌뿌 비룡소의 그림동화 36
케빈 헹크스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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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보통 뿌뿌같은 존재가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더럽고 냄새나서 엄마에게는 눈엣 가시 같은 존재지만 아이에겐 엄마같은 존재니 그것을 뺏을 권리가 어른 에게는 없을 터. 이 책은 그런 아이와 부모 사이의 갈등과 해결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왜 아이가 뿌뿌를 곁에 두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은 없지만 뿌뿌에 대한 아이의 집착은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뿌뿌가 아이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하지만 점점 자라는데도 아기같이 담요 조각을 늘 품에 안고 다니는 것은 사회적 위치에 걸맞지 않으니 부모로서는 참 진퇴양난이다. 게다가 족집게 아줌마처럼 뿌뿌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하며 뿌뿌를 없애버리는 비법을 알려줄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족집게 아줌마가 알려준 여러 비법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것은 아마 대개의 부모들이 경험해 본 일일 것이다.

우리 큰 아이에게도 뿌뿌가 있다. 돌 때부터 끼고 있는 테디베어를 지금도(8살) 잠이 들때면 간간히 찾는다. 이미 털도 다 빠지고 볼품없어진 인형이지만 다른 어떤 예쁜 인형도 그것을 대신하진 못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큰 아이의 뿌뿌를 한 가족으로 인정해주었다. 다소 불결해지면 '아롱이도 목욕해야지'하고 말해주면 잠시 동안의 이별을 참아내곤 했다. 비록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아롱이를 안타깝게 바라보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뿌뿌를 심층 심리학에선 중간대상이라 칭한다고 한다. 이런 중간대상은 아이의 정신 건강에 큰 공헌을 한다고 한다. 아기일 때 엄마와 잠시 떨어져 있거나 다른 불안이 엄습할 때 그런 불안을 잠재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간대상이라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아주 소중한 정신 세계의 창조적 산물이라는데 다소 더럽고 냄새나더라도 인정해주어야 하는 존재라는데,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뿌뿌는 점점 아이에게서 잊혀져 문화의 공간으로 확산된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아이에게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같다.

이 책에서는 어쨌든 뿌뿌를 손수건으로 만들어 부모와 아이의 타협이 이루어졌는데 이런 시도는 현실에선 아주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까닥 잘못하면 아이가 심하게 거부할 수도 있을테니까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잠시 자기를 보는 것 같았다. 아롱이를 포기할 생각은 결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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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 달이네집 낮은산 어린이 1
권정생 지음, 김동성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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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남아 있는 것은 그림이다. 그림 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 질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나라 정서를 담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김동성님은 메아리에서도 멋진 그림으로 감탄하게 하더니만 이 책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글쎄 정말 강아지 달이가 이야기를 했는지 않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지에 나와있는 달이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내게도 말을 건네오고 있는 듯 하다. 촉촉히 젖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꼭 아빠의 아픔을 이미 다 이해하고 있다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아빠의 아픔을 저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달이는 보통 강아지는 아니다. 어떤 사고였는지는 모르지만 사고로 다리가 잘린 장애견(?)이었다. 그래서 달이 스스로도 그런 말간 눈망울 속에 물기 어린 우수가 있었을지도. 글에서 미처 다 쓰지도 않은 것들을 읽어 낼 수가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그림 덕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글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그림에서 그 감동을 완성한다고 할 수 있겠다.

불쑥 던져 놓은 전쟁과 죽음에 대한 언급, 그리고 뒤를 이어 나오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모든 것이 회복되는 달이의 꿈은 어쩐지 비약이 심해 이미지로도 연결이 잘 안된다. 비록 그것이 달이의 소망을 담은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렇더라도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그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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