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지 않았다면 손대지 못했을 호랑이오렌지빛 부드러운 힘이 링거를 꽂고 철제 침대 위에누워 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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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지 않았다면 손대지 못했을 호랑이오렌지빛 부드러운 힘이 링거를 꽂고 철제 침대 위에누워 있다 - P53

스위치,
수저 부딪치는 소리,
새벽에 먹고 설거지하는 소리 같은 거,
반대쪽,
그 넓은 땅 청과물 코너에 서서 이민자 심사를 기다리는 친구의 무릎, - P54

오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거알아 이해해 - P57

그래서 말해준다돌에게 내가 간직했던 돌에 대하여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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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그 물건들이 비난섞인 눈총으로 나를 압박해왔다. 그래. 어차피 시간도 많아졌는데 정리를 해보자, 되도록 다 버려야지. 그런 마음으로 그.....
물건들 하나하나에 시선을 주기 시작했는데 ・・・・・… 뜻밖에도 거기에 깃든 나의 지나간 시간들과 재회하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지금부터 내가 쓰려는 글들이. - P9

오래된 물건들 앞에서 생각한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서 내가 되었구나. 누구나 매일 그럴 것이다. 물건들의 시간과함께하며, - P11

거품 아래에 술이 있다. 술과 글은 실물이다. - P19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라는 건 아니다". - P44

어린이는 정의로운 존재이므로 뜻밖에도 죄의식을 많이 느낀다. 어른과 다른 점이다. 그리고 자신이 나쁜 사람일까봐 두려워하는데, 그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서 착한 어린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겁을 주기 때문이다. - P49

결국 가장 최상위의 자유의지인 사랑이 탐욕의 비극을 해결해낸 모양이다. - P56

사진 속에는 연필이 아닌 펜이 또 한 개 있다. 은행에서 방문객에게 주는 파란색 볼펜으로, 어느 은행 어느 지점이라고찍혀 있다. 나는 그 볼펜을 은행에서가 아니라 그 은행에 다녀온 것으로 짐작되는 시인 선생님께 받았다. 10여년 만에 문학 행사에서 마주쳐 잠시 같은 테이블에 앉았는데 갑자기 가방에서 꺼내 건네주셨던 것이다. 의아하게 바라보는 내게 선생님은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응, 너무 반가워서.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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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카레를 먹고 싶어요. 그게 똥 맛이라도 카레라는 게 확실하다면요. 똥은 음식이 아니지만 카레는 음식이잖아요."
"똥은 엄청 맛없을 텐데?"
"똥 맛 잘 알아요? 혹시 카레랑 비슷할지 알 게 뭐야."
내 대답에 스스로 만족하고서 다소 우쭐거리며 뒤를 돌아보니 H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똥을 먹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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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체험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생각해본적있어요? - P9

글쎄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다 다른 거 아닌가요?
음악이나 그림이나 영화나. - P9

그래도 수박을 그린 그림이 수박보다 비싸잖아요? - P11

잠깐 생각한 후에 말했다. 경험이 다 지식은 아니죠. - P13

문득 쓴웃음이 지어졌다. 틀리지 않은 말이었고 그런 채로마흔하나였다. - P17

흐음, 나는 다소 맥빠진 얼굴로 한 모금 마셨다. 진실이라는말 때문이었다. 별로 와닿지가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고 나이를먹은 지금은 더 그랬다. - P13

준연은 내 플루트 선생님이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마흔에체구는 조금 말랐고 얼굴은 선이 굵고 투박해 목상 같았다. 조각칼이 아니라 사냥칼 같은 걸로 툭툭 쳐내서 깎은 듯한 목상. - P21

피식 웃음이 나왔다. 거긴 바가 아니라 교습실이었고 처음보는 자리에 시간도 아직 해가 창창한 오후였다. 하지만 왜 안될까? 마실 마음만 먹으면 그 모든 게 다 이유였다. 이제껏 떨떠름하던 모든 것이 일순 흥미진진해졌고 나는 주저없이 말했다. 위스키로 하자고. - P23

다만 싫은 사람은 대가고 좋은 사람은 목표죠. 좋은 사람, 싫은 사람이란 글자 수만 같을 뿐 사실 그렇게나 다른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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