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간디도 옛날엔 조폭이었대." - P87

긴 속눈썹 아래 형형한 눈동자 속으로 흘러들어올, 내것과는 다를 그의 인생을 위해 기도하는 여름밤이다. - P91

"즐겁고 터무니없는일상상해라."
그 문장을 읽자 내 마음에 초롱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 P95

"등 뒤에 추진장치가 있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멀리 가봐도 돼."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니. 그말은 왜 언제나 용기가 되는 것일까. - P113

탐이가 죽은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나는 이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중이야. - P127

나에게 사랑은 기꺼이 귀찮고 싶은 마음이야.
나에게 사랑은 여러 얼굴을 보는 일이야.
사랑한다면 그 모든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부지런해지고 강해져야 해. - P131

그게 바로 내가 되고 싶은 최고의 나야. 고통과 환희가하나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는 듯이, 비와 천둥의 소리를 이기며 춤추듯이, 무덤가에 새로운 꽃을 또 심듯이, 생을 살고싶어.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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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면 선경씨 남편이 아궁이에 불을 때주신다. 불앞에서 선경씨와 남편은 거친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것은오래된 부부의 농담이다. 쑥스러운 시절 같은 건 진작에 지나버린 연인, 농담 같은 면박, 면박 같은 사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으며 그들은 불을 지핀다. 넉넉히 넣은 장작덕분에 방바닥은 절절 끓고, 나는 두꺼운 요 위에서도 등을 지지며 잔다. 뒷산 고라니가 취객처럼 울어도 안 깬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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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악감독이라는 위치에서 그들의 활동을 꾸준히지켜봐왔고, 때로는 작곡가 후지쿠라 다이 군에게 부탁해워크숍을 열거나 아이들의 합숙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 P331

오랜만에 뉴욕에 돌아오긴 했지만 특별히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라, 새장 속 홰위의 새처럼 소파에 누워 한가롭게 보냈습니다. 굳이 한 일을 찾아보자면 장서 정리 정도겠네요. 원래 일시 귀국을 예정으로 일본에 갔던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짐은 집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 P345

이것으로 저의 이야기는 일단 마칩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P355

사카모토 류이치 씨와,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모른 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2023년 3월 8일이었다. 그로부터 20일후인 3월 28일 새벽, 사카모토 씨는 세상을 떠났다.
3월 8일 전야에는 보름달이 떴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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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그만두고 싶다 - P138

나는 번번이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없었지만 그랬을 것이다 모르는 연필을 꼭 쥐고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 P139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정 물질이 되어갈 때마다 - P137

그곳에 대하여 그곳에서 만났던 그곳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에 대하여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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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캐스터의 말에 나를 포함해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모두각자가 맡고 있던 각도로 피사체를 한번 더 조여 잡았다. - P259

"니는 집 좁다는 얘길 몇번을 하나!" - P261

다시 이어지는 차가운 침묵.그야말로 살얼음판인 집안 상황을 알 리 없는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목소리만 그위로 미끄러지듯 활기차게 울려 퍼졌다. - P262

전에는 몰랐는데 경기와 경기 사이에, 경기 전 중계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너무 많고, 불필요하게 길다는생각이 들었다. 집 안에 있는 모두가 어서 경기가 시작되고, 선수들이 얼음 위를 질주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 P264

마침내 선수들이 모두 출발선에 섰다.
몸을 낮췄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 P265

쇼트트랙 규정상 선두와 두바퀴 이상 차이가 나면 뒤선수는 모두 실격이죠?" - P266

"맞다. 니 던진 그 닭다리 말이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혹시 느그 아빠 양말이가?" - P273

"공주야, 맛있어?"
"응. 맛있어. 너무너무 맛있어." - P280

"아무 생각 말고 자, 우리 딸." - P280

나는 일부러 닫힘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누군가의 부모가, 엷게 웃으며 끄덕이는 다정한 중년부부의 모습이,
양옆에서 동시에 밀려오는 철문에 가려지고 가려지다, 이내 사라졌다. - P286

"너네 소련은 아니?"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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