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겠어?"
기나리가 쓸쓸하다는 듯 웃었다.
"어쩔 수 없지." 일어나 왜
"진짜 잔인한 사람이네." - P187

그 무렵에는 이미 카페 안의 모든 손님이 무슨 사정인지 알아챘다. 쥐죽은듯 조용한 가게 안에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찬 눈빛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얼굴을 한 사람은없고 불편한지 하나둘 밖으로 나갔다. - P197

"너, 비용 대비 효과 같은 소리나 하다간 절대로 아이는 못 낳는다. 아이든 결혼이든 불합리한 일투성이니까. 그럼 지금 네 인생은 어디가 그토록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는 거니? 여행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죽어가는 것뿐이면서 뭐가 그리 잘났어? 여행을해서 대체 뭐가 남는데?" - P201

남편의 메시지에 잠에서 깼다.
아 맞다. 밥을 지어야 하는구나.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도모코는 그만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남편은 집안일 중에서도 요리를 가장 못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뭔가를 만들어준 적이 없다. - P219

퇴원하고 며칠 뒤, 친구 고노 지사토가 집에 놀러왔다.
"아무 준비 안 해도 돼. 과자나 차 전부 내가 가져갈 테니까"
하더니 정말 지사토는 과일이 듬뿍 올라간 파이와 병에 담긴 냉침 녹차를 가져왔다. 둘 다 긴자의 백화점에서 파는 고급품이다.
와인병에 담긴 녹차가 요즘 유행이라고 한다. 지사토는 그런 제품을 고르는 센스가 참 좋다. - P225

방송에서 말하길,
1. 갑자기 잇달아 귀가가 늦어진다.
2. 화장실에 핸드폰을 들고 들어간다.
3. 부인의 수입이나 적금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4.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부동산 정보를 찾아본다.
라는 네 가지 조건이었다고 한다. - P230

솔직히 ‘저렇게는 못하겠다‘고, 저런 짓까지 하면 여자로서 끝일반음장이라고 생각했었다. - P237

게다가 1A기라는 결과를 듣고 마음이 조금 개운해졌기에 도모코는 현재의 불안을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마음을가질 수 있었다. - P259

조금 거기에 너무 환상을 품은 것일지도. 도모코가 멋대로 ‘평소에는 과묵하지만 중요한 때의지가 되는‘ 사람일 거라고 기대한 남자는 그저 말수가 적을 뿐이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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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신이 실로폰을 칠 때마다 무언가가 변한다는사실만을 익힌다 - P10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장마였다 올리브나무가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잡아두는 것에는 재능이 없고 외우던 단어를 자꾸만 잊어버렸다 - P11

풀려버리고 난 후에도 스웨터의 모양을 기억하는 털실처럼나는 다시 오지 않을 이 도시에서 약속을 하고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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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햇볕이 든다생생해지며 미래가 되어가는 - P11

흑백영화 속주인공은 왜 자꾸 도시를 헤매는 걸까 이제는 사라지고없는 - P13

풀려버리고 난 후에도 스웨터의 모양을 기억하는 털실처럼 - P13

이 심해를 거꾸로 뒤집어 흔드는 손이 있을 것 같아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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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겐 쉽게 주어지는 것,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 하루에도 수천 장씩 뿌려지고 버려지는 것,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자리를 과시하는것, 능력을 증명하는 것,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만큼 열심히 살아왔다는 위로.
한 장의 명함엔 여러 정보가 담겨 있지만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는 보여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평생 일한 여성들에게 명함을 찾아주고 싶었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니라 삶의 주체이자 진짜 일꾼으로 살아온 그들의 가치를 기록하고 싶었다.

서울의 논술 학원은 굉장히 경쟁이 치열한 곳이잖아요. 유명한 강사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긴장되거나 걱정되진 않으셨나요.
저희 아이들이 저에게 붙여준 별명이 ‘죽자 여사‘ 예요. ‘이 죽일 놈의 자신감‘이라고……(웃음). 새로운 것을 하는 걸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진 않아요. 모르면 배우면 되겠지. 그런 스타일이에요.

"어제는 보건 휴가라서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서 (…) 오늘 새벽 출근하니 살 것 같다. 일만 나가면 보는 얼굴들이지만 새삼 보고 싶다. 또오늘은 어떤 일이 화제가 될까."
"통장으로 제 날짜가 딱 찍혀 나오는, 설레는 날이 바로 월급날이다.
뭐 쓸 건 없지만 이날이 좋다. 타고 나면 곧바로 다음 달 월급이 기다려진다."
"(코로나19) 병동에 청소를 갔다 오면 땀으로 샤워한 듯 옷이 푹 젖어나오는 여사님들을 보면 난 좌불안석, 미안해하곤 했다. 늦게나마 응급실로 투입이 되니 한시름 놨다."
"늦게라도 꿈을 찾았으니 너의 꿈을 향해 쭉쭉 뻗어나가려무나. 아주멋지게 펼쳐라. 다만 자만하지 말고 조심조심 또 조심하거라."
- 은숙 씨 일기 중에서

여기 모인 글들은 2022년 1월 26일부터 3월 2일까지 경향신문을 통해 보도된 젠더기획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를 바탕으로썼다. 보도 당시에는 담을 수 없는 내용을 추가해 기사보다 두 배 이상의 분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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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뒤에 숨지 말 것2022년 가을김복희

세상 것들이 서로 두려워하지 않도록나는 떠올린 모든 것에게 그림자를 만들어주었다 - P13

천사를 조각할 때 날개를 만드는 이유는죄책감을 주기 위해서야, - P14

어둠이 물었어 너에게,
우리 집에 왜 왔어요? - P16

기억하는 바가 있어도달할 수 없는 수면이 깊다 - P23

사랑의 학명은겨울에 나는 새와 천국의 뱀 - P24

복숭아 무늬 접시에모락모락 피어나는 흰 것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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