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의 소원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하이디 홀더 글.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 교훈적이어서 다소 거부감마저 느껴지는 진부한 이야기이다. 늙은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힘에 부치고 늙고 외로워한다. 그러다가 덫에 걸린 백조를 구해주고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별가루를 얻지만 만나는 동물들에게 그들의 소원을 위해 별가루를 다 나눠주고 정작 자신은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와하며 젊었던 지난날을 그리워한다. 그러다가 마지막 한 알 남은 별가루로 소원을 이루게 된다는 내용이다.

까마귀가 나누어준 별가루 때문에 소원을 이룬 친구들은 주머니쥐의 생일날 즐겁게 지낸다. 그 누구도 외로운 까마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눠준 별가루로 인해 소원을 이루게 되어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그저 자신들의 소원이 이루어진 행운을 만끽할 뿐이다. 이런 이기적인 친구들을 보면서 그래도 까마귀는 기뻤다고 한다. (친구들의 소원이 이루어져서, 비록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는 없었지만) 그러나 자신은 외로와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이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단지 이제는 늙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반짝이는 물건을 모을 수 없고 사랑하는 아내가 없어서 일까? 마지막 한알 남아 있던 별가루로 가마귀는 소원을 이루는데 그 소원은 다시 젊고 활기찬 새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젊음'을 소원함으로써 '늙음'이 부정되는 결말은 우리 아이들에게 늙으면 외롭고 마음이 아프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까마귀가 자신의 늙음을 삶의 연륜이 쌓이는 것으로 수용하고 긍정해 줄 수 있었다면 (그런 연륜이 있었기에 오래전에 주워다 놓은 가위로 덫에 걸린 백조를 구할 수 있었고 별가루를 얻을 수 있지 않았던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게 소극적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젊음만이 받아들여지고 늙음으로 인해 외롭고 슬퍼진다면 우리 모든 이의 미래는 우울할 뿐이다. 젊음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마디로 까마귀는 자기 긍정감이 결여된 캐릭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 봉지 공주 비룡소의 그림동화 49
로버트 먼치 지음, 김태희 옮김, 마이클 마첸코 그림 / 비룡소 / 199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이 공주이면서 이렇게 신선하고 통쾌한 이야기는 처음인듯 싶다. 흔히 공주가 나오는 동화책에서 공주는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그러나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기 보다는 멋진 왕자님에 의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된다는 것인데, 이 책에선 공주가 용을 물리치고 (힘이 아닌 지혜로) 왕자를 구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느냐? 아니올시다.

종이 봉주로 간신히 옷을 해 입고 머리도 불에 그을린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을 타박하는 왕자를 호쾌하게 차버리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한다. 그러나 몇세대를 걸쳐 내려오는 유명한 동화들 중에는 요즘시대와 맞지 않는 것들이 아주 많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편견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동화가 쓰이고 읽혀진 혹은 전해내려온 시대적 배경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으니 아이들에게 가려서 받아들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대안 동화가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타리와 공간 - 도날드 위니캇의 정신분석학
마델레인 데이비스 지음, 이재훈 옮김 / 한국심리치료연구소 / 199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문 서적을 인터넷 서점에서 보게되는 기쁨이 너무 크다. 이 책은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 처음 이책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도널드 위니캇은 멜라니 클라인과 함께 대상관계 이론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정신분석을 공부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이론은 인간의 심층 제일 깊은 곳에 도달해있다. 이 책은 위니캇 사후에 그의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은 입문서라고나 할까. 위니캇이 때로는 두서없이 써내려간 이론을 그의 모든 저서들과 논문들 그리고 강연 등을 망라하여 간추려 놓았다. 어떨 때는 위니캇이 직접 저술한 책을 읽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것이 개념정리가 더 잘될 때가 있다. 위니캇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하는 책이다.

또한 이 책에는 위니캇의 인간됨이 곳곳에 느껴져 인간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훈훈하게 전달된다. 인간이 태어나 자아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대상으로서의 엄마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엄마의 자아 지원으로 인해 유아는 점차 자신의 타고난 잠재력을 실현하게 되고 세상을 창조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유아의 성격 형성 과정이 얼마나 놀라운지, 그리고 이 발달을 뒷받침해주는 엄마의 헌신적 모성 돌봄 또한 얼마나 놀라운지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런 과정이라는 위니캇의 이론 또한 얼마나 놀라운지 꼭 경험해보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둘째 아이(당시 4살)에게 처음 읽어주면서 목이 메었다. 나도 이 책의 어머니처럼 낮에 아이들이 말썽 부려서 몹시 힘들게 지내고 있었을 때였다. 그래서 아이들이 얼마나 야단을 맞았겠는가?

'그래 그렇지 그래도 너희를 사랑하지' 나도 아이들이 말썽 피우는 것을 보며 속상해 하면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겠거니...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끔 (아니 자주) 그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잊고 산다. 이 책은 그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일깨워주고 있다.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서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하고 읽어주면 아이는 뿌듯해 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몇마디 말로도 이렇게 아이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을... 직접 말로 하지 못할 때 책을 빌어 말할 수 있다.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너를 사랑해'라고.

개인적으로는 번역되어 나온 책 보다는 새로 나온 원어 그림책의 그림이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가장 뭉클한 부분은 이제 어머니가 나이 들어 그 사랑의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아들이 어머니의 노래를 이어 부르는 대목이다. 두고두고 가슴을 울리는 장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나라에도 똥을 소제로 한 몇권의 책이 나와 있지만 대개 똥을 잘 누라고 격려하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표현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다양한 동물들의 똥이 등장하고 있다. 모양도 다르고 아마 냄새도 다르겠지? 똥 떨어지는 소리도 모두 다르니까. 소재의 신선함에 우리 아이들도 이책을 처음 읽어 주었을 때 재미있어 하며 낄낄거렸다. 그리고 이렇게 똥이 여러 가지라는 것에 감탄해마지 않았다. 그리고 특히 의태어가 너무 재미 있어 원문엔 뭐라고 되어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림도 내용만큼 코믹하다. '방금 꿈을 꾸고 난 듯한 염소'의 눈을 보면 정말로 게슴츠레하다. 똥싸느라고 잔뜩 움츠리고 있는 토끼의 얼굴엔 시원함이 느껴지고, 느긋하게 잠을 자고 있던 뚱뚱이 한스는 갑자기 이마 위로 까만 곶감 씨 같은 것이 떨어지자 눈에 힘이 들어가 한껏 위로 치켜뜨는 모습에선 큭하고 웃음이 나온다. 두더지의 앙증맞은 복수도 웃음이 나오지만 이게 뭘까 하는 한스의 표정을 눈동자 하나로 그려낸 것이 더욱 재미있다. 화룡정점이라고나 할까? 한스가 그냥 잠에 빠져 있었으면 두더지의 복수는 한낱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았을테지만 한스의 표정을 보니 그런대로 두더지의 복수는 성공를 거둔듯하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