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은 우리의 정체성이 유지될수 없을 때, 그 어떤 다른 탈출구도 불가능할 때,
우리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하는 방식이다. - P119

자신의 서툰 면, 어색한 면을발견하면서, 좀 머뭇거리기도 하고 수줍어하기도하는 자기 모습에도 적응하게 된다. 그간 모르고있었겠지만, 이 역시 자기 자신이다. - P121

이런 우연은 궁극적으로 일종의 자기 실험이된다. "난 운명이 내게 보낸 복잡한 문제와 함께 이상태를 생각했다. 난 그 안에 몸을 담갔다. 난 곧바로물가에 도달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나를 느끼고, 나를발견하는 상황에서 나는 나를 더 호기심 있게 바라본다. - P126

우연히 당한 사고를 사유의 경험으로 만드는 것은이 고통을 의미를 전달하는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통받는 각각의 존재는 이 부조리한 육체적 고통에의미와 이유를 부여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위안이되는 것은, 우리가 정체성의 또 다른 측면을 경험하고있다는 생각, 바로 그것이다. - P128

타자를 돌본다는 것은 실은, "타자에게서 시작된 그 슬픔과고통을 내 안에 스며들게 하면서, 그 고통을 다른곳으로 옮겨가도록 품어내는 것"이다. - P139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 네게 소중한 모든 것에대해 단 한 번, 완전히 죽어라. 그리고 거기서다시 일어서라."
앙투안 보테르스 - P143

단절은 때론 조용하고, 내적이다. 그러면서도더 철저하고 결정적이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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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는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자란 올리브를 본 적이 있었다. - P15

"수녀님, 우리가 그런 얘기를 맨날 듣는다. 뭘 설치해봐라, 무슨 조사에 응해달라, 그러면 도움이 된다고.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이 오니까 우리도 친절하게 대해줬지. 그런데 점점 말이다. 뭐 맡겨놓은 것마냥......" - P17

"얄미운 올리브네요. 자라면 안 되는 곳에 자라버린 거네." 이야기를 들은 안젤라가 명료하게 정리했다. - P19

끊임없이 새로운 일이 있다. 매일 낯선 환경이 있다. 이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란은 이레를 중독시키고, 그 중심에는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다. 여기가 아니라면, 이레가 달리 뭘할 수 있을까? - P23

그럴 리가 없지. 전국에 수녀원이 몇 개인데?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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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상이는 아프기 싫어서라기엔 아픈 상태로 있는쪽을 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면 통증이 저절로 잦아들거나 상이 스스로 통증을 잊곤 했다. 다른 불편감으로 원래느끼던 통증을 잊기도 했다. 생리통으로 치통을 잊었고어깨 근육통으로 꽉 막힌 목과 코의 불편감을 잊었다. - P175

그런 꿈을 꾸고 일어나 고민하던, 시간이 많은 상이가무작정 집을 나서 간 곳은 과천의 경마공원이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곳에도 한번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183

꿈→ 경마장 → 말→ 자전거로 이어지는 자신의 실천이마음에 들었다. 앞이 뒤를 불러오고, 그런데 그것이 다른사람에게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상이에게만은무척 연관이 있고, 그걸 자신만 알고, 그렇게 짜인 혼자만의 알고리즘이 좋았다. - P185

내 양어깨 위에 괴물 새가 날갯짓을 하는 때면 내게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 P198

상이는 언제나 교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혀로 입천장을 다듬어보곤 했다. 나사가 박혔다가 교정을 끝내고 나사를 제거한 이후에 뚫렸다가 다시 살이 차오른 그곳에는 아직도 옴폭 팬 흔적이 있다. 퇴사의 흔적도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 시간이 더 지나도. 상이는 입천장을혀로 여러 번 매만지며 생각했다. - P202

불같아서 그래요. 그래서 온도 맞추기가 중요한 거야.
2])......
것두 소양인이라 그래요. 열이 많아서. - P207

슬퍼도 그쪽을 택하기로 한다. 혼자이기를 선택한 지호가 언젠가 품어졌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텅 빈 마음을 가진 채로. 그것이 지호가 생각하는 균형.
ㅈㄷ 자주 외롭다 어 - P157

모든 기르는 일이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언제든 뿌리가 잘리고 가지가 쳐내진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죽은 가지에도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라고 믿는다. 다만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하기.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 시간을 잘 분배하여 관계를 맺기. 그리고 그런 자신을 좋아하기. 그런 것들을 주문처럼 외운다. 나는 나를 좋아하잖아,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수빈에게 그랬던 것처럼.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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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전화하지 않는다. 그녀는 거리에서도,
지하철 복도에서도 날 쫓아다니지 않는다. 그 후며칠 동안 편지도 하지 않는다. 극장에 가자고,
바다를 보러 가자고, 정원을 보러 가자고, 차를마시자고, 일본 음식을 먹자고도 하지 않는다. - P67

결별은 날 추하게 만든다. 마치 내 몸이 날떠나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대듯이. 뼈만 남을 정도로살이 빠지고, 얇은 고무풍선처럼 부풀어오르고, 다크서클은 눈 밑에 지뢰밭을 만든다. 이젠 미소도 모른다. - P69

"현실 유리déréalité. 사랑에 빠진 주체가 세계와 마주하며느끼는 부재의 감정, 현실감의 상실."50 우린 결국 우릴잃어버린다. 이 ‘공허한blanche‘ 삶 속에서 결별은 우릴버리고, 우린 그저 엑스트라로 남는다." - P75

알다시피 가장 어려운 것은 이 작은 기억의파편들이다. 내 존재의 표면에 살짝 떠오르거나,
내 피부의 표층에 불쾌하게 남아 있는 이감각의 깨진 조각들이다. - P77

결별의 폭발음이 여러 영역으로 퍼져 나간다.
한 사람과 단절한다는 것은, 더 총체적인 재시작의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바로 이전의 자신과 단절하고,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 P84

"두려움과 불안에서 자기 합의에 이르는 길을걷는 데에는 때론 온 존재를 걸어야 한다. 삶에밀착하여"
-샤를 쥘리에 - P86

"얼굴을 만든다"라는 건 무엇일까? 우린 가족과친지 같은 가까운 이들의 표현과 표정이 우리 얼굴에알게 모르게 새겨져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심지어아버지의 주름과 어머니의 주름조차. 마치 그들의걱정 근심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처럼. - P93

하지만 우린 끊임없이 분산되어 있다. 우리가우리의 존재를 견뎌내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정신적으로는 다른 데 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의 베일을 씌워 현실을 유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환상적이미지를 현실에 끝없이 투사하여 중첩시킨다는말이다. - P104

소설가는 자신이 품고 있던 가상의 개성들을 문학적인물로 변형시킴으로써 그 개성들에 생명을 불어넣을수 있는 이들이다. 우리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실현 가능한 대부분의 개성을 포기한다면, 예술가는그것을 자신이 창조한 형상으로 변형시킨다. 그러나무엇보다 결국 예술가가 해내는 일을, "자기 밖으로밀어내는 일"을, "오로지 자기 안에만 잠재태로 내재해있는 이런 모든 존재들"을 "실현"하는 일을, 우리라고왜 할 수 없겠는가?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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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서로 단단히 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민과 생각을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는 게 기뻐서, 얼굴은 여전히 우울한표정을 하고서도 출근하는 걸음만은 비교적 가벼웠다. - P127

그게 단 빵일지라도. 그 맛을 죽도록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맛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 P128

어렵게어렵게, 두꺼운 손을 꾹꾹 주무르며 장사가 너무 안된다는 말을 하는 65세의 사장에게 나는 오히려 측은함을 느꼈다. - P129

분명한 것은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나아가기로, 변화하기로 결심하고 듬뿍 추가한 용기가 나를주저앉혔다. 밍밍한 찌개를 살리려 넣었던 소금이 실은설탕이었던 것이다. 아니면 설탕도 아닌 독이었거나 - P131

방충망도 없는 창문이었다. 방으로 고스란히 들어오는 작고 하얀 눈 알갱이들을 얼굴로 맞았다. 정말 눈이네. 눈이 오네,라고 중얼거렸는데 그 말이 금고의 비밀번호인 듯 뭔가가 열렸고 눈물이 쏟아졌다. 스스로도 좀어이가 없었지만 확실히 좋았다. 무언가 나를 울게 하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 P133

그때부터였다. 하얀 거짓말이 현장보존선처럼 내 몸테두리에 온통 묻어나기 시작한 것. 남들은 보지 못해도 내눈엔 보이기 시작한 것이. - P137

거짓말을 잘한다는 건 어떤 걸까? 자주 한다는 의미에가까울까, 들키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까울까. 둘 중 굳이분류하자면 나는 자주 하는 쪽이었다. - P137

돈 받으면 됐다고 합의 본 거죠. 여자는 좋고 소문은무섭고 그런가 봐요. 덕분에 차도 부숴보고 가사에도 쓰고 좋죠 뭐...... - P147

생각만 했을 뿐인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그마저도 권순겸의 말투로 재생되어 괴로웠다. 나도, 사람은 좋고 소문은 무섭고 그런가 봐.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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