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의 방정식 -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과학적 원리
스즈키 유 지음, 정현옥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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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인 의미로 운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운을 의미한다. 예기치 못하게 불현듯 마주치게 되는 기운,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운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운의 힘을 믿는다. 꼭 커다란 성공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운이기에 나는 운의 긍정적인 기운을 믿는 편이다. 모든 성공에 운이 따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운이 따른다면 조금 더 비약적인 성공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마 운은 사람의 행복 중 꽤 많은 부분에 관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운의 방정식>은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인 스즈키 유는 성공을 좌우하는 최대 요인을 운이라 보고, 수많은 과학 논문과 수백 명의 인터뷰를 통해 운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성공하는 데 있어서 개인의 능력보다는 운이 더 큰 작용을 하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우리 주변에 산재한 스쳐 지나가 버릴지도 모를 운을 발견하고 붙잡을 수 있는 훈련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운을 붙잡는 능력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며, 행동력, 인지력, 지속력, 회복력이 있다. 행동력은 평소 하지 않았던 활동으로 기회를 만드는 능력, 인지력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을 인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속력은 행운을 유지하는 능력이며, 회복력은 상처를 극복하고 재도전하는 능력이다. 행운은 총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 네 가지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위의 능력들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개선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책의 중간중간 각 능력별로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고 검진할 수 있는 리스트가 정리되어 있는데,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여 저자의 조언대로 실천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운을 정말 이런 노력으로 붙잡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일단 저자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내게 도움이 되는 능력을 키우는 게 안 좋은 결과를 보여줄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책에 실린 리스트 중에는 지금 실천하고 있는 항목들도 있고, 필요할 것 같은 항목들도 꽤 많이 있었는데 앞으로 천천히 훈련하고 다듬어 볼 생각이다. 그럼 정말 기적처럼 어느 날 좋은 운을 마주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반신반의하게 되는 책이었지만 혹시 너무 불운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더 많은 운을 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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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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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SF 연작 소설집이다. 뒷장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다가 알았다. 이 소설은 포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걸. 그리고 소설의 대부분이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라는걸. 그도 그럴게 소설 속의 참 많은 부분이 실제 작가의 삶과 닮아 있다. 그래서 어쩌면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가 가장 많이 담긴 소설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말을 다 읽고 보니 어쩐지 책장을 다시 뒤적거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따로 표시해뒀던 문장을 여러 번 되돌아 읽어보고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해양 생물들을 주제로 한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말하는 문어를 시작으로 '나'와 '위원장님'은 자꾸만 말하는 해양 생물들을 마주치게 되고, 그때마다 정체 모를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에게 연행되고, 취조 받고, 풀려나는 과정을 반복한다. 난데없이 대학 본관에 나타난 문어와 러시아어를 하는 대게, 루비빛 상어 등 엉뚱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처럼 다가오지만, 조심히 들여다보면 바다와 인류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시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적당히 진지하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전달해 쉽게 읽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동자의 생존권과 장애인의 이동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현재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사회의 현안들을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이야기들, 또는 전혀 모르고 넘어갔을 문제들을 해양 생물들과의 기묘한 만남을 통해 조망한다. 어쩌면 황당하고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를 이야기 속에는 치열한 투쟁의 움직임과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저항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작품 속 문어가 집요하게 외쳤던 문장이 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이 말이 내겐 꼭 경고처럼 느껴졌다. 세상이 점점 망가져 가고 있으니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렇게 안일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아마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처럼 종을 뛰어넘은 연대가 필요한 세상으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미 그런 세상으로 발은 디뎌놓았다면, 부디 모두의 목소리가 모여 터전을 지켜내는 물결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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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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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힐링 소설이다. 부잣집 사모님은 선여휘 여사가 '선녀'라는 닉네임으로 중고 마켓에 물건을 사고팔면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사연을 듣고 아픔을 희석하는 이야기다. 선여휘 여사의 중고 거래를 따라 함께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녀의 삶과 아픔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사람들의 따뜻함 마음에 위로받는 모습을 보면서 몽글해지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중고 거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 물론 선여휘 여사의 중고 거래엔 마냥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선하고 순박한 사람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포근한 분위기가 돋보였던 사연들이 있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중고 거래를 하기 위해 나온 중년 남성이나 은퇴를 앞둔 장대높이뛰기 선수, 화가의 꿈을 포기하기로 한 청년 등 여사의 중고거래는 그저 물건만 거래하는 데에 목적이 있지 않다.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고 좋은 기운을 되돌려주는 것. 누군가에겐 새로운 희망이, 또 누군가에겐 간절하게 바라던 꿈이. 중고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새로운 행복이 찾아드는 것 같아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값비싼 명품들을 턱 없이 저렴한 가격에 내어놓는 선여휘 여사를 보면서 누군가는 중고마켓이 부자의 놀이터 정도로 전락한 기분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작중의 양 과장이 느꼈던 감정처럼 말이다. 하지만 선여휘 여사에게 중고마켓은 단순한 놀잇거리가 아니라 숨통을 트이게 하는 유일한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아들 용재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10여 년의 세월을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까. 바쁜 딸과 자택이 아닌 빌라에서 기거하는 남편. 누구 하나 속내를 제대로 털어놓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마음의 짐을 털어 내는 것은 여사의 소소하고도 기쁜 유일한 취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 비슷한 류의 힐링 소설들이 많이 보이는데, 여러 소설들 중 중고거래를 소재로 이용한 신선함이 있는 작품이다. 슬프고 화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흡입력이 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겐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소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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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이하진 지음 / 열림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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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임새 있는 소설이다. 어지러운 물리학 이론들에 복잡함을 느끼면서도 결말이 궁금하여 읽을 수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결말이란 게 과연 존재할는지. 한 사람을 위한 발걸음이 모두에게 향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끝이 궁금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와 평범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 RIMOS에서는 이능력을 가진 사람을 발현자로, 아직 능력이 발현되지 않은 사람을 잠재자로 명명했다. 높은 발현도의 이능력자인 미르는 교란 판정을 받은 건을 위해 RIMOS에 왔다.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가는 건을 살리겠다는 목적 하나로.

좌절하고 또 좌절하며 나아가는 미르의 발걸음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무효 이론의 발견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기록들이 미르의 삶 전체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왠지 서글프기도 했다. 건의 교란의 시작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러가는 순간까지 미르에게는 단 한순간도 맘 편히 숨을 내쉴 수 없었던 것 같아서, 그 절망적인 좌절의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 없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미르가 품은 감정이 건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건을 향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저 포기할 수 없었던 그 모든 나날들의 기저에는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놓여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속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 좌절을 반복하며 나아가는 사람과, 비관하여 그릇된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는 사람과 이제는 잊을 때도 되지 않았느냐며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작품 안에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비극을 잊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분향소를 찾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보면서 어딘지 낯익은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외면할 수 없는 사회의 한 모습이 떠올라 마음의 무게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느꼈는데, 뒤편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면서 역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국엔 잊혀가고 있는 비극들이 있다. 이 소설을 보면서 따뜻함을 느꼈던 건, 기억하려 애쓰는 사람들의 움직임 덕택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접한 완성도 있는 소설이었다. 모든 것이 꼼꼼하게 집필되어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쾌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장황하게 펼쳐진 물리학 이론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도 이 소설을 재밌었다.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사일러스였다. 단단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망가져 버렸을 땐, 그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을지. 그 감정이 이해가 돼서 가장 마음이 쓰였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천천히 읽느라 완독하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지만, 후회가 없는 작품이다. 읽어보고자 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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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무서운 사람들을 위한 책 - 불안 전문 심리치료사가 알려주는 스트레스 없는 대화법
리처드 S. 갤러거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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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스몰토크의 필요성을 깨달은 때가 많다. 특히 상사화 함께 있는 경우가 그랬다. 단둘이 남겨진 침묵이 너무 어색했고,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얘길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운 주된 고민이었다. 업무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회의라면 딱히 상관없었지만, 밥을 먹으러 이동하는 순간이나 카페에 앉아 같이 커피를 마시는 순간들은 내게 참 곤욕스러운 시간이었다.

어떤 상대든 대화도 술술 잘 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지인의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의 대화 능력이 부러웠던 적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대화를 못할까 하는 자조적인 생각들과 어디서 잡담하는 기술이라도 배워볼까 하는 진지한 고민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을 유심히 들어보면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에 타인의 대화 내용을 곱씹어 보기도 했지만 적용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도 '대화를 잘 하고 싶다!'라는 소망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마음 한구석을 채우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보면서 위로가 됐던 건, 대화를 잘 이끌어가지 못하는 이유가 소통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말을 꺼냈을 때 상대가 보일 반응이나 내 말이 가져올 사회적 결과를 걱정해서 말을 꺼내기를 주저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 말에 꽤나 많은 공감을 했다. 실제로 사람들과 있을 때 대화거리를 끊임없이 생각해 보지만 이 말을 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면 그래, 차라리 말을 하지 말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입을 닫게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저자는 이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며, 대화의 기술을 터득하고 나면 누구보다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대화를 잘 하는 건 성격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연습과 노력으로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겼다.

대화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게다가 책의 뒤편에는 대화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감정에 반응하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반응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게 나에겐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는데, 저자의 조언처럼 앞으로 조금씩 학습하면서 개선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대화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대화를 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대화의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지금 당장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극복할 수 있는 물꼬는 터주는 책이기에 꽤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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