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영이 결혼해 서울을 떠났다는 소식은 동창들에게서 들었다. 이순영과 송미영의 2년은 철없는 여자애들의 가출로 정리되어 있었다. 둘이서 집 나가 살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께 무릎 꿇고 빌면서 돌아왔다고. 이순영은 정정하지 않았다. 그 시간을, 그 집을, 그 두 사람을 제대로 이야기하는 건 어차피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P83
"누님과 오래 가깝게 지내시는 친구분이에요. 그렇게 말하고는 변명처럼 덧붙일 뿐이었다. "저에게도 가족 같은 분이시죠." - P85
"그 두 여자가 부부라는 걸 알고 있는, 두 사람을 부부로 만들어주고 싶은 공무원 두 사람. 그거면 돼요." - P89
죽음을 앞두고 지난 생을 돌이키자,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오랜 시간 법적인 부부로 살았다는 후회보다 사랑하는 사람과한 번도 법적인 부부가 되지 못했다는 회한이 가경의 하 고모 송미영을 고통 속에 빠뜨렸다. - P91
가짜조차 안 된다고 말하면, 진짜 비참해지니까. - P92
"선택할 수 있다는 거,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권력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잖아." - P95
"성공을 위하여!" "성공? 무슨 성공?" "우리의 성공이죠." - P120
세상에 너무나 당연하게 그때까지도 이 나라에선 결혼을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구나. 선미는 뒤늦게 마음이 아팠다. - P125
정말 그거면 될까요. 보고나면 더 욕심나지 않을까요. 다시빼앗기기 싫고 억울하지 않을까요. 선미는 손에 들린 포크를, 그 끝에 꽂혀 있는 사과를 보았다. 고작 사과 한 조각도 제 손에 들리면 제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게 사람인데. 손에서 놓쳐바닥에 떨어진다면 왜 더 세게 쥐고 있지 않았을까 후회가 될텐데. - P127
"혼인신고 사무에 있어 동성 간의 혼인신고는 특히나 매우민감한 사안으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반드시 매뉴얼에 따라서 행동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P152
온전한 진실보다 약간의 진실이 섞인 거짓이 더 그럴싸한이야기로 완성되는 까닭은 그것이 사람들이 믿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 P155
"떠올라서 괴로운 사람이 아니라, 괴로워질 때까지 떠올리는 사람 같아. 괴로워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괴로운 게 당연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언니, 그러지 마. 나 속상하게 하지마." - P158
"얼마나 사회가 혼란해지는지 보려고. 아니, 봐야겠어. 보고싶어." 선미의 말에 가경이 씨익 웃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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