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에서 밤은 하나의 극점 넘어, 일종의 경계선이 되는 것도 넘어, 어떤 거대한 기대를 향해 가는 끝의의미를 품는다. 말 그대로 끝이 보이는 어떤 지대를통과하면서 만날 수 있는 밤은 당연하게도 낮의 거짓말을 지우는 역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은 생각과 말이 돌아다니고 서성이는 광경으로 우리에게 온다.

#AMEBE시인의 말우리는 너무 떨어져 살아서 만날 때마다 방을 잡았다.
그 방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파티를 했다.
자정을 훌쩍 넘기면 한 사람씩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누군가는 체크아웃 시간까지 혼자 남아 있었다.
가장 먼 곳에 사는 사람이었다.
0 건물 바깥으로 나오면그 방 창문을 나는 한 번쯤 올려다보았다.
2023년 9월김소연

말벌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 P12

며칠 후엔 눈이 내리겠지. 안 내린다면 눈이 내리는나라로 가보고 싶겠지.
지난번에 가보았던 그 숙소 앞 골목에서 눈사람을 만들겠지. 눈사람에게 - P14

이 얼굴은 한 번도 진심으로 미워해본 적이 없다악몽이 보호하고 싶어 하는나를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P17

마룻바닥처럼납작하게 누워서바퀴벌레처럼 어수선히 돌아다니는 추억을 노려보다저걸 어떻게 죽여버리지 한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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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굳이 내셔널지오그래픽 비디오를 찾지는마시라. 내 말에 혹한 사람들 몇이 찾아본 모양인데, 나더러 소설을 썼다며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어쩌랴. 소설가의 기억이란 그따위인 것을! - P68

"지금까지 들은 술 예찬 중에 최곱니다!" - P68

놀리다 보니 이력이 붙어 한결 재미났다. 놀림당한 A도이력이 붙었는지 차츰 능글맞아졌다. - P71

"걔들도 아구탕 생각나지 않을까?"
"사갈까?"
"그걸 어떻게 들고가?" - P37

"나가 이리 병신이 되부렀다." - P50

그는 한국에까지 엄마의 일기장을 가져와 보고 또 보았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얼핏 본 엄마의 일기는 작가의 것이라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감각적이었다. - P57

"『빨치산의 딸』, 그 정지아 맞지? 중앙대 나온?" - P56

첫차 핑계를 대고는 서둘러 그 집을 빠져나왔다. 신데렐라처럼 구두 한 짝을 남기진 않았지만 마음의 한 자락은어느 나뭇가지에 슬쩍 걸쳐두고 나온 게 아니었을까? 두고두고 그날이 가슴 시리게 그리웠던 것을 보면. 그 집을빠져나올 때 밤에는 보이지 않던 새가 목청 높여 울었다. - P49

"너 작가냐?" - P56

술이 맛있습니까?" - P63

비에 젖고 술에 젖고 비에 젖은 철쭉에 젖고, 어찌어찌산행은 막을 내렸다. 백무동을 거쳐 남원역에 도착했더니어둑어둑 초여름 해가 기울고 있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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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대로 그 대답은 복잡하겠지요. 하지만 단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줄곧 여러분을 생각해 왔다는 거예요.
-존조 - P7

사라는 알아서 전부 다 잘하는 사람이다. 예의범절도 바르지, 공부도 잘하지, 친구도 많다. 어른들은 사라를 좋아한다.
나는? 내 생각에 사라는 아첨꾼이다. 우리 부모님은 심지어 사라한테 친구 집에 가서 잠을 자도 괜찮다고 한다. 나한테는 절대 허락하지 않으면서. - P22

"로드니 킹은 테이저건을 한 방 맞고, 경찰봉으로 쉰세 차례이상 구타당했습니다." - P26

엄마는 웃음 지었다. 다음에 엄마가 무슨 말을 할지 난 알았다.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 P27

"화가 안 난다고 말한 적 없어. 끔찍하지 않다고 말한 적도없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이 폭력은? 이게 누구한테 도움이 돼? 어쨌거나 엄마 말은, 아빠 걱정하지 말라고. 다 잘될 거야." - P28

"전쟁 통에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멈추면 자기 목숨이 날아갔어. 그러니까 네가 해야 할 일이나 그냥 해.‘ - P29

아빠는 라타샤 할린스가 살해된 다음 날 총을 집에 가져다놓았다. - P39

아빠가 총을 어디에 두었는지 나는 정확히 안다. - P38

"아직 내가 원하는 모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진못한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면 내가 보고 싶은영화에 출연한다는 거다." - P258

그런데 총이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는지,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지 고민이 됐습니다. 총을 가진 한 어린이가 등장하는 소설을 써야 하는지 주저하는 동안, 불행하게도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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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에 아빠는 한 방 먹은 것 같았다. 긴 침묵이 이어지고 처음에 깨닫지도 못했는데 나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접기

부모님은 우리에게 대단한 기회를 주려고 이민을 왔다. 그런데 내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면? 아빠가 이미 생각한 것처럼 말이다. 한편으로는 짜증이 일었다. 미국에서 산다고 어떻게 저절로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지?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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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나에 대해서 시를 쓰지 마
i는 팔짱을 끼며 눈을 찡긋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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