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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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자의식이 강해짐을 느낀다. 밤을 새자고 다짐 해놓고 단 잠을 잔 어제의 나에 대해, 밥만 먹고 과제하자고 다짐해놓고 과식 후 또 잠에 든 나에 대해, 그렇게 자고 일어나 잠깐 워밍업 한다고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를 2시간 동안 시청한 나에 대해, 주로 최악인 나에 대해 생각한다. 이럴 때 나는 자신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며 다시 시간을 낭비한다. 결국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는 왜 이 모양으로 태어났을까 외치고 싶을 때쯤 우울이 찾아온다. 이런 경험, 나만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자신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우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자신을 잊는 일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시작한 과제, 서평 쓰기, 아르바이트 출근, 강의 듣기 등에 집중을 하다보면 나는 지리멸렬한 나의 내부로부터 벗어나 명료한 목표의 세계로 진입한다.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 나의 정신을 분배한다. 나의 머리 속은 곧 자신에 대한 평가가 아닌 외부의 것들로 채워진다. 비로소 스스로에 대한 품평에서 벗어나 마음은 치유된다. 자신에 대한 난도질을 멈추는 지혈의 순간을 제공하는 '외부 지향의 시간'은 어쩌면 자의식 과잉 인간들에게는 최고의 위로가 되어준다.

 

이 책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마감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마감일에 분주해진 마음으로 자의식을 몰아내고 읽기 시작한 책은 바로 <식물학자의 노트>. 책장을 열자 다정한 설명이 곁들여진 섬세한 식물 그림들이 펼쳐졌다. <식물학자의 노트>는 다양한 식물들의 종류, 특성, 생존 방식 등을 알려주며 식물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한 지혜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다. 우화처럼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식물들이 주체가 되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과 함께 제시할 뿐이다. 과연 '식물학자의 노트' 답다. 어느새 나는 비루한 자신을 잊고 식물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식물학자의 노트>는 식물학자 신혜우가 '세리시이오'에서 '식물학자의 노트' 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글들을 묶어 내놓은 책으로 5개의 장, 3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왕립원예협회의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서 2013, 2014, 2018년에 참여하여 모두 금메달은 수상한 신혜우 연구자는 식물학자이자 식물화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신혜우의 그림은 단순한 미적 용도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논문에 쓰일 식물화를 그려지기 때문에 <식물학자의 노트> 의 식물화 또한 식물의 전 생애를 보여주는 정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식물에 대한 자세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설명과 함께 첨부된 그림 덕에 식물을 상상하는 데 부족함을 느낄 틈이 없다. 식물들이 씨를 퍼뜨리는 방법, 수분 매개자와 식물이 서로의 이로움을 위해 공진화를 하는 순간, 꽃이 피고 지는 시간에 맞춰 만들어진 린네의 꽃시계 등 식물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전문적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임에도 술술 읽히는 것 또한 <식물학자의 노트>의 장점이다. 하지만 마냥 가볍기만한 책은 아니다. 학창시절 배웠던 식물들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지식이 책의 주를 이루지만 식물들이 주체가 되어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의 가치가 진중함이 되어 책에 산뜻한 균형감을 선사한다.

 

모든 장에는 인간의 눈에 전혀 미동도 없어 보이는 차분한 식물들의 그림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그림과 나란히 놓인글에는 식물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보내는 치열하고 창의적이 분투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식물학자의 노트>는 식물을 주체로 내세워 우아하고 고요해 보이는 그들이 얼만큼 치밀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의식의 늪에서 괴로워하고 있던 나는 잠시 나를 주인공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뒤 관객의 입장이 되어 식물들의 삶을 감상할 수 있었다. 수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나무를 지켜주는 나무의 수피를, 번식을 위해 씨앗을 7m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루엘리어 실리어터프로러를, 낙엽이 떨어져 나간 자리인 엽흔 위에 형성되는 겨울눈에서 미리 봄을 준비하는 꽃잎과 잎들을 바라보며 나는 식물들에 대한 작은 존경의 마음을 빚는다.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멋진 것들에 대한 작은 존경은 다시 빚어져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모습을 바꾼다. 자의식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나는 어느새 위로를 받은 후이다. 지금보다 괜찮아질 수 있을거라는 용기는 꼭 그렇게 되고 싶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므로. 살아내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식물들의 삶은 부족함이 없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진다.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마음은 분명 식물들이 내게 건네준 위로임이 틀림없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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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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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위협 앞에서 전의를 상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혹자는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맞서 싸워서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있다. 이를테면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자행한 홀로코스트가 있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나치에 의해 완전히 포위당했고, 맞서 싸울 어떤 무기도 가지지 못한채, 도망갈 기회도 가지지 못한채 그들의 왜곡된 사상에 의해 희생당했다. 여기 홀로코스트라는 커다란 재앙의 시발점이 된 1938년 수정의 밤 사건 이후 물질적, 정서적 기반을 잃어버리고 삶의 희망을 잃어가는 유대인의 며칠간을 그린 소설 여행자 가 있다.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는 나치를 피해 망명했던 유대인으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어 당시 유대인들의 현실을 소설을 통해 기록했다.

여행자 는 유대인 오토 질버만이 1938년 일어난 수정의 밤사건 이후 나치에게 체포되는 것을 피해 기차를 타고 독일 전역을 여행하는 며칠간 삶을 지탱해줄 정서적, 물질적 기반을 잃고 자신의 삶을 포기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오토 질버만은 수완있고, 긍지높은 사업가로서 안락한 삶을 영위해 온 사람이다. 수정의 밤 사건이 있은 직후 해외 망명 기회도 더는 없음을 깨달은 그는 달라진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유대인들이 오직 목숨을 지키기 위해 재산과 같은 것들을 버릴 때까지도 자신의 재산과 목숨을 모두 지킬 방법을 고민한다. 끈질기게 자신의 삶을 재건할 방법을 모색하는 질버만의 모습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어쩌면 미련해 보일 정도로 집요하다.

하지만 질버만은 끝나지 않는 기차 여행의 과정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차츰 잃어간다. 소설 여행자』 에는 오토 질버만이라는 자신의 삶에 대해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던 유대인이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질버만의 입장이 되어 삶에 대한 전망이 낙관에서 비관으로 옮겨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정의 밤 사건이 일어난 직후 더 이상 외국으로 합법적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질버만은 끊임 없는 불안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의 불안의 성분은 차츰 변화해 나가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남은 재산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암시로 불안을 잠재우고, 자신의 삶은 꽤 괜찮을 것이라고 안정시키는 노력을 하는 반면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누군가 자신을 죽여도 좋다는 인상을 풍기며 돌아다니고 자신의 불안과 우울에 대해서도 더 이상 반기를 들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1933년 나치당의 수장인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제국의 수장으로 취임한 뒤 시작된 반유대주의 정책, 그것이 본격화된 뉘른베르크 법, 유대인에 대한 학살이 전면화 된 수정의 밤 사건까지 독일 나치의 반유대주읠 인해 망명할 기회를 잃은 유대인들은 목숨의 위기에 직면한다. 이는 『여행자』에서 오토 질버만이 계속해서 기차를 타고 도망다녀야만 하는 이유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던 질버만 조차도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고 무기력해져 가는 과정은 퇴로를 막아놓은 이렇나 시대적 상황 속에 놓인 인물이 밟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츤느 그 자신도 2차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해외로 망명을 갔었던 유대인 도망자로서 『여행자』의 모든 감정의 단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독자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두려움과 싸우는 질버만으 내면과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강렬한 마음, 마침내 싸우는 것도 기대는 것도 불가능함을 알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빌버만의 여정에서 질버만과 함께 샅샅이 희망을 뒤진 후 결국 절망에 굴복하게 되는 질버만의 심리적 박해 현장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자』 가 더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저자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망명한 유대인이었다는 점이다. 『여행자』는 소설인 동시에 나치의 홀로코스트 위협을 실제로 경험했던 유대인의 기록물인 셈이다. 안전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자신을 노리는 위험을 피해 끊임없이 떠돌아야만 했던 삶, 혹은 그마저도 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정신적 붕괴를 그린 소설 『여행자』는 유대인에게 행해졌던 범죄 행위의 무게를 현대인으로 하여금 생생히 실감하게 한다.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의 『여행자』 는 오토 질버만이라는 건실한 유대인이 나치의 홀로코스트 위협 앞에서 사회적 지위를 잃고, 가족과 헤어지는 등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또한 작가 자신이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에서 망명한 유대인이었다는 점이 소설에 드러난 질버만의 심정에 사실성을 더한다. 인간의 왜곡된 사상이, 그 사상을 수단삼아 실현되는 인간의 그릇된 탐욕이 불러온 역사적 비극을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의 『여행자』 를 읽으며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 이 서평은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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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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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 『컨페션』은 원하는 자신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2017년과 1980년대를 번갈아 이동하며 서술되는 『컨페션』 은 1980년대 엘리스와 콘스턴스 홀던의 관계를 보여주고, 2017년 엘리스의 딸인 로즈와 콘스턴스 홀던의 관계를 보여준다. 콘스턴스 홀던으로 매개되는 두 개의 시간대는 콘스턴스 홀던과 함께 하는 두 여성의 심리를 보여준다. 유명 소설가 콘스턴스 홀던이라는 매력적인 여성의 곁에서 서술되는 엘리스와 로즈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독자는 1980년대의 공간과 2017년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두 여성과 콘스턴스 홀던의 관계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동력으로 소설에 빠져들어 읽다가 어느 순간에는 엘리스와 로즈의 삶을 향한 분투에 응원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1980년대의 엘리스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임시직을 전전하는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엘리스는 대학의 미술 강의의 누드 초상화 모델, 카페 종업원, 극장 안내원의 일을 하며 생활을 했다. 특별할 것 없었던 엘리스의 삶은 콘스턴스 홀던과 사랑에 빠지며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한 엘리스는 콘스턴스 홀던과 연인이 되며 자신이 처음으로 돌봄을 받는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느낀다. 이는 콘스턴스 홀던이 유명 소설가로서 이미 경제적 성취를 이루어내고, 그 덕분에 엘리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물질적 혜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엘리스는 자신이 콘스턴스 홀든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콘스턴스 홀던이 자신을 깊이 사랑하고, 그 만큼 자신도 콘스턴스 홀던에게 빠져들며 살아오며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맛본다.

하지만 행복하던 엘리스와 코니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코니의 책인 『밀랍 심장』의 영화화가 결정적 계기가 된다. 런던의 코니의 집에서 엘리스는 코니와의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전에 없던 삶의 안온함을 느꼈다. 하지만 코니의 소설인 『밀랍 심장』의 영화화 지켜보기 위해 코니와 함께 미국의 로스 앤젤러스로 떠나자 엘리스는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깨닫게 된다. 로스 앤젤러스에서 코니는 자신의 소설의 영화화를 성공하고, 기대되는 영화 작품의 원작자로서 권위를 가지고 존중 받는 사람이었지만 엘리스는 단지 코니의 연인일 뿐이었다. 로스 엔젤러스에서는 엘리스 스스로가 정립한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엘리스는 그에 대해 답답함을 느낀다.

2017년의 로즈는 엘리스의 딸이다. 1980년대의 엘리스는 콘스턴스 홀던과 연인 관계였지만 2017년의 엘리스는 행적이 묘연하다. 다만 엘리스가 낳은 딸인 로즈가 있을 뿐이다. 로즈는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의 존재를 평생 궁금해한다. 엄마가 자신을 떠났다는 것은 로즈의 평생의 상처였다. 드러내놓고 아파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곁에 있고 싶을 만큼 자신은 가치 있지 못했다는 생각이 로즈를 매 순간 움츠러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자신을 왜 떠났는지 규명하는 것은 자신이 가치 없는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더구나 로즈는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사귄지 9년이 되었고, 함께 하고 있는 조와의 관계는 이미 열정을 잃은지 오래였지만 그 관계를 벗어난 자신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로즈는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신을 왜 떠난 것인지를 밝힘으로써 자신이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은 로즈의 평생에 걸친 염원이기도, 당장의 현실에 필요한 처방이기도 한 것이다.

『컨페션』 은 엘리스, 로즈와 같이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여성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불안과 욕망을 그려냈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자신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차오르는 분노를 느끼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여성들의 모습을 제시 버튼은은 유려한 문장들로 만날 수 있다. 『컨페션』 에서는 인물들의 감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지만 인물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단번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천천히 그 본질에 다가서는 성장의 과정과 유사하게 닮아 있다.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의 성장담이 제시 버튼의 『컨페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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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 그래 (양장)
양희은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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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희은의 음악 이야기


그러라 그래 의 저자인 양희은은 데뷔한 지 51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가수이다. 양희은은 어떻게 51년간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51년간 노래를 부르며 그녀의 내부에는 무엇이 쌓였을까? 에세이 그러라 그래 에는 저자 양희은이 가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에피소드부터 이름을 알리는 가수가 되는 과정에서 겪은 타성, 난소암을 이겨내고 인생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 이어간 가수활동, 후배 가수들과의 협업인 뜻밖의 만남을 진행하는 오늘날까지의 가수 양희은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더불어 가장으로서 가수 생활을 하며 겪은 숱한 위기를 극복했던 이야기,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받았던 귀한 경험을 통해 단단하고 성숙한 마음을 가진 지금이 되기까지의 성장기도 만나볼 수 있다. 에세이 그러라 그래 에는 가수 양희은의 삶이 녹아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마음가짐이 그녀만의 담백한 문체로 담겨있다.


친구 양희은의 관계 이야기


공적 영역의 양희은이 활발히 활동하는 가수이자 방송인이라면 사적 영역에서의 양희은은 좋은 친구이다. 양희은은 그러라 그래 의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자신이 가수가 될 수 있도록 결정적 도움을 준 가수 송창식, 양희은의 대표곡을 작곡한 김민기에 대한 감사를 전한다. 또한 양희은은 열심히 라디오 진행과 가수 생활을 지속하는 한편 스케줄 때문에 친구들과 깊이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고명이 올려져 있지 않지만 깊은 맛을 내는 냉면을 먹으면서도 주변 사람에게 솔직하고 담백한 냉면 같은 사람이 되자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고민하고,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친구 양희은의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자신의 좋은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자신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도 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생활인 양희은의 일상 이야기


그러라 그래 의 백미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도 삶의 가치에 대

 사유를 놓치지 않는 양희은의 면면을 확인하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양희은만이 길어내는 사유들은 가볍지만 깊이 있고, 통찰을 드러내는 반면 경쾌하다. 예전보다 일 처리 속도가 느려진 자신을 생각하며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도록 건강을 챙기자고 다짐하는가 하면 계절의 변화에 따른 빛의 굴절을 느끼며 비슷해 보이는 각각의 인생들이 저마다 다른 각도로 꺾이는 삶에 오묘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반려 동물에게 사랑을 느끼며 삶의 활기를 되찾는 에피소드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국화꽃을 어느새 담담히 바라보는 극복의 과정이 나란히 놓여있다. 산뜻하면서도 따뜻한 양희은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담백한 집밥을 먹은듯한 편안한 든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미리 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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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이정환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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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안식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안식년은 꿈도 못 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쉽사리 포기하고 휴식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형외과 의사인 이정환 작가는 잠시 생업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났다. 대학병원에서 쉴틈 없이 일하며 4년간의 전공의 시절을 보낸 뒤 저자는 자신이 인생의 기쁨을 느끼고 있지 않음을 자각한다. 이에 그는 대학병원 의사로서의 직책을 내려놓고 1년간의 여행을 택한다. 이정환 작가는 내려놓은 만큼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그의 책 『그 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그 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에는 오직 ‘쉬어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의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바쁜 현실의 삶을 살아가며 찾을 수 없던 기쁨을 그는 여행길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었던 걸까.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잠비아 등지, 포르투갈, 캐나다의 로키 산맥,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 터키,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 베트남. 모두 이정환 작가가 여행 중 방문한 곳들이다. 저자는 세계의 여러 곳을 방문하며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감각들을 글로 옮겨놓았다.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에서의 놀라운 경험, 포르투갈에서 맛본 포트 와인의 달콤한 맛, 아이슬란드에서 목격한 오로라의 환상적인 아름다움, 크로아티아에서의 따뜻한 이웃들과의 시간들처럼 일상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즐거운 감각들은 『그 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에서 생생히 살아숨쉰다.

여행지의 즐거움 사이사이 끼어드는 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다. 과거의 자신이 주변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 과거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모님의 사랑, 떠나온 연인에 대한 미안함, 이정환 작가는 치열했던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담담히 고백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반성에서 더 나아가 바쁜 현실에서라면 포착하지 못했을 삶의 여러 정경들을 마주하며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 삶의 지표로 삼을만한 생각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쉽고 단순한 진리일지라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쉽게 지나쳤던 것들을 안정환 작가는 자신의 과거에서 다시 건져올려 소중한 깨달음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는다.


이정환 작가의 마지막 여행지는 히말라야 산맥이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이정환 작가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잠시 마음이 복잡해 지지만 히말라야 산맥을 등반하며 자신을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받쳐 주었더 부모님을 떠올린다. 결국 아무리 먼 타국에 와 있을 지라도 보이는 것은 여행지에 투영된 자기 자신의 삶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현실을 살아내고 있을 때 무심코 지나쳤던 과거를 재구성하며 감사를 느낀다. 삶의 아름다움을 느낀 안정환 작가는 다시 현실을 살아낼 힘을 얻는다. 여행의 종착지이자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정류장이었던 히말라야 산맥에서 완벽히 ‘혼자’ 로서의 여행은 행복하게 마무리 된다.


너무 가까워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행복은 기억하며 느끼는 것이라는 말처럼 현실을 살아낼 때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 되짚어 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들 또한 많다.이정환 작가에게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주 낯선 곳으로 떠난 것은 자신의 현실을 보다 원경에서 바라보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항상 근거리에서 갑갑하기만 했던 현실도 멀리서 바라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고, 작가는 기꺼이 자신의 현실로 돌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작가의 여행지에서의 다채로운 경험담과 비일상에서 반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자신의 삶 또한 조ᅟ금은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며 아름다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지치는 시기, 이정환 작가의 필터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조명해보는 것을 어떨까.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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