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는 꽃과 당신, 복숭아 뿌렸지 - P71

아무리 때려도 목탁은 멍 하나 들지가 않고 - P58

크리스마스날 뉴스에서 조계사가 나왔다 스님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있었다 꼭대기엔 십자가도 환하게 걸었다 눈이 왔다 연등에 불이 켜졌다 아기 예수님을 본뜬 눈사람도 있었다 머리 없는 산타가 튀어나왔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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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미움이라고 부를 수도,
종국엔 증오라고까지 부를 수도 있을 그 시간들을."

"진실을...... 알아내. 이 모든 일을………… 되돌려"
"그게 무슨 소리야?" - P14

"떠나야 해...... 할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으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고 거듭 물었지만 엄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손을 맞잡은 엄마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 P19

하나는 커다란 쓰레기봉투에다 잡다한 물건들을 담기 시작했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온갖 잡동사니를 마구잡이로 때려 넣으며 하나는 삶의 남은 조각들을 하나도 버릴 수 없었던 인간의 안간힘을 떠올렸다. - P23

그늘진 과거를 햇빛 아래로 끌어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엄마의 죽음도, 자신의 삶도 끝내 제대로 설명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 P47

어머니는 가끔 나를 치마폭에 안고 귓속말로 ‘내가지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하시곤 했지요. 그 말이 듣기 좋아 몇 번이고 다시 해달라고 간청했어요. - P64

어머니의 유서를 발견한 것은 고용인 김순애 씨였습니다. 어머니가 자매처럼 아끼며 곁에 두었던 사람이하지만 그런 그도 아버지와 내연 관계였습니다. 이모든 사실을 알고도 저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삶이 그런 숱한 배신과 절망으로 뒤덮여 있다는 걸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요, 누구보다도 잘 알았지요. - P77

"하나야, 너희 엄마는 평생 동안 너를 지키고 싶어 했어."
"무엇으로부터요?"
"진실로부터 칼보다도 날카롭고 얼음보다도 차가운 어떤실체로부터." - P97

이곳에서 마주한 진실은 하나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이었다.
아니, 그 이하라고 말해야 할지도. 너무 진부해서, 너무 비루해서 잔혹하기 짝이 없는 진실이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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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내야 한다.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했단 얘기다. - P5

한국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언젠가부터 "케이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때 당장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진저리를 치는 글의 서문에서 이미 허옇게 질린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성실함을 무기로 살아가는프리랜서인 그들은 피곤을 이겨내고 사람들에게 그것(케이팝)의 범주를 몇 번이고 다시 설명한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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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맞닥뜨린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이모는 항상 라디오를 틀어놓았기에 집은 기분좋은 시끌벅적함으로 활기가 돌았다. 집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이모부는 청소기를 돌리며 라디오에서 나오는 팝송을 따라 부르기도 했고 거실에서 바둑 채널이나 야구 경기를 보며 자체적으로 중계를 하기도 했다. - P288

"며칠간은 내가 좀 귀찮게 해도 참아줘야 한다." - P291

이모는 심지어 참사 십 주기 추모 행사에도, 이십 주기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너무한 게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지만,
대체로는 이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의 삶에서 분리되고자 하는 마음, 한국과 멀어지고자 하는 마음은 나 역시가졌던 것이니까. - P292

하늘로 맹렬히 솟아오르는 불기둥을 화염 속인지 밖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지점에서 불길을쪼개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나는 그 소리와 풍경을 오래된 영화에서 본 장면처럼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다. - P294

처음에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내 치부를 숨기고 밝은 모습만보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에게 마음을 줄수록, 정이 들수록, 나의 과오를 솔직히 털어놓아야 떳떳하게 그들을마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P296

"자신이 없어도 용기를 내야지. 뭐가 그렇게 무서워? 캐나다 가도 안 죽어. 하나야, 넌 한 번 죽었다가 살았잖아. 그러면힘든 일이라도 극복할 생각을 해야지?" - P298

혜신을 배척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식의 말에 어쩌면 나는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다수가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증오하고 괴롭히는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여겨야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P300

그때 우리 텐트와 가까운 호수에서 오십 센티도 넘을 것 같은 큰 물고기가 튀어올랐다. 우리는 함께 와,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나는 그 순간 나의 마음과 이모, 이모부의 마음이 완전히 겹쳐졌다고, 제멋대로 생각했다. - P311

"모두 그대로 둘게. 이층 방도 그대로 두고 해바라기는 내가 대신 잘 키울게. 머리는 네가 다시 와서 염색해줄 때까지그대로 둘게. 그곳에서 견디기 힘들면 다시 돌아와 성인이 되어서 오면 더 나을 거야. 여기는 네 집이야."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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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을 주는 것과 꽃 한 송이를 건네는 것은 다르다 - P62

그러니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 건창처럼 꽃을 쥐고 서 있는 것은온 힘을 다하게 만드는 직통열차일 뿐이다 - P63

한여름 시원한 약수에 손을 담그네뒷산이 손바닥 위에 통째로 담기고그 산을 마셨네 하늘이 녹음이 목젖을 스쳤네이제 내 목에선 뻐꾸기와 노루가 사네 - P64

끝은 북극인가 말년인가 낭떠러지인가찔레인가 촉인가 대파꽃인가 - P68

사람을 묻으면 진정 끝이 나는가 그럼내 안에서 무분별하게 번지는 들풀은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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