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피곤하고 지쳐서 돌아오는 집 앞, 내가 잘 가는 카페의 구석자리, 내가 출장에서 돌아오기로 되어 있는 시각의 공항, 시간강사 시절 내 고물차가 세워져 있는 대학의 주차장, 오늘처럼 연구실 앞 벤치. 그런 곳에 예고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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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부터 찾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더욱나쁜 것은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이거 나쁜 습관인데‘라는 생각이 들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건강뿐 아니라 담배의 맛까지도 손상이 된다. 세상의 모든 잔소리꾼을 원망하며 약간 성의 없이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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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섹스의 깊이는 계속 소리만 질러대는 단조로운 고음부코러스에 있지 않다. 무반주 첼로 연주처럼 힘있고 유장하면서도견딜 수 없도록 고독한 데 있다. 만약 섹스가 터질 듯한 환희의 코러스일 뿐이라면 인간은 쉽게 섹스의 바닥까지 도달해버릴 것이며 그 일을 평생 되풀이하고 싶어할 리도 없다. 가장 가깝게 합해지는 순간 가장 고독하게 분리되는 어떤 부조리한 동반섹스의순간에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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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서로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심상하게 얽혀 짜여있지만, 이 삶 속에서 누군가의 적이 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한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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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그가 먼저 전화를 끊는다. 그 단호함에서는 과장이 느껴진다. 현석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망설임이 들어 있다. 그가 단호할 때는 자기를 숨기려 할 때이다. 며칠 전에도그랬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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