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혼자 해도 아슬아슬하다. 나는 두 사람 중 과연 누구의목소리가 흘러나올지 너무나 궁금해서 목소리가 다 갈라질 지경이었다. - P67

김장우였다. 운명은 두 사람한테 오분 간의 시차를 두었다. 나는 이 운명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 P69

"영화는 6시 40분 시작입니다. 표는 어제 구해놨지요. 때문에저녁은 9시입니다. 종로에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을 알고 있으니 그건걱정 마시구요. 오늘 드라이브는 문산에서 임진강으로, 그런 다음 장흥으로 해서 돌아오는 것입니다. 차 한잔의 대화는 아마도 장흥쯤이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 P71

"아녜요. 정확해요. 주차하는 데 적어도 10분은 소요되고, 약간걸어서 극장 도착하는 데 5분, 매점에서 마실 것 사고 화장실 다녀오면 또 5분, 좌석 찾아 앉는데 2분, 도합 22분, 8분 정도 숨 돌리고 나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요. 빠르지도 늦지도 않아요. 딱 좋아요." - P77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이렇게 해석해보았다. 김장웁니다. 안진진과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서 쓸쓸하게 남도로 떠납니다. 쓸쓸함이 가시면 돌아오겠습니다……………. - P79

해질녘에는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 하늘 저켠에서부터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가슴이 아프거든...………. - P82

음식물 찌꺼기로 도배를 해버린 벽, 접시 파편들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방, 어머니는 너무 놀라 방문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순간 정확히 어머니를 겨냥하며 날아오는 잡채 접시. - P85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이모와 닮은 데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대사는 전형적인 이모의 것이었으니까.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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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꽃무늬 바지 네벌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아저씨에게 비닐봉지를 건네받으며 나는 생각했다. 한여름이되면 아빠랑 엄마랑 똑같은 꽃무늬 잠옷 바지를 입고수박을 먹어야지,라고, - P101

오늘 급식은 돈가스와 미역국과 깍두기였다. 다 내가좋아하는 거라 밥을 가득 펐다. 성규가 알면 또 잔소리를하겠지. 점심을 먹고 이를 닦은 다음 운동장에 가보니 성규가 먼저 걷고 있었다. 성규 옆으로 가서 따라 걸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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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운명이라고 부르는 커플을 만났어요. 둘은 종교가 달라서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도망 중이래요. - P165

나는 바람을 따라나서던 흰 개의 모습을 떠올려요. - P125

잊고 있었다. 우리는 대체로 그 무엇도 어찌하지 못하지만,
작은 보조바퀴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 P93

그 집은 내가 유일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비누를 만들었던곳이에요. 그때 나는 웃으며 비누를 만들던 언니의 마음을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 P95

우리는 이렇게 시커먼 슬픔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지어 헤엄을 치고 있어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요.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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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떴어요!" - P145

그녀는 힘없이 말했다.
"이해할 수 있어요. 이해하는 중이에요. - P147

"어느 집이요?"
"내 집이요. 라파트멍 60층.‘ - P151

‘배우의 상상력은 가짜 삶에 국한되지.
사람들에게 패턴화된 삶을 보여주는 거야.
하지만 진짜 삶에 패턴 같은 건 없잖아.

여자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이마치에게 거짓말했다. 그들은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여자가 굶주려 있다는 것을이마치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눈 밑이 거뭇거뭇했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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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12일 사쿠라섬에 갔다. 목적은 단 두 가지, 재와 토석류(石流)를 보고 싶었다. - P150

이 무거운 재가 매일 떨어진다고 한다. 심지어 낮동안 수차례 떨어질 때도 있다고 한다. 연기를 뿜을때마다 떨어지고, 떨어지는 장소도 그날, 그 시각의풍향을 따른다. 정말 성가시기 짝이 없다! - P153

과연 우산이 필요할 법도 하다. 재가 떨어지는소리는 처음 들어봐서 그런지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마음이 침울해지는 소리였다. - P155

자연히 사쿠라섬의 노인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시적인 재해라면 상당한 피해를 입어도 인간은 오히려 용기를 내겠지만, 이라고 했던 그 이야기 말이다. 심경이 복잡했다. - P157

뭔가를 뒤집어쓴다는 말은 높낮이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이고, 높낮이가 없다는 말은 생기가 없다는 것으로 이어지는 걸까,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 P161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불쌍하다. 8월에 별안간 하늘에서 쏟아진 재를 맞고 나뭇잎이 떨어져나갔을 때는 기절하는 심정이었으리라. 일주일 만에겨우 싹을 틔웠을 때는 필사적이었을 것이다. - P163

한번 거대한 목재를 다뤄본 젊은이는 그만큼 정신이 안정된다고 한다. 나무는 알게 모르게목수를 키워준다고, 나라지로 씨는 말하고 싶어 했다. 어지간히 나무에게 다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 P176

장수하는 나무의 울퉁불퉁한 밑동을 보면 나는 무릎을 꿇을 것 같아서 도망친다. 더욱이 울퉁불퉁한 밑동이 꼭대기에 은은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면 아름다움과 무서움의 협공을 만난 셈이어서 나는 가위에눌린 것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 P180

선구자 격 식물이라 악조건에서도 살아가는 힘이 발군이라고 누군가 가르쳐주었다. 선구자라는 단어가 몸에 사무쳤다. 수양버들의 낭창낭창한 모습은 충분히 감상할만한 가치가 있지만 황무지에 앞장서서 살아가는 씩씩함도 버드나무의 본성이었다. 이후 버드나무는 마음에 걸리는 나무가 되었다. - P183

떠난 지 57년이 되는 고향이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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