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한동안 씻는 동안 서 있을 힘이 없어서 욕조 안에 가만히 앉은 채로 샤워를 하곤 했어요. 기운이 더 떨어질 때는 물을 맞으면서 아예 누워버리기도 하고요. 그렇게 젖은 미역같이 널브러져 있다가 정신을 좀 차리고 나면 욕조 밖으로 나와 몸을 닦고 말릴 기력이 조금 생겼습니다. - P70

아주 오래전에 다닌 회사에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군기반장을 자처하며 본인의 특기가 ‘잡도리’라고 자랑스레 말하고 다닌 상사가 있었는데요, 평소에는 "야!" "○○야!"라고 사람을 부르던 그가 누군가를 ‘잡도리’하기 직전에는 꼭 경칭을 썼거든요. 그의 나지막한 "○○씨" 뒤로는 욕설만 안 들어갔다 뿐이지 욕이나 다름없는 독설이 사정없이 이어졌어요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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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쉬운 길로 가고 싶어 해요. 하지만 우리가 행복할 때는 약간 어려운 일을 할 때거든요. 핸드폰이 생기면서 사람들은늘 중요한 것보다는 쉬운 것을 제안하는 물건을 언제나 주머니에넣고 다니게 된 거예요." 수네가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나 자신에게 더 어려운 것을 선택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 P54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정보를 흡수하는 속도에 최대한도가 존재하며, 그 벽을 부수려고 하면 그저 정보를 이해하는뇌의 능력이 파괴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P55

그러나 느림을 통해 신체의 이완을 느낄 때에도 이후에는 늘 죄책감이 끓어올랐다. 나는 생각했다. 늘 빠르게 달리며 스트레스에시달리는 친구들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어떻게 하면 우리모두가 삶을 바꿔서 이런 기분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지? 갈수록 빨라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속도를 늦추지? - P58

우리는 이 개념을 가져와 인간에게 적용했다. - P59

단기적 차원에서 IQ 10점 하락은대마초를 피웠을 때 IQ에 가해지는 타격의 두 배다. 즉 업무 수행의 측면에서 볼 때 문자와 페이스북 메시지를 자주 확인하느니 책상에서 마약을 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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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비나 쪽을 바라보며, 참 고귀하지를 않구나 이 사람들은, 하고 생각했다. 분명 자신도 고귀하다고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은 고귀하지를 전혀 고귀하지 않다고 베르타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 P91

았다. 의사로부터 치명적인 병명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처럼베르타는 둘러앉은 여인들에게서 어떤 작은 단서라도 찾으려는듯 주의깊게 눈치를 살피고 귀를 기울였다. 누가 말해줄 것인가,
마리아의 죽음에 대해. - P94

아니에요 사모님, 마리아는 열 살이나 적은 수산나에게 늘 존댓말을 썼다. 저 같은 게 무슨 하느님의 백성이겠어요? - P95

그러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올가는 침울하게 말했다. 마리아의 손녀 소피아도 만 십이 세가 되면 그런 곳에 가게 되려나, 건강 비누 같은 걸 만드는 그런 생각이…… 베르타는 올가의 마르고 침통한 얼굴을 바라보며 조금 전에 올가의 말을 오해하여 팔십칠 세까지 살려는 욕심꾸러기 노인으로 여긴 것을 참회했다. - P98

먹어줄 사람을 생각하고 만들면 그렇게 돼요. 사모님. - P101

몸이란 게 움직이자 달래면 움직여져요, 사모님. - P103

도대체 이모님은 뭣 때문에, 베르타가 앙칼지게 물었다. 하나도못 팔 거면서 그깟 태극기는 왜 그 먼 데까지 팔러 다니시는 거예요? - P113

그들과 계속 만남을 이어왔는지가 분명히 이해되었다.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 않구나 우리는…… 베르타는 카디건앞섶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왔다. 마리아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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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보험사, 은행, 병원, 그 밖의 여러 곳에서 그 혼인관계증명서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하주시청으로 전화를 걸어온 것보다 ‘하주시에 묻습니다‘ 게시판에 새 글이 올라온 것이한발 더 빨랐다. - P204

. 그저 어떤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을 뿐이다. - P208

매섭게 몰아붙이고 돌아선 최선미의 귀에 도선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분명하게.
"책임 지겠습니다." - P214

그래도 조금 아쉽기는 했다. 송미영은 다른 결혼식을 알고있었다. 평범한 결혼식. 남들이 다 하는 결혼식. 친지들이 한마디씩 끼어들어 훈수를 두는 결혼식. 초대받지 못한 친구는 서운해하는 결혼식. 축의금 봉투와 피로연장의 식권이 교환되고, 지루한 주례사와 단체 사진 촬영이 있는 결혼식. 틀로 찍어낸 듯이 너무나 뻔해서 공장식이라고도 부르는 결혼식, 결혼한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아는 결혼식. - P238

도선미는 그들을 알아보았다. 하주시청으로 혼인신고서를제출하기 위해 찾아왔던 100쌍의 부부들. 그 얼굴을 기억해서가 아니라 얼굴 위에 드러났던 감정을 기억하기에 알아볼 수있었다.
사랑.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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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함으로 그조차 잠시 잊은 이들을 넌지시 일깨워주는 그온화함에 대해. 나는 오래 생각했다. - P74

나는 얼이가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로 보드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본업을 발휘해서 보드게임판을 디자인하고대형 실사출력을 했다. 교실 바닥에 넓게 펼쳐놓고 말 대신아이들이 그 위를 직접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각 칸에얼이가 여행한 나라를 넣고, 모든 나라에 대한 자료와 사진을 모아서 따로 PPT를 만들었다. 푹신하고 커다란 주사위도준비했다. Hoa h - P76

하지만 어디에나 좋은 면이 있고 우리는 그것들을 찾아내는 걸 좋아했다. 어느 곳을 가든 그곳에도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 P78

아이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다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것을 추천한다. 기왕이면 아주 낯설고 새로운 언어가 좋겠다. 언제라도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줄 테니. - P87

아이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다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것을 추천한다. 기왕이면 아주 낯설고 새로운 언어가 좋겠다. 언제라도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줄 테니. - P87

항으로 돌아왔다. 얼이는 경유했던 멕시코시티에서 먹은 타코와 그때의 조명과 온도, 습도, 거기다 시장에서 산 장난감과 레스토랑에서 줬던 크레파스까지 지금도 멕시코 음식을먹을 때마다 이야기한다. - P103

여행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책은 길고 어떤 책은 짧고, 어떤 책은 지루하고 또 다른 책은깔깔대며 읽는다. 뭉클한 순간이 많아서 두고두고 다시 들춰보는 책도 있지만, 어떤 책은 한 번 읽은 후엔 책장에 꽂혀 잊혀진다. 아무리 좋아하는 책도 모든 장면을 기억할 수는 없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만 모든 책이 다 배울 것이 있고 내게 무언가를 남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읽는 것자체의 즐거움이 있다. 때로는 실패한대도, 읽고 나서 모두잊어버린다 해도.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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