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에서 유턴 열림원어린이 창작동화 4
이경아 지음, 조현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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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우울하고 불행한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특별한 위로.

<천왕성에서 유턴>은 행복지수가 낮은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삶을 지탱할 튼튼한 마음의 뿌리를 다시 찾아주는 책이다. 입시 스트레스와 성적, 가족, 친구 문제 등으로 많은 고민과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에게 당당하고 힘차게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걸음을 안내한다.

부모님의 이혼이 자기 탓인 것만 같은 은별이 낡은 게임기 속에서 튀어나온 바리데기를 만난다. 홀로그램이라 만질 수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친구이지만 은별에게만은 세상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준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속에 깊이 감춰둔 얘기들을 하나하나 꺼내놓으면서 점점 친밀해져가는 바리데기와 은별의 이야기는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혼자서 온갖 불행을 짊어진듯 서러웠던 하루하루가 바리데기를 통해, 또 영화만들기 동아리 친구들을 통해 점차 변해간다. 바리데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으면서 바리데기의 앞날이 결코 행복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동아리 친구들에게도 남모를 아픈 사연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하지만 아픔을 씩씩하게 이겨낸 친구들과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기로 한 바리데기를 보면서 은별도 굳은 다짐을 하기 시작한다. 삶을 쉽게 포기하기 보다는 한걸음 나아가 보기로.

위태로웠던 절망의 끝에서 다시 되돌아오기를 선택한 은별이가 기특했다. 아이들과 영화를 찍으며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은별이의 모습도 좋았고, 아이들이 완성한 바리데기 영화의 마지막 결말도 마음 따뜻해지는 내용이었다. 행복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 때, 외롭고 지칠 때 읽으면 위로가 되어줄 책이다.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을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 따뜻한 시간을 보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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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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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좀비 소설을 자주 찾아보는 편이 아님에도 이 작품집은 꽤 좋은 느낌을 가지고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저마다의 작품에서 참신한 소재들이 돋보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나 글의 퀄리티가 상당해서 여러 작품에 웃고 놀라고 공감하기도 했다.

표제작이었던 [좀비 낭군가]는 가장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다. 과거 시험을 보러 간 남편이 좀비가 되어 돌아오는 내용인데 전래동화를 보는 듯한 문체에 섬짓한 묘사가 잘 어우러져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직접 활시위를 당겨 좀비들을 퇴치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 덕에 작품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함께 실려 있는 구전 민요 덕에 더 스산한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역시 수상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메탈의 시대]는 개인적으로 좀 울컥했던 이야기다. 좀비가 되어서도 음악을 꿈꾸고 즐기는 좀비들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달까. 좀비 소설하면 으레 잔인함, 공포감, 두려움 같은 분류의 단어들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꼭 공포스럽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고 완성도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려준 작품이었다. 몰입도가 굉장히 좋았고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도, 결말도 좋아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외에도 [침출수], [삼시세킬], [화촌], [제발 조금만 천천히], [각시들의 밤] 도 즐겁게 읽었다. 각자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서 좀비라는 공통된 소재 하나로 이처럼 다른 이야기를 창작해낼 수 있구나 싶어서 감탄스럽기도 했다. 짜임새가 좋아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괜찮을 듯한 소설들이었고, 이렇게 참신하고 반짝거리는 이야기들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어 독서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흘러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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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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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 살의 폴은 외로움을 짙게 느낀다. 오랜 연인 로제가 있지만 언제나 차갑게 식은 널따란 침대를 바라보며 폴은 고독에 잠식되어 갈 뿐이다. 폴과 로제는 6년을 만난 오랜 연인 사이지만, 로제는 다른 여자와 하룻밤 밀회를 즐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폴은 로제의 늦은 연락을 기다리며 쓸쓸히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비참함을 느끼는 중이고.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견고한 무언가가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애써 지켜여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묶인 두 사람 사이에는 모순적이고 모호한 감정들이 자리 잡아 정말 사랑이 존재하는 게 맞는지 가끔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폴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스물다섯 살의 시몽에게 마음이 끌린다. 시몽은 로제가 주지 않는 열렬한 사랑에 폴에게 바친다. 언제나 그녀를 지켜보고, 그녀를 위해 늦은 밤 도로를 달리며,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고, 그녀의 사랑에 환희한다. 폴은 그런 시몽의 마음이 부담스러우면서 그의 관심에 기뻐한다. 그러나 폴은 자주 무기력하고 자주 고뇌에 휩싸여있다. 폴은 시몽의 모습에 모성애를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전 연인인 로제를 떠올린다.

시몽과 로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 폴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갈팡질팡하는 그녀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폴에게 있어 로제 의지할 수 있는 연인이자, 고독에 휩싸이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로제는 폴을 사랑하면서도 언제나 자신의 자유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폴이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리지 않을 것을 초조해하는 상당히 이기적인 인물로도 보인다. 구속을 싫어하는 자유를 원하지만, 폴을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상당히 모순적인 인물이랄까. 반면 시몽은 로제와 다르게 오로지 폴만을 원한다. 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두고 자신의 인생마저 돌보지 않는다. 폴에 의해 삶이 결정되고 감정이 널뛰는 사람이 시몽이다. 로제와 시몽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폴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시몽의 물음은 폴이 잊고 있던 모든 것을 환기시켰다. 자신의 삶에서 놓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브람스를 좋아했던가' 하고 생각하게 했던 시몽의 물음은 폴에게 자그마한 설렘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로제에 대한 사랑이 확실한 것인지 자문하게 될 만큼. 그럼에도 폴이 시몽이 아니라, 폴 자기 자신의 삶이 아니라 로제에게 다시 돌아간 이유는, 현실을 너무 깨달아서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웠던 시몽과의 나날들을 떠올리면 당연히 시몽을 선택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싶지만, 로제에게 돌아가는 게 어쩌면 지독히도 현실적이며 알맞은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로제에게 돌아감으로써 폴의 끝없는 고독은 계속되겠지만.

폴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를 바랐다. 로제가 아니고 시몽이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을 아끼고 보듬고 사랑하는 것. 브람스를 좋아하냐는 시몽의 물음이 잊고 살았던 여유와 평안함을 되찾아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무언가에 매여 전전긍긍하는 폴이 아니라 당당하고 빛나는 삶을 살아갈 것. 하지만 폴은 여전히 로제와 함께할 것을 선택했기에 역시 그 결말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누구든 쉽게 선택할 수 없었던 폴을 이해하지만 꼭 굳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다소 답답하기도 하다.

작가는 사랑의 덧없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랑으로 엮인 세 남녀의 모습에서 사랑의 덧없음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기에 작가의 의도대로 잘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혼란스럽고 모호한 감정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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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본 살인사건 스코틀랜드 책방
페이지 셸턴 지음, 이수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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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초반부터 몰입이 안 된다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소설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중간에 덮을까 말까 여러 번 고민할 만큼. 그래도 결말쯤 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끝까지 읽었지만 결말마저 내 마음에 드는 소설은 아니었다.

살인사건이라는 제목 탓에 너무 본격적인 미스터리를 기대했나 보다. 무거운 분위기는 전혀 아니며 상당히 가벼운 주제의 소설이다. 물론 가벼워도 스토리를 잘 풀어낸다면 문제가 될 건 없겠지만, 그렇게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의 심각성이나 해결 과정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달까. 살인사건이 아니라 다른 곳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라 미스터리라고 보기엔 상당히 어렵고, 소설이 주제에서 한참 벗어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범인이 드러나는 과정도 너무 허술할 뿐만 아니라 사건이 너무 허무하게 해결된다. 범인이 너무 예상치 못한 인물이라서 놀랄 법도 하지만 범인의 실체가 정말 뜻밖이라 황당함이 조금 더 크게 다가온다.

스코틀랜드의 특이한 언어를 보여주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사투리 같은 특유의 번역체가 있는데 그 때문에 몰입이 더 안된다. 주인공인 딜레이니도 사건을 해결한다는 명목하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느낌이 강하고. 사실 따지자면 주인공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건이지만, 주인공으로 설정된 탓에 너무 과장되게 실마리를 찾아 헤매는 것 같달까. 배려도 없어 보이고 참견이 많아 보이는 그저 오지랖 넓은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보여서 주인공에 대한 매력을 거의 못 느낀 것 같다. 캐릭터의 성격도 맘에 드는 편은 아니고.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증거를 혼자 몰래 가져와서 추리하거나, 증거를 모으겠다고 물불 안 가리고 마구 돌아다니는 모습이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안 된 부분이다.

갑자기 뜬금없는 로맨스가 끼어든다거나, 셰익스피어 2절 초판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거나. 이 소설이 흥미롭지 않았던 부분이 너무 많아서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살인사건을 해결할 핵심인 초판본이 발견된 과정을 자세히 풀어서 사건 발생 이유에 타당성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수상하다는 말만 끊임없이 되풀이될 뿐 별다른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사건이 갑자기 발생하고 갑자기 진행된 느낌이다. 기초 설계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또 범인을 숨기기 위한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련이 없는 인물들을 너무 엮어낸 것 같기도 하다.

읽느라 허비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무거운 미스터리를 기대한 탓인지는 몰라도 실망이 너무 크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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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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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성장하는 모습을 모처럼 주의 깊게 살폈다. 습관처럼 자기혐오를 해오던 여성이 마침내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이란, 조금은 지루할지 모르지만 그녀의 성장에 뿌듯하기도 하다. 지극히 일상적이라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어쩌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기에 특별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를 미워하던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좋은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과정은 언제 봐도 울컥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야기 속 나탈리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모든 것에 자신 없어하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나탈리가 보기 힘들기도 했다. 모든 일에는 자기혐오가 뒤따르고, 다른 사람의 말을 꼬아서 듣는 그런 나탈리의 모습에 피곤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루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나탈리는 성장해 있었다. 엄청나게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탈리는 꾸준히 성장했다. 여행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말이다.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새로운 일들이 그녀를 자신감에 차있게 만들었고,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이 혼자서 빛나는 삶을 꾸려갈 수 있게 됐다.

나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나탈리는 내 생각보다 강인한 사람이었다.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지만, 언제든지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벽에 부딪혀 우왕좌왕하고 패닉에 빠지기도 하지만,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를 통해 용기를 얻어 끊임없이 나아간다. 나탈리를 한심하게 보던 내 생각이 오만해지는 순간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것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없지만,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로서 자유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이 소설을 통해 위로를 얻고 방법을 배운다.

나탈리라는 여성을 통해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비단 이 소설을 여성에게만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어 줄 수 있는 소설이다. 나탈리의 성장에 비추어지는 빛이 부러워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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