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먹는 English
강상구 지음, 심윤수 그림, 박종원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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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영어! 가끔은 이런 생각이든다.

영어는 한국인 대다수 사람들의 컴플렉스이다!!

 

나를 비롯한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영어를 잘하고 싶어한다.

내가 안된다면, 남편을~ 아이를~ 영어 잘하는 인간으로 변화시키기위해, 무척 애를 쓴다.

학교다닐때 최고 소원은 "영어 잘하는것"

학교다닐때 최고 부러운 건 "영어 잘하는 아이"

지금 가장 부러운 대상은 "영어 잘하는 아이를 둔 부모"이다!!

 

내 부러움의 대상을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예상도 해본다.

학교다니는 내내 힘들었던 영어~ 문법책을 읽고, 문제집을 풀어봐도, 미쿡말 쓰는 인간들 앞에서는 늘 당황하게 되는 내 새가슴~

소설책 좀 읽을라 치면... 사전없어서 짜증나고... 뭔 소린지 몰라서.. 열댓번을 읽고 읽고 읽다가 덮어버리는 어려움에...

 

이놈의 영어는 내 웬수!이자.. 짝사랑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간단한 영어기본형만을 자신있게 말할수 있었다면..

이 책 <날로먹는 잉글리시>를 통해, 제법 이해할 수 있는 영어를 만나게 된 것 같다.

 

날로먹는 잉글리시는 상당부분이 영문법을 쉽게 풀어내려 애쓴 것으로 보인다.

엄친아로 유명해진 골방행진곡의 주인공들이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독자들을 대신해서, 다양한 표정과 행동으로 영어를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이 캐릭터들이 연상효과를 일으켜서 이 책을 통해 배운 문법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 딱히 귀엽다고 말하기도, 잘생겼다거나, 멋스러운 외모도 아닌 주인공들의 투박한듯~ 우습기도 한 모양새가 은근히 중독증세를 불러일으키는것 같기도 하면서.. 그렇게 영문법을 말해준다.

 

또한 설명이 된 문법단원마다 연습문제와 출제자의 의도,해설이 알뜰하게 포함되어 있어서, 가볍게 배운 문법을 확인해볼 수 있는 점이 참~ 썩~ 제법 좋았다.

 

문법들의 과정을 마치면 부록이 나오는데, 이거..참 재미있다.

진짜 골방카툰이 등장하는 곳이다. 먼저 영어버전이 등장하고, 다음 장에 한글버전이 등장하면서, 스스로 배운 영어를 바탕으로 카툰을 볼 수 있고, 한글버전 아래에 이 페이지에 포함된 영문법을 설명해주니, 만화보고, 영어테스트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삼조가 아닌가!

 

영문법이란거.. 고등학교시절 3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내 책가방속에 있었고, 대학교 다니면서도 방학때면 늘 손안에 있던 이 물건을 수년이 지나도 이해못하고, 기껏 이해해도, 대화에 전혀 적용시키지 못하는 이 답답함을...  아직 실제로 적용해볼 시간은 없었지만.. 기분상으로나마 날로먹는 잉글리시가 조금은 풀어줄 것 같기도 하다.

 

영어를 잘하려면, 뭐든 잘해야 한다.  한국어 실력도 좋아하고, 단어도 많이 알아야 하고, 문법도 물론 알아야 한다.

날로먹는 잉글리시라고 해도...기본도 없는 이들이 한순간에 "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이 책의 용도를 표현하자면, 영어의 새로운 비결을 말하는 신기술의 영어가 아니라,

그동안 단편적으로 정리되지 못했던 영어의 조각들을 우리의 골방행진곡 캐릭터들이 재미나게 표현해주었으니...  하루빨리 이 책을 통해 영어의 가닥을 잡고, 영문법의 지도를 완성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 아는 단어들 뿐인 문장을 해석못해서 쩔쩔매는 당신...

십중팔구는 문법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그럴때는 본동사를 빨리 찾아내서, 제대로 된 문장으로 이해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영어문장을 이해하는 첫번째 길이다.

동사가 기본이다. 핵심이고 열쇠이고, 해결의 실마리이다.

아직도 본동사를 찾기가 힘든 사람들에게~

영어로 말하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시제,단수,복수,경험,숙어,단어들이 뒤죽박죽 난리가 나는 사람들에게~

영문법을 해도해도 늘지않는 사람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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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정채봉 전집 동화 4
정채봉 지음, 오정택 그림 / 샘터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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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저의 학창시절의 대부분은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였습니다.

그 때는 그림책보다 글자가 많은 책이 대부분이었고, 약간 누런 종이에 작은 글씨가 빼곡한 책을 읽곤 했었지요.

때론 세로로된 소설책을 읽게 될 때도 있었는데... 순전히 내용에 푹 빠져서 읽곤 했던것 같아요.

그런 종류의 책을 읽다가 만화인지~삽화인지~ 구별이 안되는 그림이 잔뜩 있는 책을 호기심에 구입해서 읽은 적이 있었어요.  가볍게 즐기면 읽으리라 예상했던 그 책의 제목이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그때 이 책의 작가를 가슴 속에 꼬~옥 담아두었었죠. 짧은 문장 속에 함축적으로 들어있던 깊은 의미가 정말 가슴이 와닿았었거든요.

 

그 분이.. 바로 {정채봉}선생님이셨어요.

그 후로도 몇번 정채봉선생님의 책을 읽기도 했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책을 읽은 기억이 없던터라,

오랫만에 우연히 발견한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라는 책을 얼른 집어들었습니다.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는 오래전에 쓰여진 동화입니다.

정채봉선생님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참으로 아쉽고, 아까운 분이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과거의 책으로나마 만날수 있게 되어 참 감회가 새로웠어요.

예전엔 정채봉선생님의 성인대상의 책을 읽었던 터라, 동화책을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제 아이엄마가 되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책을 읽게 됨이 새삼스럽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많이 변했고, 우리의 주의를 끄는 소재가 점점 자극적이고, 강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다보니,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의 책 내용이 밋밋하고, 너무 꾸밈없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과연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할ㄲ?하는 의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채봉선생님의 책을 글을 읽으며 자극적인 즐거움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글 속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깨달아가는 즐거움과 순수한 마음과 순리대로 살아가고픈 의도를 전달받는 것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점점 도시화가 되어가고, 푸르르고 따스했던 자연을 느끼기 힘든 요즘,

동화속에 등장하는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과 어울어진 자연의 포근함이 작가의 따스한 마음과 만나 그 어떤 동화보다 꾸미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동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동물이지만,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끝없는 욕심과 욕망이 아닐까요?

또한 내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사랑할 줄도, 타인을 사랑할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함을~  언제나 사랑하고 살아야 함을~ 조금도 어렵지 않은 그의 언어로 담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화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얼굴의 가운데에 있고 싶은 눈,코,입,귀가 서로 다툼을 합니다.

그리고.. 군형과 조화와는 상관없이 서로 원하는 자리를 차지해버립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도, 자신의 역할도 모두 무시하고, 그저 좋은 자리만을 차지하려는 얼굴들이 과연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쉽고 재미있는 소재이지만, 결국은 인간의 본성과 욕심을 타이르는 작가의 깊은 조언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이 책 속에는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라는 동화를 비롯하여, 8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찍 세상을 떠나버려서, 다시 만날 수 없는 고 정채봉선생님을 아쉬워하며,

글 속에 담긴 그의 따뜻한 마음과 더 행복하고, 좋은 세상꿈꾸던 그의 바램을 느끼며 읽은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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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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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소문난 옛날 맛집 전이라는 제목.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이 제목을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보면서,

"그래, 맞아. 음식은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것이야~"라고 다시한번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감상에 젖게 한다.

 

책의 저자인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는 지방소도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살고 계시단다. 그래서 자신이 먹은 음식들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히 먹었고, 지금도 먹고 있는 음식들이라 한다. 

때로는 자질구레한 음식들에도 문화가 깃들어져 있고, 우리의 사랑이 묻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책 뒷장의 에필로그를 읽으며,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먼저 짐작을 하게 된다.

추억과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그리고.. 읽어 본 소문난 옛날 맛집 전은 예상그대로,

추억이 얽히고, 회상이 섞인 음식이야기가 나온다.

다른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더 진하고, 때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는 점이다.

거기에 맛 칼럼리스트가 전하는 음식의 의미와 유래, 특징을 듣게 되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추억담을 읽을 때면, 내 기억속의 음식들이 자꾸만 생각났다.

십여년 정도되는 작가와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음식에서 비슷한 감정와 경험을 느끼게 됨이 반갑고,

고작 십여년 인데도, 어떤 음식은 너무 생소해서 추억과 입맛에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내가 기억하는 호떡은 쫄깃쫄깃한 요즘의 그 호떡일 뿐이라, 세상에 나타날때부터 그런 호떡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추억하는 호떡은 속이 빈 바삭바삭한 호떡이라, 그는 쫄깃한 호떡을 먹으면서 옛날의 호떡 맛이 추억하고 있는 것이 그렇고,

 

무더운 여름... 땀을 식힐 때 먹던 냉면인줄 알았는데,

한겨울.. 뜨거운 아랫목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냉면이 그렇고,

 

나에겐 그저 간식중에 하나일 뿐인 호두과자를

볼때마다 꼭 사먹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가 또 그렇다.

휴게소에서 절대 거르지 않고, 호두과자를 사오시는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가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어느날 문득.. 못견디게... 꼭 먹어버리고 싶은 음식이 떠오를때가 있다.

별 맛도 아닌 것이, 생각이 나면 먹고 싶어서 견딜수가 없다.

먹고 싶을때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이유는 그 음식의 맛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몸살이라도 날라치면,

어릴적 먹던 죽이 먹고 싶어지고,

죽이 생각나면 근심스럽게 죽을 끓여주시던 엄마가 떠 떠오른다.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비단 맛 뿐이 아니다.

그 음식을 먹던 기억과 추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고,

사랑을 담아, 정성껏 만들어 준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라면,

시간이 흘러도 전혀져오는 그 사랑에 가슴 뭉클해지는 것이 바로 음식인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생활이 변하고, 우리의 입맛이 바뀌어 예전의 그 맛이 찾기는 어려울 지라도 말이다.

 

음식이란 것이 이런 것이다 보니,

때로는 기억과 기분이 엇갈려,

웬지 마음이 불편한 음식도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시절, 월급날이면 막거리 한잔을 걸친 후 풀빵 한봉지를 사오시던 아버지와 누런 월급봉투,

배고픈 시절에 풀빵을 맘껏 먹고 싶어서, 풀빵장수가 되는 것이 소원이던 아이의 기억속의 풀빵은 얼마나 먹고싶고, 달콤하고, 애틋한 풀빵이었을까..

그런데 이 풀빵이란 것이 일본에서 온 음식인데다가, 일본 왕실의 문양인 국화를 새긴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애틋한 추억속의 풀빵을 어떻게 봐야할지... 곤란한 느낌마저 든다.

 

경상도 태생의 60년대 남자와 전라도 태생의 70년 여자가 만나 결혼한 우리 부부가 동떨어진 사람들이라고 느끼는 순간에 음식이 큰 몫을 차지한다.

막걸리를 보면 곰삭은 홍어회를 떠올리고, 젖갈향이 진한 묵은 김치가 떠올라서 안달인 나를 보면서,

남편이 했던 말은

"홍어가 그리도 좋나? 난.. 그거.. 영 입에 안맞아.."

나 또한 납작한 만두피같은 것에 잡채 몇가닥 끼어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안달인 남편을 보며,

"그게.. 만두야? 만두피지."라며 이해할 수 없는 음식이라 생각한다.

경상도 산골에서 자란 남편은 생선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기껏 먹는것도 짭짤한 간고등어같은 짠생선들이다.

바다음식도 흔했던 나는 짤짤한 음식은 질색이다. 맵지않고, 짜지않은 음식을 좋아하니, 때로는 각자 먹을 음식을 따로 준비하기까지 한다.

어린시절부터 먹던 음식으로 인한 입맛은 아마도 평생 가는 것인가보다.

그래서.. 패스트푸드회사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등을 구비하며 일찌기 입맛을 길들이는 것이리라.

 

추억의 옛날 맛집전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음식들에 대한 유래와 맛,맛집,추억,기억,상식들이 가득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것.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해도 지루하지 않을만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과 향수에 울컥울컥 눈물이 나기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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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우등생 전과 4-2 - 국어.수학.사회.과학.예체능.영어, 2008
천재교육 편집부 엮음 / 천재교육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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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가면.. 엄마의 기본상식으로 가르치기에 버겁다는 느낌이 팍팍 옵니다.

섣불리.. 알려주었다가.. 정확한 지식이 아닌 탓에.. 아이가 혼동을 하기라도 하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4학년이 되면서 처음 전과를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전과중에.. 아이가 어려서부터 늘 봐오던 천재의 전과를 선택했는데,

이 전과는 아이가 너무 잘 활용을 하는 것 같아요.

 

숙제가 있을 때나, 문제집 풀면서 요약내용으로만 이해하기 힘든 부분등에서 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재미있는 내용들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재미삼아 오빠의 전과를 꺼내 볼 정도로 좋아하네요.

 

심지어는 한밤중에 이불속에서 손전등 켜고, 몰래 보다가 혼 날정도로.. 아이가 즐겨보기까지 하니까요.

 

딱딱한 학습이 되기 쉬운 전과를 아이들이 좋아하고, 자주 꺼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신경 쓴 출판사의 노력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 학년에도.. 저희 아이들은 계속 천재의 전과로 알찬 공부를 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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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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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나이가 대체.. 몇살부터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아마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될 것 같다.

늘어난 주름살과 쳐진 피부를 보면서, '나도 늙어가는 구나~'라고 느낄테고,

어느날 찾아온 갱년기로 달아오르는 볼과 한없이 흐르는 땀에 당황할 것이다.

또는 앞으로 더 늙게 될 자신이 두려울 지도 모른다.

30대를 살고 있는 내가 50대가 되면..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짐작을 해본다.

단지.. 짐작이다.

바로 나의 일이 아니면 그저 짐작만 할 뿐.. 당사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는 없다.

 

도피행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지금의 내 생각들을 대비시키며, 주인공인 타에코를 바라보았다.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했을때... 과연 타에코처럼 살인을 저지른 개를 데리고 도피행을 감행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없이 쓸쓸하게 외딴 곳에서 홀로 사는 삶을 선택했던 것이 옳은 행동이었을까? 

아니.. 옳다기 보다 이해는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딱 반반이라고 스스로 답했었다.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도피행을 감행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의 마음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녀라면 도피행을 선택했을까?

그건.. 아니었을것 같다.

남겨진 가족들과 내가 사랑했던 삶을 팽개치고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약!!!

 

결혼을 하자마자, 한 남자의 아내로써, 나의 모든것을 그에게 맞추고, 그를 위해서 헌신했다면,

생살같은 두 딸을 지극 정성으로 아낌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배려해주고 키웠다면,

그리고.. 그들에게서 어떤 사랑도, 위안도 받을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갱년기를 보내고,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혼자 동네바깥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고 운전면허증조차 없이 살아온 나이 50의 여인이라면,

세상에서 완전히 배척당하는 느낌 속에

단 하나.. 변함없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개가 있다면,

그래도 역시 도피행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타에코는 엄마이고, 아내라고만 여겨질 뿐 여자로써, 인간으로써의 존재가 아니었다.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 남편도 있고, 필요할 때면 엄마편이 되어 주던 둘째딸이 있었고,

냉정하지만 현명하고 이성적인 큰 딸도 있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개가 딱총을 터뜨리며 괴롭히던 아이를 공포심에 그만.. 물어서 죽게 만들었을때,

그로인해 세상사람들의 지탄을 받게 된 현실에서 아무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살인을 저지른 개는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순서였다.

그 때.. 타에코는 깨닫는다. 늘 그녀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그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던 존재는 그녀의 가족이 아닌 바로 그녀의 개 '포포'였다는 것을~.

그녀의 마음이 아플때, 그녀를 바라보던 따뜻한 시선을 주는 이는 포포였고,

그녀가 그동안 그 집에서 외로움을 미쳐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이유도 바로 포포였다.

이제.. 아홉살이 되어버린 늙은 개.. 포포..

 

그녀에게 포포는 단순히 '개'가 아닌,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이고, 친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포포의 죽음을 더이상 나약하게 지켜보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도피행을 결심한다.

남편이 따로 챙겨놓은 비자금을 챙겨서 그녀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한밤중에 집을 탈출한다.

혼자 살 노후를 대비하고, 아내인 타에코를 그의 동료보다도 못한 존재로 여기는 남편과

결국은 제 인생이 먼저인 두 딸을 남겨두고......

 

쌀쌀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그렇게 포포와 길을 떠난다.

이제.. 그녀는 더이상 가족들에게 쓸모없게된 퇴물이 아니다. 그녀에게 더이상 가족이 필요없어진 것이다.

그녀에게 외로움과 아픔과 수치심을 안겨주던 가족을 버리고, 포포와의 새로움 삶을 시작한 것이다.

가족과 영영 이별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한없이 슬프지만,

함께 있으면서 가슴시키게 외롭게 만드는 가족에게서 벗어날 때 차라리 외롭지 않고, 슬프지 않을 만큼 그녀의 외로움은 깊고, 고독감은 컸던 것이다.

 

타에코는 함께 사는 동안에도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과 딸들은 알면서도, 혹은 알지도 못한 채 그녀에게는 무관심한 사람들이었다.

큰딸이 입시학원을 다니던 고등학교시절 늦게 돌아오는 딸이 걱정스러워 얼어붙을듯이 추운날에도 매일밤 마중나가고, 입사 첫해에 매일 새벽에 택시로 집에 오는 딸을 기다렸다가 목욕물을 받아주고, 뜨거운 스프를 먹여 잠자리에 들게 해준 엄마인데... 잠시동안 포포와 머무르게 해달라는 부탁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싹둑 거절하는 딸에게...

타에코는 이제 여자로써 끝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자신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노후를 제멋대로 준비해버린 남편에게,

더이상의 사랑도 관심도 받을수 없는 존재란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의 절망감의 크기를 과연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아마.. 함께 살아온 날들, 정성과 사랑으로 대해왔던 수많은 날들에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떠난 것이다. 

늙은 개와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도피행을 떠나.. 과연 얼마나 잘살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날수 밖에 없었던 타에코의 외로움과 쓸쓸함과 슬픔에 잠시나마 동화되어 가슴이 시려왔다.

 

도피행을 떠나 포포와 단둘이 살던 동안,

타에코는 오랫만의 평화를 느낀다.  행복감에서 오는 평화라기보다.. 집에서 느끼던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그녀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리라...

 

타에코는 나의 엄마이고, 나의 미래이다.

어릴적 그렇게 매달렸던 엄마의 품을 벗어나, 이제는 늙어버린 엄마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로,

사랑도, 관심도,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해주지 못하는 냉정하고, 매정한 딸이 되어버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한없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체..얼마나 오랫동안 나는 나의 엄마를 이토록 외롭게, 허무하게 내버려두고 있었던 것인지....

타에코의 딸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내 모습을 깨우쳐준 아프고, 시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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