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아이가 피아노를 좋아한 덕에 우리에게 준 게 많다. 1년에 두 번은 연주회에서 멋진 곡을 들려주었고, 집에서 연습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 P35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에 아이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전자피아노의 볼륨을 아주 작게 해 놓고 치고 있지만 내 귀는온통 그 소리에 가 있다. 정말 듣기 좋다. 그 소리가 내겐 위안이된다. 늘 자신의 유용함을 증명하고 보여 줘야 하는 이 세상에서,
무목적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매개를 가지고 있다는 건 무척 든든한 일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만의 운율에내가 귀 기울일 수 있다면, 힘겨울 때 좀 덜 힘겹고 외로울 때 좀덜 외롭지 않을까. - P39

그래서 드는 생각, 나의 현재를 여여하게 살아가고 싶다. - P47

내리는 실비를 맞으며 음악 소리 따라 두 시간을 떠다녔다. 뱃삯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그 값보다 만족도가 높아 기분 내고싶을 때 다시 타고 싶다. 약값이나 병원비 지출이 부쩍 많아진 지금 보면 뭐, 이런 사치 누려도 된다. - P53

올여름,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는 나는 또 누구의 전화를 받을까. 그때도 혼술하고 있겠지. - P73

몸과 정신의 이상 변화는 내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뭐가 잘못된 걸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면서 나의 잘못된 습관과 생각에 대해 차츰 알게 되었다. - P81

도시와 달리 여행지에서의 독서는 깊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책을 읽을 수 있고, 내용을 헤아리고 생각을 정리해서 다른 사유를 불러올 수 있다. 일에 매몰되면 독서의 즐거움을 잊는다. - P85

학생 시절, 장 그르니에 같은 스승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알베르 카뮈의 스승인 장 그르니에는 마음에 깊이 남는 에세이를쓴 작가이지만 무엇보다 참스승이다.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평범한 여자 사람처럼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해 보는 게 나의 꿈입니다.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그렇다면 죽이기 위해 잉태하려고 하는 장애인이 있어도 괜찮은 거 아닌가?
그걸로 겨우 균형이 잡히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는 자신들이 서 있는 견고한 지면 아래, 땅속 미로를 흐르는 비밀에 싸인 암흑의 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것을 실제로 본 자는, 그것을 보고 이쪽으로 다시 돌아온 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그 슬픔을 무척 잘 기억했다.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또한 시간과 더불어 사라지지도 않는 종류의 깊은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만히 남기고 가는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까?접기

너는 미소 짓는다. 두터운 구름 사이로 희미한 햇빛이 새어나오듯이. "맞아, 아닌 게 아니라 불편하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듣고 보니 그렇네."
"마음이 굳는다라."

그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접기

얼마든지 멀리 달려가려무나. 벽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언제나 거기 있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노는 마음으로 여행지를 걷다 보니 애초 이곳에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마음의 개화가 이제 비로소 시작된 것 같다.

용화사 주변을 산책하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산길을 걷다가 용화사에 들러 하산하는것이고, 하나는 용화사에 먼저 들렀다가 산길을 오르는 것인데 소요 시간은 두 편 다 비슷하다.
미륵산까지 올라가서 편백나무 숲길을 걷는 코스를 추가하면 한 시간 정도 더 걸린다. 미륵산까지 오르는 길목을 택하면 통영 앞바다가 훤히 내보이는 ‘꿀 뷰‘가 선물로 주어진다. 나는 주로 산길로 진입해 동백나무를 끼고 걷다가 용화사 대웅전에 잠시 앉았다 오는 코스를 취한다.

귀를 열어 본다. 매미 소리, 새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눈을 감는다.

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피아노를 좋아했고, 중학교 다니는 내내 피아노를 치더니, 고등학교에입학하자 피아노를 전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음대 입시가 쉽지 않아 만류하고 싶었다.

아이의 쉼표까지 헤아려 주었으면 아이는 뒤에 남겨 둔 이야기까지 내게들려줬을 텐데, 그때는 그걸 해 주지 못했다. 그때 내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는 아이가 들려주는 피아노 연주로 느끼며,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윤이상은 음악으로 남과 북을 연결시킨 예술가다. 음악 때문에 그리워하던 고국에 오지못했고, 감옥까지 갔다. 그래서 윤이상기념관 바로 옆에, 윤이상이 생전 베를린에서 살던 집을재현해 놓은 이 집에 들어오니 마음이 무겁다. 독일에서 금의환향해 이곳 통영에서 오래 음악생활을 하고, 당신 손으로 윤이상 음악제를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래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겸허해진다. 수백 년 전 솜씨 좋은 목수가 나무 깎아 만들었을세병관 마루에 앉아 그 너머 산과 바다와 집들을 바라보니 호사가 따로 없다.

피부에 닿는 나무 감촉이 거슬리지 않고 온습도가 적당하고 시원하다. 기대거나 엎드려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거나 마루를 누리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다들 나처럼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가 보다. 여기 앉아 있으니 굳이 뭘 보태지 않아도 될만큼 느긋해진다. 멍하니 있는 게 가능한 곳이다.

그렇게 극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서울로 가는 막차에 오르니 잠이 쏟아졌다.
잠이 스르륵 들면서 이날을 잊지 못하겠다 싶었는데 지금도 떠오르는 걸 보니 맞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는 붓을 들어 이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 적었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벽에 붙여두었다. 후에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있어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

소녀들은 선생님이 친구의 글을 읽어주는 걸 듣다가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 P15

아직 좀 찹니다

나도 나이가 들어보니 알게 된 것이 있어

어떤 이들은 여전히 강에.

그 뱀이 나도 보았을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