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다음전염되어가고 있었다 - P42

한솥 가득 밥을 지어놓고 얼린다밥이 내게 짖어보라고 한다 - P42

앞서는 너의 보폭을 따라잡으려고 했다 미끄러웠다 - P43

적당한 펭귄과 끝 간 데 없는 펭귄 - P45

읽어보려고 애를 썼다. - P44

나는 고장 난 턴테이블 위에서썩어가는 노래의 꿀을 빨아 먹을 거야 - P49

계속 죽어줄래?
다시 사랑할게 - P50

미워하는 사람이 미움받는 사람보다 부지런하잖니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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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상관하지."
영주는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마‘라고 했어야 하는 말이 ‘상관하지 마‘가 되어 나왔다. 아무리 남보다 못한 사이라고는 해도 걱정을 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새벽에 자신이 외출을 했다는 것을 알고 걱정되어 바깥까지 나와봤으리라. 실수했다고 생각했지만 사과할 기분은 아니었다. 잔뜩 젖은 검은 봉지를 휴지통에 쑤셔 넣고는 세면대로 돌아왔다. 비누로 손을 꼼꼼하게 씻었다. 얼굴도 몇번이나 세안했다. 샤워기를 약하게 들어 눈 가까이에 대고 씻어 내렸다.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할 때 다시 한번 온몸 구석구석을 신경 써서 닦았다. 몇 년 전부터 생긴 비염 때문에 구입한 코 세척기까지 사용했다. 눈과 피부 그 어디에서도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지 않은 뒤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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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누군가가 자꾸 미워질 때, 훈련된 상냥함이 버겁고 지겨울 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같아 선뜻 가슴에 끌어안고 말았다. - P163

다만 우리에게 위로는 때로 예상치 않은 형식으로 찾아오며,
그것이 예술일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만 말해두자. - P166

+내 안의 나약한 목소리: 유형에 속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원하지만, 소속감도 갖고 싶다. 좀 편하게. - P179

물건도 아니고 나의 것도 아니면서 여기에 오드리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유. 다음해 5월 1일에 건강한 오드리 옆에서이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아주 개인적인 흑심이 있어서이다.
어떤 소중한 물건보다도 가까이, 그리고 한결같이 그 자리에있어주는 고양이, 나의 한숨과 눈물을 가장 많이 보았고 그때마다 곁에 다가와 무심한 듯 조용히 앉아 있어주곤 하던 오드리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좀 길게 준비하고 싶었다. 물론 리액션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직 자기의 서사로만 움직이는 게 고양이의 방식이니까. 내가 아는 한

"어린 시절 나는 밥상 위의 반찬들이 유리그릇에 담겨 있는걸 보고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았다. 다시 도자기 그릇으로 바뀌면 겨울이 다가온 것이었다." "형은 넉넉지 못한 살림에 아무 쓸모없는 꽃을 사고 집에서 혼자 차를 마실 때조차립스틱을 바르는 어머니가 허영심 많고 사치스럽다며 싫어했다." - P220

그런데 나는 그 차를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나 보냈다. 3년 전 마침내 새 차를 계약했던 무렵, 나는 신간이 나와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와보니 새 차의 딜러가 그 차를 가져갔다는 거였다. 순간 가슴이내려앉았지만 한편으로는 분명 끈적했을 작별을 치르지 않게돼 다행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번호판이라도 떼어놓지………"라는 말은 끝내 입밖으로 새어나오고 말았지만 말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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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해 모두 힘들었지만, 쌍둥이 덕분에 우리는 가족으로 뭉칠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고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시간을 통해 무언가 얻는 것이 있다. 또한 인생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는 걸, 나는 쌍둥이를통해 깨달았다. 우리 가족에게 고통은 운명을 길어 올리는 원동력이자 사랑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니 고통을 잘 따라가볼 일이다. 꿀같이 달디단 열매가 거기 스윽 열려 있다. - P25

가까운 가족조차 내가 청각장애로 애를 먹는다는 걸 잊을 때가 많다. 대신 전화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이상한 눈으로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전화 통화가 불가능해서라고 설명해도, 또 도돌이표다. - P35

이 삶의 답답한 경계를 허물 수 없어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은 나의 탈출구다. 나의 슬픔, 나의 한탄, 나의 목마름, 나의안타까움. 하지 못한 많은 말을 글로 토해내며 글로나마 나를위로한다. - P39

‘첫‘이 붙은 단어는 설레기 마련이다. 첫눈이나 첫 키스처럼. 첫사랑도 그럴 테다. 그런데 나의첫사랑은 양희은의 노래제목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 P55

"미안하다, 삼촌이 이거밖에 못 줘서."
사양할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서 방을 나가는 삼촌에게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삼촌을 붙들고 울고 싶었지만, 또 다시 삼촌 가슴에 두레박질하기엔 내 나이가너무 많았다. - P81

"그려, 시작한 김에 오늘 다 야그해삐리지. 머, 나가 언제이 야그를 어디 가서 하겠응이?"
할머니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 P93

소맷부리로 질금거리는 눈물 찍어내며 웃는 할머니. 눈이 안 보인다는 핑계 삼아 할아버지에게 좀 더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아닐까.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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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가 유진을 가족 식사에 초대했을 때 둘은 데이브가 만든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다. 으깬토마토에 다진 소고기와 양파, 파프리카를 넣어서만든 소스를 덮고 치즈를 잔뜩 올린 스파게티는유진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유진은 입에넣은 스파게티를 우물거리면서 한동안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 P9

유진은 데이브를 따라 포크로 스파게티 면을 둘둘 말아 한입에 넣었다. 데이브가 웃음을 터뜨렸둘 다. - P13

"친절한 타입이네요?"
"뭐, 아는 걸 모른다고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럼 나도 뭐 하나만물어봐도 돼요?"
남자가 여전히 빨간 눈을 반짝였다. 유진은 대충 끄덕여 보였다.
"답을 알면 말해줄게요." - P43

저렇게 깔끔한 하얀 티셔츠를 입고서, 저렇게반짝이는 곱슬머리를 하고서, 저렇게 사랑스럽게웃으면서, 저렇게 해맑게 손을 흔드는 잘생긴 남자가 만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해 경비원에게 쫓겨나고, 길거리에서 쭈그리고 울다가 담배를 꿔달라고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 P51

그러니까, 데이브가 집에서 물담배를 피우겠냐고 물었을 때 ‘난 물담배 피우러 너희 집에 가긴 갈건데 섹스는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 P56

"왜 미리 말 안 했어?"
"뭘?"
"섹스하기 전에 나랑 손은 잡고 싶지 않다고 미리 말을 했어야지. 그게 기본 에티켓 아냐?"
그 후로 유진은 여러 번 같은 농담을 반복했다. - P58

그러니까 데이브의 말은 이랬다. 자신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유진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관계라는 게 한쪽이 끝내면 끝난 게 아니겠냐고. 유진이 그렇다면 자신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 P67

정식으로 처음 뵙는 여자 친구의 어머니께 설선물로 이렇게 작은 화분을 드리는 30대의 남자가있을까? 유진은 잠시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둘은 이미 그 문제로 다툰 적이 있었고, 그때 데이브가 주장했던 선물들을 떠올리면 화분은감격스러울 지경이었다. - P87

"그럼 왜 위험한 시간까지 술을 마셨어? 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지? 그리고 그게 왜 내 책임이 되는 거야? 네가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게 내 책임이야?"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다 맞아. 유진은 전화를끊어버렸다. 친구가 말없이 정종을 한 잔 더 주문해서 유진의 앞에 놓았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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