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이정환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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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안식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안식년은 꿈도 못 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쉽사리 포기하고 휴식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형외과 의사인 이정환 작가는 잠시 생업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났다. 대학병원에서 쉴틈 없이 일하며 4년간의 전공의 시절을 보낸 뒤 저자는 자신이 인생의 기쁨을 느끼고 있지 않음을 자각한다. 이에 그는 대학병원 의사로서의 직책을 내려놓고 1년간의 여행을 택한다. 이정환 작가는 내려놓은 만큼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그의 책 『그 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그 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에는 오직 ‘쉬어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의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바쁜 현실의 삶을 살아가며 찾을 수 없던 기쁨을 그는 여행길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었던 걸까.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잠비아 등지, 포르투갈, 캐나다의 로키 산맥,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 터키,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 베트남. 모두 이정환 작가가 여행 중 방문한 곳들이다. 저자는 세계의 여러 곳을 방문하며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감각들을 글로 옮겨놓았다.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에서의 놀라운 경험, 포르투갈에서 맛본 포트 와인의 달콤한 맛, 아이슬란드에서 목격한 오로라의 환상적인 아름다움, 크로아티아에서의 따뜻한 이웃들과의 시간들처럼 일상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즐거운 감각들은 『그 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에서 생생히 살아숨쉰다.

여행지의 즐거움 사이사이 끼어드는 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다. 과거의 자신이 주변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 과거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모님의 사랑, 떠나온 연인에 대한 미안함, 이정환 작가는 치열했던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담담히 고백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반성에서 더 나아가 바쁜 현실에서라면 포착하지 못했을 삶의 여러 정경들을 마주하며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 삶의 지표로 삼을만한 생각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쉽고 단순한 진리일지라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쉽게 지나쳤던 것들을 안정환 작가는 자신의 과거에서 다시 건져올려 소중한 깨달음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는다.


이정환 작가의 마지막 여행지는 히말라야 산맥이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이정환 작가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잠시 마음이 복잡해 지지만 히말라야 산맥을 등반하며 자신을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받쳐 주었더 부모님을 떠올린다. 결국 아무리 먼 타국에 와 있을 지라도 보이는 것은 여행지에 투영된 자기 자신의 삶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현실을 살아내고 있을 때 무심코 지나쳤던 과거를 재구성하며 감사를 느낀다. 삶의 아름다움을 느낀 안정환 작가는 다시 현실을 살아낼 힘을 얻는다. 여행의 종착지이자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정류장이었던 히말라야 산맥에서 완벽히 ‘혼자’ 로서의 여행은 행복하게 마무리 된다.


너무 가까워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행복은 기억하며 느끼는 것이라는 말처럼 현실을 살아낼 때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 되짚어 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들 또한 많다.이정환 작가에게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주 낯선 곳으로 떠난 것은 자신의 현실을 보다 원경에서 바라보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항상 근거리에서 갑갑하기만 했던 현실도 멀리서 바라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고, 작가는 기꺼이 자신의 현실로 돌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작가의 여행지에서의 다채로운 경험담과 비일상에서 반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자신의 삶 또한 조ᅟ금은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며 아름다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지치는 시기, 이정환 작가의 필터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조명해보는 것을 어떨까.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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