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에 아빠는 한 방 먹은 것 같았다. 긴 침묵이 이어지고 처음에 깨닫지도 못했는데 나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접기

부모님은 우리에게 대단한 기회를 주려고 이민을 왔다. 그런데 내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면? 아빠가 이미 생각한 것처럼 말이다. 한편으로는 짜증이 일었다. 미국에서 산다고 어떻게 저절로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지?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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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나에 대해서 시를 쓰지 마
i는 팔짱을 끼며 눈을 찡긋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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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나에 대해서 시를 쓰지 마
i는 팔짱을 끼며 눈을 찡긋거렸다

생일 아닌 거 알아,
네 생일에 올 수 없으니
내가 오는 날에 태어나주렴

사라지는 일에 하루하루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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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정체를알고 있다 - P11

그 시절, 나는 엄마보다도 아빠보다도 지리산이 그리웠다. 백운산을 뒷산으로, 지리산을 앞산으로 보고 자란 탓인지 모른다. - P13

"홍은혜입니다."
막 주워대고 보니 절친의 이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 P18

A의 집은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시골 어르신 누구나그렇듯 A의 부모님도 일찍 잠자리에 든 듯했다. A는 막둥이였고, 형과 누나들은 죄 객지살이를 하는 중이었다. 그무렵의 누구나 그랬다. 나이 들면 당연히 떠나는 곳, 고향은 그런 곳이었다. - P45

나는 아직도 A가 겪고 있는 불행의 긴 터널을 A처럼 담담하게 직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A와 술 마시는 게 즐겁지 않다. 가슴이 먹먹하고, 알 수 없는 무엇엔가 화가 치민다. 그 여름밤, A가 직접 만든 밤나무 위 오두막에서의 그하룻밤이 사무치게 그립다. 그때의 싱그럽던, 똑똑하던, 깔끔하던, 능청스럽던 스물두엇의 A도 눈물겹게 그립다. - P53

"마셔. 우리에게는 알코올이 있잖아. 알코올처럼 인생에잘 어울리는 게 없어."
맑고 투명한 호수 같은 데이브의 푸른 눈동자에 희미하게 웃음이 번졌다. 데이브가 한국에 있는 동안 우리는 그렇게 자주 잔을 부딪쳤다. 지리산에서도. - P59

먹이사슬로부터 해방된 초원의 단 하루, 이것이 술의 힘이다. 최초로 술을 받아들인 우리의 조상도 아프리카 초원의 저 동물들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해마다 돌아오는해방의 하루 숙취의 고통을 알면서도, 술 깬 직후의 겸연쩍음을 알면서도, 동물들은 그날의 해방감을 잊을 수 없어또다시 몰려드는 것일 테다. 다시 - P67

살면서 다시는 그런 날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 날이 어찌 흔하랴. 오천 원으로 여섯 명이 만취한 밤이라니! 할매의 따스한 호의가 만든 기적과도 같은 밤이었다. - P86

나는 한 방울의 눈물을 찔끔 떨궜다. 위스키는 소주는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마시면 누구나 느끼게 된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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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잠시 침묵을 지킨다. 그리고 말한다.
"저희 집은 그다지 멀지 않아요." 그게 전부다. 그래도 그것은 하나의 사실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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