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벼락 사계절 그림책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 / 사계절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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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머리에 싼 똥의 주인을 찾아 나선 너구리를 통해 동물들의 다양한 똥들을 두루 구경하고서 강아지 똥을 통해 똥의 쓰임새까지 알게 되고 난 후에 만난 똥벼락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똥을 소재로 한 책들이 아주 많이 나와있기에 나는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똥을 소재로 한 책들은 거의 외면을 한게 사실이다. 돌을 지나 3-4세의 아이들에게 똥이란 아주 원초적인 대상이기에 이를 소재로 한 책들도 아이들에게 흥밋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나는 너무 흔한 똥 책들에 질려버렸다. 하지만 똥벼락은 좀 달랐다.

30년 새경으로 김부자네서 받은 돌밭에 쓸 거름이 없자 돌쇠네는 온 가족이 모두 똥을 모으기에 힘쓴다. 거름으로 쓸 귀한 똥이라는 것이다. 이에 감탄한 산도깨비가 김부자네 집 똥을 돌쇠네 거름더미에 모아 주었고 덕분에 이를 거름으로 쓴 돌쇠네는 많은 작물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고구마 캘 때 나온 김부자네 금가락지를 돌쇠 아버지가 김부자에게 가져가자 상황이 바뀐다.

사정을 들은 김부자는 잃어버린 가락지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하기는 커녕 남의 집 똥을 훔쳐간 도둑놈이라고 돌쇠아버지를 흠씬 매질을 해서 돌려보낸다. 그러면서 훔쳐간 똥을 가져오던지 농사 지은 곡식을 모두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 말을 전해들은 산도깨비는 세상의 모든 똥을 김부자네로 보낸다. 밤새도록 똥벼락을 맞은 김부자네는 똥산으로 변해버렸고 그 똥산을 헐어 거름을 썼더니 이듬해 풍년이 들었다고 한다. 맨 마지막 장에 호박 줄기에 걸려있는 금가락지가 허무맹랑한 욕심의 말로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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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열두 달 이야기 어린이중앙 그림마을 9
콜레트 카밀 그림, 세르게이 코즐로프 글, 이경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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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을 풀러 책과 처음 마주했을 때 '어머나'하는 감탄이 나왔다. 귀여운 고슴도치 한 마리가 주황색 장화를 신은 것이 앙증맞기도 하고 아무런 가감없이 그려낸 듯한 그림이 아주 사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그렇게 푸근할 수가 없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듯 하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이 책을 제일 싫어한다. 열 두달 이야기이니 이야기가 열 두개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하나의 이야기가 그렇게 간단하지 만도 않아 그 하나 만으로도 짧은 이야깃 거리가 될 만하기에 책 한권의 분량은 잠자기 전 읽어 주는 책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당혹스럽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글이 많아 큰 아이(8살)에게 적합하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둘째(5살)가 이 책을 즐겨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들고와 읽어달라는 통에 여간 고역이 아닌 것이다. 처음엔 하나만 읽어달라고 한다.(늘 우리 부부는 녀석의 잔꾀에 넘어가 책을 읽어준다.) 그러나 하나를 읽고 나면 그 다음 달, 또 그 다음 달 해서 책 한권을 몽땅 읽어주고 만다. 5살짜리 아이가 보기엔 글이 꽤 많은 편인데도 아이는 그림 보는 재미에 푹 빠진다.

이야기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읽으면서 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1월: 숲속 빈터의 작은 눈송이, 8월: 여름 밤에 별들이 빛나는 까닭, 10월: 가을 사로잡기 작전 등이다. 코가 유리창에 눌린 것을 보고서 눈송이가 돼지라고 하자 진짜 돼지가 밖에 있는 줄 알고 추운 바깥에 있는 돼지 걱정에 밤에도 잠 못이루는 모습, 여름 밤의 별을 반짝이게 하려고 소나무 위에 올라가 별을 닦는 모습, 여름이 가지 않도록 가을을 붙잡아놓았는데 겨울이 미리 오는 것을 보고 다시 가을을 풀어주는 모습 등 아이들의 천진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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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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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명성을 얻어온 이 책을 미루고 미루다 구입한 것은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겁을 먹지는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아빠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책이라는데 하며 구입했는데...왠걸 엄마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확실하게 일깨워주었다. 우리 막내는 괴물들의 모습을 묘사해논 장면은 좀 무서워하는 것 같더니만 몇번 읽고 난 후엔 무서워하기는 커녕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같다.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맥스가 지르는 소리에 꼼짝도 못하는 걸 보면서 마치 맥스에게 자신을 대입하며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는 건지...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정신 안에 무섭고 두려운 상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 대부분은 부모가 순종을 위한 위협이나 협박의 결과물일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인간의 정신 세계 안에 두려움과 공포, 불안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기에 그런 부정적인 감정의 대상을 형상화하는 것은 잘 모르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과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세 녀석 모두 이 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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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옷을 입은 집 - 단청 이야기 우리 문화 그림책 2
조은수 지음, 유문조 그림 / 사계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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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엄마를 찾으러 길을 가고 있다.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으려고 낡은 집에 들었는데 꿈속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당신 집을 살려 달라고 한다. 그러면 엄마도 만날 수 있게 된다며. 그래서 아이는 집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아 내고선 소나무 한그루를 그리고 다시 잠이 든다. 꿈속에서 많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보게 되고 이를 그대로 집에 옮겨 그린다. 신비한 새, 연꽃, 구름, 나비, 용 등. 마지막으로 그린 용이 그림 속에서 나와 소년을 어머니에게로 데려다 주고 산 속에 있는 집은 아주 단정하게 그림 옷을 입고 오래도록 낭아 있었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특별히 드라마틱한 구성이 없어 아이들이 흥미롭게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 책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최소한 이 책이 무슨 책인지 처음 이 책을 넘겨 보게 되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단아한 단청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을테고 또 단청의 이미지와 꼭 맞아 떨어지는, 약간 탱화분위기가 나긴 하지만 우리 선조들이 그렸을 법한 그림들과 마주하게 되는 것 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 옷을 입은 집'이라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 안에는 그냥 페인트 칠을 한 것도 아니고 벽지를 발라 놓은 것도 아니고 우리의 정서가 녹아 있는 그림으로 옷을 해 입었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막상 책이 집에 도착하니, 무엇이 끌리는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빈번하게 이 책을 집어 들고 온다. (우리 둘째는 세 아이들중에서 우리 이야기 그림책을 제일 좋아한다.) 그 바람에 나머지 두 아이들도 눈동냥을 하게 되니 어찌 아니 흐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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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지음, 정병규 북디자인 / 보림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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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을 일반 서점에서 보았더라면 좀더 생각해 보았을 것 같다. 한껏 기대를 하고 펼쳐보았을 때 그 실망스러움이란.... 아무렇게나 그린 듯한 그림이 영 마음에 불편하다. 왠지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고 기발한 상상력을 애들 장난 같은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비가 오는 날 아마도 아이가 집안에서 비를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긴 듯하다. 비가 오는 모습도 제 각각이고 그 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비가 오는 모습이 사선일 때 치타는 우산이 날아 갈까봐 꼭 붙잡고 있고, 직선일 때 사자는 큰 입을 벌리고 비를 마시고 있다. 구불구불 비가 내릴 때 나비는 날개를 접고 살금살금 집으로 걸어간다.

티라노사우르스는 물장구치고, 호랑이는 위풍당당한 자태는 오간 데 없고 굴속에 넙죽 엎드려 비가 언제 그칠까 기다리고 있다. 용은 궁금해하는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듯 비를 뿌린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관심은 아빠에게로 쏠린다. 비가 점점 많이 오는데 아빠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걱정까지 하면서. 그러나 그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빠는 동물들과 함께 우산을 배 삼아 신나게 구름 위에 떠있다. 정말 대조적이다.

내 취향과 맞지 않아서이겠지만 성의가 없어 보인다. (열심히 책을 만든 이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이 책에 관심이 있는 분은 꼭 서점에 가서 확인해보고 구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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