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고 이 시집 전체가 작게 말하고 있을 뿐, 어떤 시도 직접적으로크게 말하고 있진 않다. 진은영의 정련된 이미지들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유와 감정이 들끓고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사유와 감정이 하나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다시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가졌다.

시인의 말
"불행이 건드리고 간 사람들 늘 혼자지."
헤르베르트의 시구를 자주 떠올렸다.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2022년 8월진은영

그러니까 시는시여 네가 좋다.
너와 함께 있으면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 - P10

나는 사랑의 민달팽이들을 풀어놓을 겁니다 - P15

ㅇ오늘은 나도 그런 노래를 부르련다비좁은 장소에 너무 오래 서 있던 한 사람을 위해코끼리의 커다란 귀같이 제법 넓은 노래를봄날에 죽은 착한 아이, 너를 위해 - P21

사랑의 전문가 - P27

나는 엉망이야 그렇지만 너는 사랑의 마법을 사랑했지. 나는 돌멩이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건드리자 가장 연한 싹이 돋아났어. 너는 마법을 부리길 좋아해. 나는 식물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부러뜨리자 새빨간 피가 땅 위로하염없이 흘러갔어. 너의 마법을 확신한다. 나는 바다의일종. 네가 흰 발가락을 담그자 기름처럼 타올랐어. 너는사랑의 마법사, 그 방면의 전문가. 나는 기름의 일종이었는데, 오 나의 불타오를 준비. 너는 나를사랑했었다. 폐유로 가득 찬 유조선이 부서지며 침몰할 때, 나는 슬픔과망각을 섞지 못한다. 푸른 물과 기름처럼. 물 위를 떠돌며영원히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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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쁨과 긍정의 역량을 갖춘, 그러면서도 그게삶에 대한 기만으로 추락하지 않고 삶을 추동하는 진실한 힘으로 기능하는 문학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요즘 저는 그걸 고민합니다. - P72

저희 집에 쌓인 책…………. 아예 말을, 말고 싶습니다. 아침에 깨어나 책무더기를 보고 한숨을 쉬고, 한밤에 잠을 자기위해 불을 끄며 저를 둘러싼 책무더기 때문에 또 한숨을 쉽니다. 읽은 책은 버리는 게 원칙인데도, 읽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제 꿈은 책 없는 곳에서 음악을 듣는것입니다. 그런데 책이 있으니 음악을 들으며 책을 뒤적이게됩니다. 화장실에 갈 때 책을 들고 가는 사람이 있지요. - P83

영화를 보는 데 두 시간을 바쳤으니 본전 뽑아야죠.
영화를 본 후에 의식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문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반드시 영화를 모시게 되죠. 이건 제가 문학주의자여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저는 시작부터 문학을 의심했어요. - P93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걸레는 겨울에는 꽉 짜야 하고, 여름에는 물기를 좀 남겨둬야 한다." 여름에는 물기가 금방 증발하니까요. - P95

약좀 주소약 좀 주소신약 좀 만들어 주소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가먹었던 그런 시시한 약은 말고죽었던 사람도 다시 살아나는 약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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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길도 없이 달려올 때우리는 서로의 눈을 가려주었지 - P25

놀이를 하기 위해 억지로 눈물 흘린 적은 없었지만 눈물을그치기 위해 이 놀이를 하던 때는 있었습니다. - P13

온갖 무렵을 헤매면서도멀리만 가면 될 것이라는 믿음그 끝에서 우리는우리가 아니더라도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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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오랫동안 곱씹게 되는 책이 있다. 읽을 때 의미를 알 수 없었고 시간이 오랜 지난 후에도 좀처럼 파악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책이 내게는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이 그런 책이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거실바닥에 자그마한 언덕을 이루고 있지만, 한글날 연휴 초입에 굳이 『더블린 사람들』번역본을 구입해 꺼내든 것은 이책에 실린 열다섯 편의 단편 중 알쏭달쏭한 몇몇을 다시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P151

때론 호승심(好勝心)이 썩 괜찮은 결과를 빚어내기도 한다. 2학년 1학기 때 ‘영시(英詩)의 이해‘ 수업을 들은 것이대표적인 예다. 수강 신청 시즌에 과방에 앉아 다음 학기엔뭘 들을까 고민하면서 수강편람」을 뒤적이고 있으면, 선배들이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곤 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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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빨아 조금씩 줄어드는 사탕처럼 단단한 단어가 입안에서 쉽게 굴릴수 있는 작은 단어로 변했다. - P44

워워원장님은 이제 말 안 더듬어요?
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 고쳐졌어요? - P74

창밖을보다가지치면 노트를 꺼내 빨간 글자를 읽었다. 혼자 조용히 말할땐 이렇게 쉽게 되는데 왜 사람들 앞에만 서면 더듬이가 되는걸까? 나 정말 좋아질 수 있을까? 원장의 말대로 정말 좋아진 걸까? - P69

내가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북쪽 세계의 끝, 얼음의 나라가있었어.
알아요.
아, 그래. 누가 벌써 해 줬나?
고고쳐졌냐고요.
99퍼센트 고쳐졌지. - P75

혀끝에 탁 맞고 상대방을 향해 쭉 날아가는 가볍고 단단한단어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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