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소문난 옛날 맛집 전이라는 제목.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이 제목을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보면서,

"그래, 맞아. 음식은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것이야~"라고 다시한번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감상에 젖게 한다.

 

책의 저자인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는 지방소도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살고 계시단다. 그래서 자신이 먹은 음식들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히 먹었고, 지금도 먹고 있는 음식들이라 한다. 

때로는 자질구레한 음식들에도 문화가 깃들어져 있고, 우리의 사랑이 묻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책 뒷장의 에필로그를 읽으며,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먼저 짐작을 하게 된다.

추억과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그리고.. 읽어 본 소문난 옛날 맛집 전은 예상그대로,

추억이 얽히고, 회상이 섞인 음식이야기가 나온다.

다른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더 진하고, 때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는 점이다.

거기에 맛 칼럼리스트가 전하는 음식의 의미와 유래, 특징을 듣게 되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추억담을 읽을 때면, 내 기억속의 음식들이 자꾸만 생각났다.

십여년 정도되는 작가와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음식에서 비슷한 감정와 경험을 느끼게 됨이 반갑고,

고작 십여년 인데도, 어떤 음식은 너무 생소해서 추억과 입맛에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내가 기억하는 호떡은 쫄깃쫄깃한 요즘의 그 호떡일 뿐이라, 세상에 나타날때부터 그런 호떡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추억하는 호떡은 속이 빈 바삭바삭한 호떡이라, 그는 쫄깃한 호떡을 먹으면서 옛날의 호떡 맛이 추억하고 있는 것이 그렇고,

 

무더운 여름... 땀을 식힐 때 먹던 냉면인줄 알았는데,

한겨울.. 뜨거운 아랫목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냉면이 그렇고,

 

나에겐 그저 간식중에 하나일 뿐인 호두과자를

볼때마다 꼭 사먹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가 또 그렇다.

휴게소에서 절대 거르지 않고, 호두과자를 사오시는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가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어느날 문득.. 못견디게... 꼭 먹어버리고 싶은 음식이 떠오를때가 있다.

별 맛도 아닌 것이, 생각이 나면 먹고 싶어서 견딜수가 없다.

먹고 싶을때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이유는 그 음식의 맛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몸살이라도 날라치면,

어릴적 먹던 죽이 먹고 싶어지고,

죽이 생각나면 근심스럽게 죽을 끓여주시던 엄마가 떠 떠오른다.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비단 맛 뿐이 아니다.

그 음식을 먹던 기억과 추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고,

사랑을 담아, 정성껏 만들어 준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라면,

시간이 흘러도 전혀져오는 그 사랑에 가슴 뭉클해지는 것이 바로 음식인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생활이 변하고, 우리의 입맛이 바뀌어 예전의 그 맛이 찾기는 어려울 지라도 말이다.

 

음식이란 것이 이런 것이다 보니,

때로는 기억과 기분이 엇갈려,

웬지 마음이 불편한 음식도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시절, 월급날이면 막거리 한잔을 걸친 후 풀빵 한봉지를 사오시던 아버지와 누런 월급봉투,

배고픈 시절에 풀빵을 맘껏 먹고 싶어서, 풀빵장수가 되는 것이 소원이던 아이의 기억속의 풀빵은 얼마나 먹고싶고, 달콤하고, 애틋한 풀빵이었을까..

그런데 이 풀빵이란 것이 일본에서 온 음식인데다가, 일본 왕실의 문양인 국화를 새긴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애틋한 추억속의 풀빵을 어떻게 봐야할지... 곤란한 느낌마저 든다.

 

경상도 태생의 60년대 남자와 전라도 태생의 70년 여자가 만나 결혼한 우리 부부가 동떨어진 사람들이라고 느끼는 순간에 음식이 큰 몫을 차지한다.

막걸리를 보면 곰삭은 홍어회를 떠올리고, 젖갈향이 진한 묵은 김치가 떠올라서 안달인 나를 보면서,

남편이 했던 말은

"홍어가 그리도 좋나? 난.. 그거.. 영 입에 안맞아.."

나 또한 납작한 만두피같은 것에 잡채 몇가닥 끼어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안달인 남편을 보며,

"그게.. 만두야? 만두피지."라며 이해할 수 없는 음식이라 생각한다.

경상도 산골에서 자란 남편은 생선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기껏 먹는것도 짭짤한 간고등어같은 짠생선들이다.

바다음식도 흔했던 나는 짤짤한 음식은 질색이다. 맵지않고, 짜지않은 음식을 좋아하니, 때로는 각자 먹을 음식을 따로 준비하기까지 한다.

어린시절부터 먹던 음식으로 인한 입맛은 아마도 평생 가는 것인가보다.

그래서.. 패스트푸드회사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등을 구비하며 일찌기 입맛을 길들이는 것이리라.

 

추억의 옛날 맛집전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음식들에 대한 유래와 맛,맛집,추억,기억,상식들이 가득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것.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해도 지루하지 않을만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과 향수에 울컥울컥 눈물이 나기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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