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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열두 달 이야기 ㅣ 어린이중앙 그림마을 9
콜레트 카밀 그림, 세르게이 코즐로프 글, 이경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포장을 풀러 책과 처음 마주했을 때 '어머나'하는 감탄이 나왔다. 귀여운 고슴도치 한 마리가 주황색 장화를 신은 것이 앙증맞기도 하고 아무런 가감없이 그려낸 듯한 그림이 아주 사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그렇게 푸근할 수가 없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듯 하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이 책을 제일 싫어한다. 열 두달 이야기이니 이야기가 열 두개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하나의 이야기가 그렇게 간단하지 만도 않아 그 하나 만으로도 짧은 이야깃 거리가 될 만하기에 책 한권의 분량은 잠자기 전 읽어 주는 책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당혹스럽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글이 많아 큰 아이(8살)에게 적합하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둘째(5살)가 이 책을 즐겨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들고와 읽어달라는 통에 여간 고역이 아닌 것이다. 처음엔 하나만 읽어달라고 한다.(늘 우리 부부는 녀석의 잔꾀에 넘어가 책을 읽어준다.) 그러나 하나를 읽고 나면 그 다음 달, 또 그 다음 달 해서 책 한권을 몽땅 읽어주고 만다. 5살짜리 아이가 보기엔 글이 꽤 많은 편인데도 아이는 그림 보는 재미에 푹 빠진다.
이야기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읽으면서 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1월: 숲속 빈터의 작은 눈송이, 8월: 여름 밤에 별들이 빛나는 까닭, 10월: 가을 사로잡기 작전 등이다. 코가 유리창에 눌린 것을 보고서 눈송이가 돼지라고 하자 진짜 돼지가 밖에 있는 줄 알고 추운 바깥에 있는 돼지 걱정에 밤에도 잠 못이루는 모습, 여름 밤의 별을 반짝이게 하려고 소나무 위에 올라가 별을 닦는 모습, 여름이 가지 않도록 가을을 붙잡아놓았는데 겨울이 미리 오는 것을 보고 다시 가을을 풀어주는 모습 등 아이들의 천진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