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렸고, 읽기 싫고, 쓰기는 더 싫었지만, 관두고 잠들 수 없었다. 어떻게든 써야 했다. 글이란 게 원래 마음처럼 써지지 않는 거라지만 이번엔 기이할 정도로 안 써졌다. 뭘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은 났지만 적절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아니다. - P187

죽는 거지 뭐. 생물은 결국 무생물이 되는 거니까. 피가 식고 심장이 멈추고 생각이 사라지면 사물이 되는 거. 알고있잖아. 받아들이자. 죽음. 그래. 그날이 왔다. - P190

"일어나봐."
눈을 떴고 낭패감이 밀려들었다. 아직도 여전히. 나를닮은 그 사람, 팔짱을 끼고 성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일어나려 했다. 비명을 지를 뻔했다. 뼈가 으스러진 듯 사지가 아팠다.
나는 어금니를 깨물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 P193

"네가 데 이렇게 멍청한지 이제 알겠어, 쓸모없는 책들만 읽어왔구나, 이베도 있는 분쟁에 맞춤을 갖고 위 대한하다고 저 같을 저렇게 많이 걸어놓는 거야" - P198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숨이 얼굴에 닿았지만눈꺼풀은 감기지 않았다. 억울하고 원통해서 울고 있지만눈동자는 돌멩이처럼 말라붙었다. - P199

소설을 쓰기 어려운 게 바로 그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괴상한 삶을 따라잡을 수가 없거든. 그 어떤 끔찍한 상상을해도 현실은 그것보다 끔찍하니까. 내몸을 뺏은 나도 그걸 곧 느끼겠지. 느껴봐라. 흡수된 내가 피와 땀이 되어 실컷 비웃어줄 테니까. 웃음이 나온다. 웃음이 나와. 얼마 만의 해피 엔딩인가. - P203

루키 데려가.
루키는 널 더 좋아했잖아.
데려가. 더 키울 수 없어.
무슨 일 있어?
데려가. - P210

꿈을 꾸었고 꿈에서 지인과 기진 모두를 만났다. 반가웠으나 짖지 않았다. 꿈이라는 것을 알았고 희미하게 들리는 기진의 노래가 듣기 좋았기 때문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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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각기 사는 곳, 일하는 곳, 아니면 그 사잇길에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바라본다. 8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근 3주 동안 멈추었던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내게는 제일 만만한 집 앞 정발산공원, 해발 87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일산의 자랑인 정발산에 올랐다. - P12

...
사람들 사이에도 선선함이 있다면 좋겠다.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별과 별 사이가 아무리 가까워 보여도 수억 광년씩이나 떨어져 있는 먼 거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땅에서 올려다보는 별과 나의 거리는 또한 얼마나 멀고도 먼 거리인가. 별 사이처럼 사람 사이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사람도 사랑에 너무 목매지 말았으면.…. 아마도 사랑의 상처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겠지.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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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계나, 철학계에서 ‘동물에게 감정이 있는가?‘ 하는 논의를 하곤 하는데, 만약 제게 묻는다면 단 한마디로일축해버릴 것입니다. "웃기지들 말라고, 있는 게 당연하잖아!"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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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전주역까지 걸어가는 늦은 밤, 우리는 ‘끼리끼리‘ (영화를 본 사람은 안다)를 외치며 낄낄댔고, 그렇게 서울로 올라갔던, 그러고 보니 2000년의 전주는 영화를 체험할 수 있게 했던 도시였다. 그때는 그랬다. 열심히 봤다. - P87

물론 아직 남아있는 것들도 있다. ‘만홧가게’ 같은직관적으로는 어이없는 사이시옷 용례 같은 것, 희망한다, 바란다는 의미로 ‘뭐뭐 하길 바래‘라고 쓰는 것은 틀리니 ‘뭐뭐 하길 바라‘라고 써야 한다는 것. - P79

10분의 영상이 추가된 특별판이 극장에서 상영된다던데 또 가서 볼까, 라는 마음이 살짝 들고, 유튜브에서 다시 트레일러를 검색하며 데이빗 보위의 ‘타임‘과 경쾌하게 어울리는 리듬을 몇 번 더 경험하는 정도,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상 레이스를 응원하고 싶다는 정도가 변화의 결과다. 이게 다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이마저도 진귀한 경험임은 틀림이 없을 테니까. - P193

대부분은 평범한 삶을 산다. 내가 어느 순간 사라져도 이 세상은 영향받지 않는다. - P177

<핑계다. 기발한 레시피만 있다면야 주위의 모든 것은 재료가 될 수도 있다. - P165

D와 나는 이번 부산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펍으로툼브로이를 꼽았다. 기본적으로 맥주와 안주가 훌륭하기도 했고, 독일 맥주의 편안함도 좋았지만 그날 비로소봄을 맞이했다는 것이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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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 씨가 큭큭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정원 씨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적당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 P186

첫째는 해가 지는 서산을 보며 중얼거렸다.
한 줌 남은 힘을 다 걸고 사냥을 할지, 남은 힘을 아껴 다시 동굴로 들어갈지, 고민이 됐을 거야. - P163

나무해 올게.
첫째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쳤다. - P162

그 노인보다 우리가 더 노인이 됐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가겠다는 거야. - P161

"손님. 미안해요. 기사가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운전대잡은 지 이십오 년이 넘었는데 이런 날은 처음이야. 정말로 처음이야." - P153

그 가엾은 것.
…………사연이 있나요?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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