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을 겪고 품은 바다는 평온하다.
그 바다를 나는 그린다.

내 생애 첫 책을 낸다. 칠십이 되어 책을 내는 마음이 기쁘면서도 쑥스럽다. 오랫동안 숨어 지내듯 그림만 그리고살았다. 모교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도 크게 드러나지 않게제자들과 함께 그림에 몰두하며 살았다. - P7

제주도에서 내가 느낀 대로, 본 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들과 짧은 글들이 책을 받아든 사람에게 평화로운마음을 환기했으면 좋겠다. 복잡한 세상에서 이 그림산문집을 읽는 동안만큼은 맑고 은혜로운 기운을 받으셨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 P9

2023년 3월제주도에서김보희 - P9

그 이름은 아들이 지었는데, 조단이 껑충껑충 점프를 잘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자신의 성인 조씨를 합성하고 응용하여 지은 것이다. - P27

레오는아빠가 돌아오기만을늘 기다린다. - P32

야자나무 씨앗들은 마당에서 새롭게 싹을 틔우며 잘 자라고 있다. 10여 년이 또 지나면 우리 자손들에게도 귀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 P63

초록 그림이 많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반영이다. 그싱싱한 초록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증거다. 큼지막한 초록잎을 시원하게 펼쳐 그릴 때면, 작은 체구의 나도 활짝 몸을 펴는 느낌이다. - P61

레오와 숲속 길을 산책하다가 만난 꽃인데 너무 아름답다. 색과 문양도 현대적이다. 천남성이라는 독풀인데, 이렇게 정겨운 모습의 들풀이 옛날에는 사약의 재료였다고한다. 꽃들도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나 보다. - P92

그림 그릴 때 내가 어떤 바다를 그리고 싶어 하는가가 중요하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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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그녀는 모슬포의 거리를 걸어갔다.
나도 두어 번 모슬포를 지나간 적이 있었다. 마음먹고 걷자면 시내 어느 곳이든 삼십 분이면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소읍이었다. - P71

책의 맨 앞에는 ‘시간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었고, 다음 페이지에는 "누구도 여기 기록된 사건들이 일어나는것을 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이 인쇄돼 있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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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카메라로 충분할까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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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확신은 무엇인가요? 그에 대한 답변이 첫 책의 주제로 담길 것입니다. - P279

저마다 치열한 세상살이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습니다. 삶에서 얻은 것 중 가장 귀한 것을 죽기 전에 글로 엮어세상에 내어놓는 것, 세상에서 받은 것 중 쓸 만한 것을 추려서돌려놓는 게 책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죽으면 육체가 흙으로 돌아가 자양분이 되어 나무가 되고 열매가 되듯이, 내가 삶에서 얻은 배움과 지혜도 환원하는 게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P281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양심껏 살아야 그기 사람 가치가 있지. 돈이 지금 인자 내 벌어놓은 것만 해도 다 못 쓸건데. 절대 돈 거는 추접은 돈이고 필요 없는 돈입니다. 돈 모할 낀데? 사람이 살아가는 데 똑바로 살아야 합니다. - P282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35 - P283

글을 쓰는 고난의 시간대를 거치고 나면 쓰기의 결과물에딸려오는 선물이 있어요. 전에 어떤 작가가 그랬거든요. 책 쓰는 일은 지독히 고통스러운데 책을 쓴 유일한 보람은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된 것이라고요. 크게 공감했어요. 글은 중매인처럼 인연을 맺어줘요. 저도 그랬습니다. 글쓰기 수업에 온 학인들, 강연에서 만난 학생들,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분들, 시민단체 활동가들, 출판사 편집자들, 다르 작가들 등등 책으로 인해 여러 인연에 닿았습니다. - P291

그렇습니다. ‘나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글을 쓰는 동력이고 재미입니다. 내 앎이 무화되는 순간에 찾아오는 혼란과 두려움이 있지만, 그럴 때라야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열리고 사고가 확장됩니다. - P294

글쓰기 상담소‘의 내용이 이토록 가지런하게 제자리를찾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가 하도 세 번, 네 번, 점검하고 확인하는 바람에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글이든 책이든 ‘이렇게까지‘ 했을 때의 결과물을 보는두고두고 안도감과 뿌듯함을 준다. 여럿의 말들과 숨결과손길로 세상에 나온 책이 부디 첫눈처럼 독자 손에 닿으면 좋겠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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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것도 그래요. 말 잘하려면 잘 들어야 해요" 그 말을듣고 제가 뭐라고 했게요? "어머, 연기도 그렇대요. 연기 잘하는 배우는 잘 듣는 배우래요." - P267

상대의 대사를 들을 수 있는 힘이야말로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임이 분명하다. 말하는 힘이란 우선 이런 듣는 힘이 있어야 생긴다고, 고키 군을 보며 확신했다.25 - P268

어떤 노동자가 어떤 자본가를 만나느냐는 우연적일 수 있지만 전체로서 노동자 계급이 자본가 계급을 만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인법, 전태일의 평화시장이 그들에겐 편의점이고 사무실이다. 완장찬 작업반장 대신 CCTV가 감시할 뿐, 사람을 이윤 창출의 도구로보는 현실은 너무도 닮았다. - P269

《시와 산책》의 저자 한정원 작가도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좋아한다면서 이유를 이렇게 말해요. "들으면서 상대방을 넉너히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 P271

"내가 어떻게 써야 할지는 내 글에게 물어라." - P272

나는 작가라는 말이 여전히 어렵다. 뜻과 범주가 모호하다. 행위인지, 직업인지, 자격인지, 욕망인지, 존재 그 자체인지 잘 모르겠다. - P274

제가 정의 내린 작가란 ‘쓰는 사람‘입니다. 나만 보는 글을쓰는 사람이 아니라 전체 공개로 어디에서든 누구나 볼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 그래서 이번 글 도입부에 소개한 칼럼에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 P275

작가를 꿈꾸는 학생에게 말했다. "쓰고 싶으면 빨리 쓰세요. 작가는 쓰는 사람이지 쓰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29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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