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정채봉 전집 동화 4
정채봉 지음, 오정택 그림 / 샘터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저의 학창시절의 대부분은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였습니다.

그 때는 그림책보다 글자가 많은 책이 대부분이었고, 약간 누런 종이에 작은 글씨가 빼곡한 책을 읽곤 했었지요.

때론 세로로된 소설책을 읽게 될 때도 있었는데... 순전히 내용에 푹 빠져서 읽곤 했던것 같아요.

그런 종류의 책을 읽다가 만화인지~삽화인지~ 구별이 안되는 그림이 잔뜩 있는 책을 호기심에 구입해서 읽은 적이 있었어요.  가볍게 즐기면 읽으리라 예상했던 그 책의 제목이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그때 이 책의 작가를 가슴 속에 꼬~옥 담아두었었죠. 짧은 문장 속에 함축적으로 들어있던 깊은 의미가 정말 가슴이 와닿았었거든요.

 

그 분이.. 바로 {정채봉}선생님이셨어요.

그 후로도 몇번 정채봉선생님의 책을 읽기도 했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책을 읽은 기억이 없던터라,

오랫만에 우연히 발견한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라는 책을 얼른 집어들었습니다.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는 오래전에 쓰여진 동화입니다.

정채봉선생님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참으로 아쉽고, 아까운 분이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과거의 책으로나마 만날수 있게 되어 참 감회가 새로웠어요.

예전엔 정채봉선생님의 성인대상의 책을 읽었던 터라, 동화책을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제 아이엄마가 되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책을 읽게 됨이 새삼스럽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많이 변했고, 우리의 주의를 끄는 소재가 점점 자극적이고, 강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다보니,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의 책 내용이 밋밋하고, 너무 꾸밈없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과연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할ㄲ?하는 의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채봉선생님의 책을 글을 읽으며 자극적인 즐거움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글 속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깨달아가는 즐거움과 순수한 마음과 순리대로 살아가고픈 의도를 전달받는 것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점점 도시화가 되어가고, 푸르르고 따스했던 자연을 느끼기 힘든 요즘,

동화속에 등장하는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과 어울어진 자연의 포근함이 작가의 따스한 마음과 만나 그 어떤 동화보다 꾸미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동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동물이지만,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끝없는 욕심과 욕망이 아닐까요?

또한 내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사랑할 줄도, 타인을 사랑할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함을~  언제나 사랑하고 살아야 함을~ 조금도 어렵지 않은 그의 언어로 담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화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얼굴의 가운데에 있고 싶은 눈,코,입,귀가 서로 다툼을 합니다.

그리고.. 군형과 조화와는 상관없이 서로 원하는 자리를 차지해버립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도, 자신의 역할도 모두 무시하고, 그저 좋은 자리만을 차지하려는 얼굴들이 과연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쉽고 재미있는 소재이지만, 결국은 인간의 본성과 욕심을 타이르는 작가의 깊은 조언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이 책 속에는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라는 동화를 비롯하여, 8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찍 세상을 떠나버려서, 다시 만날 수 없는 고 정채봉선생님을 아쉬워하며,

글 속에 담긴 그의 따뜻한 마음과 더 행복하고, 좋은 세상꿈꾸던 그의 바램을 느끼며 읽은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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