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앉아서 생각해돈이 다 어디로 가는지여기 앉아서 생각해돈이 다 어디로 가는지음, 난 내 여자에게 가져다줘그녀는 그걸 벌써 다 써버렸지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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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이요는 연꽃밭에서 연잎 하나를 훔쳤다 - P57

이요, 어떤 시간은 살지 않고 그냥 비워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책 한 권과 함께 보낸 시간은 비워 보낸 게 아니라 살아낸 시간이래. - P59

그러나 그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장 멋진 일은 해변을 훔친 일이었다. 둘은 해변을 훔쳤다. 놀랍게도그곳에는 이요와 우영이 머무는 내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 우영과 이요는 아무도 오지 않는 바다에서 마음껏 수영을 하고 하늘을 보며 둥둥 떠 있었다. 마음대로 담배를피우고 불꽃놀이를 했다. - P65

네가 찍는 영화는 다 뻥이잖아.
영화는 뻥인데, 나는 아니야. 다 내 거야. 진짜 내 거. - P73

이요는 뿌리가 나는 사람이네. - P80

이요는 축축해진 손으로 우영이열어준 병뚜껑을 꼭 쥐고 그것을 보았다. 열릴 때 우그러져 팬 부분을 매만지며, 연잎이 잘린 줄기 끝 빼꼼 나온뿌리 몇 가닥이 꼭 작은 손처럼 보였다. - P80

그것이 그때 나의 오답 노트 작성이었고 하루 일과였고 관계 연습이었다. - P93

그러다 보면, 그들에게서 종종 비슷한 열망 같은 게 느껴졌다. 그건 자기가 읽은 책을 통해 자기를 소개하고,
이해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 같은 것이었다. - P102

나는 서서히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지는 않은 사람이되어갔다. 그건 그냥 어른이 되는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릴 때 하던 짓을 하지 않게 되는 자기중심적 상상을 덜 하고 이유 모를 원초적 쾌락보다는 쾌락의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가늠해보는. 내 기분보다는 타인의 편안함을 생각하는.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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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제 안의 결핍이 충족되는 순간에 확신으로 온다. 딸보다 더 딸처럼 굴었던 수경의 살가운 행동이 영실에게 확실한믿음의 증표가 되었던 것처럼. - P336

지금껏 나는 으스스한 감각 속에 독자를 몰아세운 채 홀연히 떠나는 백온유를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 소설들은 백온유 소설세계의 커다란 분기점이자,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작품이 될 것이다. - P340

알면서도 속아주는 마음으로, 다시 손가락을 걸게 하는, 깨진믿음의 조각에 얼굴을 비춰보는 인물들도 그렇게 다시 약속할것이다. 여전히 실패하면서도, 간절히 믿고 싶어하며. 그러다어느 날, 기적과 같은 순간을 마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 - P345

사람과 시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쏟았던 노력을 떠올려본다. 나만의 고유하고 독자적인 가치를 지키며 살겠다는 각오는 수시로 무너지고 어느새 또다시 사람을 의식하고 과거에구애받고 소문에 연연하고 있다. 이렇게 두리번거리며 살다가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발견하면 빤히 응시한다. 그들은 어떻게 사람과 시대를 감당하는지 궁금하기에. - P348

아마도 소설은 기만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지키려 한 이들을 위한 게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쓸 것이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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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김지완의 얼굴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고 낯익은 동시에 낯설었다. 나은우는 이제 변해갈김지완의 얼굴을 알 수 없다. - P33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오는 한 시기를 가졌다는 것에는이상한 자부심이 있었다. 나에게는 그런 시기가 있어. 그것은 과거가 죽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할까? 죽지 않은것에는 생기가 있고 살아 있는 냄새가 났다. 아픔은 사람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 P36

스물세 살의 나은우는 나은우만의 슬픔을 이해받고 싶어 안달이었다. 언어와 방식을 찾아다닌 건 어쩌면 그 때문이었다. 이제 이해가 돼? 이제 좀 돼? 그런 안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스물아홉 살의 나은우는 나은우만의 슬픔이 나은우만의 슬픔으로 간직되기를 바랐다. 이해도 오해도 싫다. 그저 그대로, 내안에 있는 것 그대로, 발설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김지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38

이요는 심드렁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냥, 또 훔칠 거 없나 하고. - P52

이요한테 자신이 있어 보이나 보다.
그건 또 처음 듣는 얘기네아니, 확실히 있어.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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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요리야." - P17

"아 그럼요. 당연하죠. 저 할아버지랑 밥 먹는 거 좋아했어요."
고모는 여전히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시선으로 그를 뚫어지게쳐다봤다. 그가 일부러 쾌활하게 대답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옛일을 기억하며 웃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 P19

대답은 시아버지가 했다.
"그래, 이제 제사를 치르도록 하자." - P21

조용히 넘어갔으면 했는데, 그 바람에 시부모님이 나를 쳐다봤다. 정말 눈치도 없지. 물론 고모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나는멋쩍게 대답했다. - P25

누구일까.
당신이 보고 있는 사람은.
그 순간, 할머니가 내게 숟가락을 던졌다. - P29

그래서 나는 외사촌들에게 대답했던 것이다. 너희들과 가지 않겠다고 엄마를 슬프게 한 다른 식구들과 어울리지 않겠다고 나는 엄마 편이니까. 우리 엄마한테는 나밖에 없으니까. 나만은 엄마를 절대 미워하면 안 된다고 - P37

어둠 속에서 나는 대답했다.
"개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참...... 시시하지? - P42

다 옛날 일이다. - P45

화가 난 게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말에 엄마가 자조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 P59

"응. 그런데?"
"지금・・・・・・ 무슨 계절인지 알아?"
"얘가 왜 이래 진짜." - P65

나는 웃었다. 할머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차를 빠르게 몰았다. - P73

"악귀다. 악귀, 마을에 들어와 사람들을 해코지하고 방해하는년, 그년이 없는 날 귀한 해콩을 삶는 거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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