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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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힐링 소설이다. 부잣집 사모님은 선여휘 여사가 '선녀'라는 닉네임으로 중고 마켓에 물건을 사고팔면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사연을 듣고 아픔을 희석하는 이야기다. 선여휘 여사의 중고 거래를 따라 함께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녀의 삶과 아픔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사람들의 따뜻함 마음에 위로받는 모습을 보면서 몽글해지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중고 거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 물론 선여휘 여사의 중고 거래엔 마냥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선하고 순박한 사람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포근한 분위기가 돋보였던 사연들이 있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중고 거래를 하기 위해 나온 중년 남성이나 은퇴를 앞둔 장대높이뛰기 선수, 화가의 꿈을 포기하기로 한 청년 등 여사의 중고거래는 그저 물건만 거래하는 데에 목적이 있지 않다.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고 좋은 기운을 되돌려주는 것. 누군가에겐 새로운 희망이, 또 누군가에겐 간절하게 바라던 꿈이. 중고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새로운 행복이 찾아드는 것 같아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값비싼 명품들을 턱 없이 저렴한 가격에 내어놓는 선여휘 여사를 보면서 누군가는 중고마켓이 부자의 놀이터 정도로 전락한 기분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작중의 양 과장이 느꼈던 감정처럼 말이다. 하지만 선여휘 여사에게 중고마켓은 단순한 놀잇거리가 아니라 숨통을 트이게 하는 유일한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아들 용재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10여 년의 세월을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까. 바쁜 딸과 자택이 아닌 빌라에서 기거하는 남편. 누구 하나 속내를 제대로 털어놓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마음의 짐을 털어 내는 것은 여사의 소소하고도 기쁜 유일한 취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 비슷한 류의 힐링 소설들이 많이 보이는데, 여러 소설들 중 중고거래를 소재로 이용한 신선함이 있는 작품이다. 슬프고 화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흡입력이 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겐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소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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