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상관하지."
영주는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마‘라고 했어야 하는 말이 ‘상관하지 마‘가 되어 나왔다. 아무리 남보다 못한 사이라고는 해도 걱정을 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새벽에 자신이 외출을 했다는 것을 알고 걱정되어 바깥까지 나와봤으리라. 실수했다고 생각했지만 사과할 기분은 아니었다. 잔뜩 젖은 검은 봉지를 휴지통에 쑤셔 넣고는 세면대로 돌아왔다. 비누로 손을 꼼꼼하게 씻었다. 얼굴도 몇번이나 세안했다. 샤워기를 약하게 들어 눈 가까이에 대고 씻어 내렸다.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할 때 다시 한번 온몸 구석구석을 신경 써서 닦았다. 몇 년 전부터 생긴 비염 때문에 구입한 코 세척기까지 사용했다. 눈과 피부 그 어디에서도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지 않은 뒤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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