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콘크리트 위로 먹물에 잠겨 있던 실을 팽팽하게 당긴 뒤,
실의 중간 부분을 잡고 위아래로 살짝 튕겨내면 납작한 회색 바닥에길다란 검은 선이 또렷하게 남겨진다. 이 얇고 가는 검은 선 위로거푸집이 세워지고 콘크리트가 타설되면 빌딩이 솟아오른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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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콘크리트 위로 먹물에 잠겨 있던 실을 팽팽하게 당긴 뒤,
실의 중간 부분을 잡고 위아래로 살짝 튕겨내면 납작한 회색 바닥에길다란 검은 선이 또렷하게 남겨진다. 이 얇고 가는 검은 선 위로거푸집이 세워지고 콘크리트가 타설되면 빌딩이 솟아오른다. - P56

현장에서는 자신만의 기술이 자원이라 다른 이들에게잘 알려주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왜 다른 여성 노동자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주시나요?
그래야 여자들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잖아요. 안 그러면 욕얻어먹으니까. 제가 설움을 당했으니까 그 설움을 똑같이 당하지말라고 후배 여성들에게 알려주는 거예요.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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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아직 오지 않은 당신에게 바칩니다.
그리고 재직 중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아사히신문 학예부 편집위원 마유즈미 데쓰로 씨에게 바칩니다.
이 책은 저와 마유즈미 씨가 함께한 마지막 작업일 뿐만 아니라마유즈미 씨에게도 마지막 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소설가가 단기간에 갈고닦을 수 있는 재능을 스스로 썩힙니다. 방만한 생활에서 불쑥 세기의 걸작이 튀어나온다는 터무니없는 소리에 모든 것을 내맡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나라에서는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처신만 잘하면 중진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예술까지 거머쥐려는 국가가 거들먹거리며 수여한 보증서 달린지팡이를 짚고 당당하게 활보할 수 있습니다. - P7

나는 점차 야심이 번들거리는 사람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한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기존의 문학에 염증을 느껴 떠난 독자를 다시 불러 모으고, 질이 안 좋다며 소설에 등을 돌린 독자를이끌어 오고 싶은, 그런 야망이 내 안에서 뭉게뭉게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 - P9

그들이 세파에 시달리면서 단련되는 사이, 미약하나마 생명의 근원적인 불꽃이 튀었고, 그 희미한 불꽃을 지나치게 섬세한 신경으로 포착하고 평범한 문장으로 표현해서 간신히 읽을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한 것입니다. - P23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의 문학이 성격에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문학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문학이 아닌 세계에서 재미없게 살아가던 잠재적인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들‘, 이제 드디어 그들이 나설 차례가 되었습니다. - P25

성격 파탄자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술가 유형의 성격 파탄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저 성격이 뒤틀렸다고 소설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미처 감당할수 없을 만큼 폭탄 같은 성격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마침내 작품이라는 형태로 마무리 짓는, 정상을 넘어서는 의지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재능의 유무에 대해서 생각할 때, 서로 모순되는 이 두 능력을 겸비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열쇠가 됩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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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말이야, 아빠도 좀 이상한 건 아는데, 유자가내 장례식에 와줬으면 좋겠다." - P80

"나는 꼭 훼방 놓고야 마는 사람이잖아." - P81

제목에 우뚝한 두 글자처럼 소설에는 ‘혁명‘ ‘지령‘ ‘투쟁‘ ‘운동‘ 같은 단어들이 돌올하게 펼쳐져있습니다. 수민의 언어에서 그것은 ‘뜻‘과 ‘의지‘
로 다르게 말해지기도 하는데요.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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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어야 한다고 매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는 걸까. - P73

대체 누가 이런 방식으로 삶을 이어간단 말인가? 어쩌면나는 이 이야기를 책에 씀으로써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것 같다. 그런 게 아니라면 타인에게말할 것도 이렇듯 책에 쓸 것도 없으리라. 그저 나 혼자서 계속되는 죽음을 목격하며 살아가면 그만일 것이다. - P74

슬픔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슬픔은 충만한 사랑을 알아본다. 사랑을 먹고 자란 슬픔은 이내 충만해진다. - P91

고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음의 고통을 여전히 품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은신처로 몸을 피하는 것만으로절망을 치유하는 사람은 없다. 방안에서는 아무것도 잊히지 않는다.
-올리비에르모 - P93

살아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일이 얼마나 피로한 일인지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말없이 그를 안아주고 싶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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