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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이후의 세계
김정희원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른 것을 뜻한다. 공평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고른 것을 의미하며, 올바름은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뜻한다. 그럼, 우리는 공평하고 올바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다시 물어 공정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마 그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어 집필했다는 이 책에선, 공정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적절한 답을 제시한다.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공정이 우리가 기대하는 공정이 맞는 것인지, 누군가를 찍어 누르고 밟아가며 올라서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대두되는 사건들을 예로 들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사회에 만연한 '공정'이라는 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이 책엔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무엇보다 강하고 따뜻한 연대를 느낄 수 있는 책이며, 냉철한 다정함에 퍼뜩 깨어나 현 사회의 모습을, 내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성을 진단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회에 짙게 깔린 오랜 풍토가 잘못된 것이며, 그것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세상 무엇보다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쉽게 목소리를 낼 수도, 그 목소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야기를 꺼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조금씩이나 목소리를 내고 변화한다면 세상 역시 달라질 것임을 기대하고 희망한다. 하여, 나 역시도 작가의 말에 위로를 받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할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좋았던 글들이 참 많았고, 최근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친절한 책이었다. 쉽게 쓰여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해 확실히 깨닫고 생각하는 과정을 많이 반복했던 것 같다. '공정'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또는 그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는 것에 바빠서 무엇이 문제인지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의 이야기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고. 공정함이라는 말 뒤에 남겨지고 버려진 이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걸 참 많이 실감했던 것 같다. 더 나은 공정을 향해서, 낙오되고 상처 입는 사람 없이 모두를 끌어안을 세상을 바라게 되는 책이라 의미가 깊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