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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 『컨페션』은
원하는 자신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2017년과 1980년대를 번갈아 이동하며 서술되는 『컨페션』 은 1980년대
엘리스와 콘스턴스 홀던의 관계를 보여주고, 2017년 엘리스의 딸인 로즈와 콘스턴스 홀던의 관계를 보여준다. 콘스턴스 홀던으로 매개되는 두 개의 시간대는 콘스턴스 홀던과 함께 하는 두 여성의 심리를 보여준다. 유명 소설가 콘스턴스 홀던이라는 매력적인 여성의 곁에서 서술되는 엘리스와 로즈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독자는 1980년대의 공간과 2017년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두 여성과 콘스턴스
홀던의 관계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동력으로 소설에 빠져들어 읽다가 어느 순간에는 엘리스와 로즈의 삶을 향한 분투에 응원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1980년대의 엘리스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임시직을 전전하는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엘리스는
대학의 미술 강의의 누드 초상화 모델, 카페 종업원, 극장
안내원의 일을 하며 생활을 했다. 특별할 것 없었던 엘리스의 삶은 콘스턴스 홀던과 사랑에 빠지며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한 엘리스는 콘스턴스 홀던과 연인이 되며 자신이 처음으로
돌봄을 받는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느낀다. 이는 콘스턴스 홀던이 유명 소설가로서 이미 경제적
성취를 이루어내고, 그 덕분에 엘리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물질적 혜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엘리스는
자신이 콘스턴스 홀든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콘스턴스 홀던이 자신을 깊이 사랑하고, 그 만큼 자신도 콘스턴스 홀던에게 빠져들며 살아오며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맛본다.
하지만 행복하던
엘리스와 코니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코니의 책인 『밀랍 심장』의 영화화가 결정적 계기가
된다. 런던의 코니의 집에서 엘리스는 코니와의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전에 없던 삶의 안온함을 느꼈다. 하지만 코니의 소설인 『밀랍 심장』의 영화화 지켜보기 위해 코니와 함께 미국의 로스 앤젤러스로 떠나자 엘리스는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깨닫게 된다. 로스 앤젤러스에서 코니는 자신의 소설의 영화화를 성공하고, 기대되는 영화 작품의 원작자로서 권위를 가지고 존중 받는 사람이었지만 엘리스는 단지 ‘코니의 연인’ 일 뿐이었다. 로스
엔젤러스에서는 엘리스 스스로가 정립한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엘리스는 그에 대해 답답함을
느낀다.
2017년의 로즈는
엘리스의 딸이다. 1980년대의 엘리스는 콘스턴스 홀던과 연인 관계였지만 2017년의 엘리스는 행적이 묘연하다. 다만 엘리스가 낳은 딸인 로즈가
있을 뿐이다. 로즈는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의 존재를 평생 궁금해한다. 엄마가 자신을 떠났다는 것은 로즈의 평생의 상처였다. 드러내놓고
아파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곁에 있고 싶을 만큼 자신은 가치 있지 못했다는 생각이 로즈를 매 순간 움츠러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자신을 왜 떠났는지 규명하는 것은 자신이 가치 없는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더구나 로즈는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사귄지 9년이 되었고, 함께 하고 있는 조와의 관계는 이미 열정을 잃은지
오래였지만 그 관계를 벗어난 자신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로즈는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신을 왜 떠난 것인지를 밝힘으로써 자신이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은
로즈의 평생에 걸친 염원이기도, 당장의 현실에 필요한 처방이기도 한 것이다.
『컨페션』
은 엘리스, 로즈와 같이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여성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불안과 욕망을 그려냈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자신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차오르는 분노를
느끼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여성들의 모습을 제시 버튼은은 유려한 문장들로 만날
수 있다. 『컨페션』 에서는 인물들의 감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지만 인물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단번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천천히 그 본질에 다가서는 성장의 과정과
유사하게 닮아 있다. ‘여성’ 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의 성장담이 제시 버튼의 『컨페션』에 있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