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백구도 짖는 때가 있었다. 누군가 가만히 서서 자기를 빤히 쳐다보면 당황하고 불안해진 백구는 몇 걸음 뒤로 무르춤하며괜스레 컹, 하고 한 번 짖는 것이었다. 그것은 짖는다기보다는 변명하거나 애걸한다고나 해야 할 몹시 자신 없는 소리였다. - P185
종태를 만난 것은 오 년 전이다.이혼한 뒤로 나는 공부에만 몰두했다. - P187
마감 특종/주부 탈선, 어디까지 갈 것인가그 첫번째 이야기, 주부 윤락 S씨 충격 고백 ‘무료하고 심심했어그 두번째 이야기, 유치원 딸 둔 의사 부인의 자유 선언 ‘내가 연하의 애인에게 몸과 마음을 빼앗긴 사연‘그 세번째 이야기, 교양과 여교수의 이색 주장 ‘동성애는 필수, 윤락은 선택‘ - P171
방안이 덥고 퀴퀴해서 윤선은 깊이 잠들 수가 없었다. 쏟아지는졸음을 못 이겨 눈꺼풀을 내렸다가도 얼마 안 가 다시 눈이 떠졌다. 그때마다 윤선은 곁에 잠든 남자를 발견하고, 이제 막 큐사인을 받은 배우가 표정 연기를 하듯 갑자기 슬픈 얼굴이 되었다. 다음 순간에는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 P161
부대끼며 살지 않게내가 멀리서돌봐줄게 - P89
얇아진 얼음 밑에서 천천히 잉어가 녹고 있다 - P75
발견될 때를 대비하면 그쪽이 낫다. - P69
"어이가 없군. 나한테 완전히 한 방 먹였어.""어때요? 제가 조금 더 영리하죠?""응, 영리해. 너한테는 못 당하겠어." - P73
"네, 공부할게요. 그리고 반드시 훌륭하게 될게요"하고 나오미는 내가 공부하라고 하면 반드시 그렇게 대답합니다. 그리고 날마다 저녁을 먹고 나서 30분쯤 나는 그녀에게 회화나 독본을 지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 그녀는 그 벨벳옷이나 가운을 입고 발가락 끝으로 슬리퍼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서의자에 몸을 기대기 때문에, 마무리 잔소리를 해도 결국 ‘놀이‘와 ‘공부‘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 P61
"정말 잘하는군. 배우도 그런 흉내는 못낼 거야. 나오미는얼굴이 서양 사람을 닮았으니까." - P53
"네가 그런 생각이라면 그 아이를 아내로 삼아도 좋지만, 그아이의 집안이 그러하다면 귀찮은 문제가 일어나기 쉬우니까나중에 곤란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하고 그냥 그렇게 말했을 뿐입니다. - P51
"나오미야 좀 가만히 있어. 그렇게 움직이면 단추가 뻑뻑해서 잘 채워지지 않아" 하면서 나는 수영복 가장자리를 잡고 커다란 물건을 자루 속에 쑤셔 넣듯 억지로 그녀의 어깨를 수영복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 P45
그러니 도러시아가 어떻게 결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P17
"참, 놀랍게도 달력 같구나, 실리아! 양력으로 여섯 달이야,음력으로 여섯 달이야?" - P21
"아, 그래. 알다시피 우리는 그 장신구들로 몸치장을 하면안 되니까." 도러시아는 달래기도 하고 설명도 하려는 듯이 다정하게 말했다. 연필을 들고 여백에 작은 측면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 P21
"아니, 정말 언니가 가져야 해. 언니에게 잘 어울릴 거야. 검은 드레스에 자………." 실리아가 조르듯이 말했다. "그 목걸이는 걸어도 될 거야." - P23
그녀는 반지와 팔찌를 빼지 않은 채 연필을 들고 계속 바라보았다. 이 보석들을 옆에 두고서 이따금 순수한 색채의 원천을 바라보며 눈을 즐겁게 하리라고 생각했다. 이 - P25
하지만 언니가 하지 않는데 동생이 어떻게 장신구를 달 수있겠어?" - P24
공작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거기에 서 있었다.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모든것들이 그러하듯. 그것은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동시에무섭고도 기이한 자태를 뽐내며 거기에 서 있었다. - P121
이때 중요한 것은 모종의 얼굴과 시간에 꼭 들어맞는 언어를 찾아내어 백지 위로 옮겨놓는 일 자체가 아니라. 이제 막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언어 앞에서. 머뭇거리는. 저항하는. 언어의 그 방향성을 자각하는 것. 행여나 어떤 말로 고정됨으로써 존재의 본질을 흐리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 그렇게언어는 주저하는 마음으로 흐릿한 궤적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하여 중요한 말은 종이 위에 쓰인 말이 아니라.쌓이고 쌓이면서 지워지고 지워지는 말들. 지워지고 지워짐으로써 종이 위에 다시 드러나는 말들. 그렇게 말과 말 위로 겹과 겹을 만들어주는 말들이다. -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