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도터의 불치병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가 겪는 불행의 원인을 자신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존재가 어머니 삶에 행복을 더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워한다는 자존감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의 ‘남은생‘을 어머니로부터 독립한 개인으로 생각하기 어렵게 한다. - P138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케미는 모든 등장인물과 빛이 맺는 관계에 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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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빈티지 엽서를 모으는 취미가 있대요. 그분 말이에요. 외국 사람들은 누가 누구한테 썼는지도 모를 엽서들을 사고팔고 하거든요. 저도 외국 갔을 때 본 적은 있는데 사고 싶은 마음은 안생기더라고요. 괜히 께름칙하기도 하고. - P170

모른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힘껏추측했고 유추했고 상상력을 발휘했다. - P175

그는 고개를 살짝 들었지만 그녀를 바라보진 않았다. 그의 시선은 테이블 모서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알게 될지도 모를 어떤 감정들이 그의 얼굴을, 표정을 낯설게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 말 뒤편의 말들, 그러니까 그가 질문 뒤에 감추고 있는 진짜 질문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 P177

그러곤 엽서를 내려다보며 문장을 읽었다. 아니, 읽는 척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 P180

소설 쓰는 일은 내 삶과 타인의 삶 사이에 반투명한 종이를 겹쳐놓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타인의 삶은 내가 모르는 것이어서 힘껏 상상해야 겨우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속엔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과 한 번쯤 살아보고 싶었던 삶, 한때갈망했던 삶과 단 한 번도 그려보지 못했던 삶이 모두 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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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모르더라도 소설을 쓴 작가는 알겠지. 스페이스 섹스올로지. 소설을 쓰다가 알게 된 것도 아니고 소설을 쓰기 전에 이미알고 있었겠지. 그게 소설의 씨앗이 된 거고 내친김에 아예 제목으로 삼은 거겠지. - P148

외부의 내부적 일상화, 즉 대기권의 우주화로 인해 인력과 척력의 변화가 오고, 그로 인해 저 우주가 아니라 이곳 현실 내부에서도 "삶이든 중력이든, 그런 것에 반하는" "둥둥 뜬다는 것"이가능해지는 새롭고 낯선 인식적 진공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은율이 유자를 내치며 끌어당기고 유자가 최를 내치며 끌어당기듯이, 둥둥. 어느새 외부의 "한복판"과 다름없게 되는 내부. 누구에게든. - P151

노래가 끝나고 다음 노래가 시작되기 전의 짧은 정적 속에서그녀가 무심코 거울 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어딘가 의기소침하고 수줍어하는 듯한 그 눈빛은 그녀의눈과 만나자마자 놀란 듯 다른 쪽으로 달아나버렸다. 그녀는 육중한 스미스 머신 안쪽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그 남자를잠깐 돌아보았지만,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 P157

이런 일련의 일을 통해 그녀는 친절과 선의가 완성되는 데에는두 가지 조건이 있음을 배웠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친절과 선의는 있는 그대로 주고 있는 그대로 받을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 유효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염되고 변질되고 공중분해되면서 자신 혹은 상대를 다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누구나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취약했고 위험했고 다루기 까다로웠다. - P161

자신이 그런 것처럼, 그 여자에게도 환한 시간들이 있었고,
또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그건 그녀가 타인에 대한 예의를잃지 않는 방식 중 하나였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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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이 더 선선하게 다가온다. 어떤 진심은 영원을 기약하지 않아서 깊어진다. 거기에 굳이 사랑이라는 말을 보태지 않으며, - P124

"나는 늘 낙원을 도서관으로 생각했어요." 시립 도서관 사서로 시작해 국립 도서관 관장이 된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이 말은, 그가 시력을 잃고도 계속 책을 낭독으로 듣고구술로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새삼 사무치게들린다. - P125

영화 속 사람들은 ‘서로에게 말한다. 관객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니라, 도서관 안에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관객이 자율적으로 깨닫게 한다. 사서들은 때로 상담사와 같고, 뭘 찾아야 할지도 모르고 궁금한 것만 있는 이용자들을 이끄는 현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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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人、旅途中。어른은 모두, 여행의 도중.
JR동일본 · 기차 여행 - P334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응원하는 캠페인은 참많습니다. 미래가 아직 빈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장년을 위한 메시지는 그리 많지않습니다. 중장년층에게도 미래는 있을텐데요.
캠페인이 있더라도 ‘직장인‘이나 ‘자식을 사랑하는부모님‘ 정도로 존재합니다. 아쉽죠. - P337

誰も知らなかったら無いのと同じ。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나고야 광고협회·홍보 포스터

누군가에게는 막 출발한 기차가 막 출발한사랑이나 용기 같고, 누군가에겐 지루하기만한 시골이 또 누군가에게는 신이 만든 선물같고, 누군가에겐 평범했던 교실의 왼쪽 창문이누군가에겐 오른손잡이를 위한 배려가 되기도 하는마법을 보셨습니다. - P342

문장을 만날 때마다 세계는 결코 표면만으로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배웁니다. 같은풍경도 어떤 단어를 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얼굴을 갖고, 그 얼굴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기울어지는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P343

카피를 쓰고 읽으며 매번 깨닫는 것은 결국우리는 단어를 통해 세계를 새로 짓는 존재라는사실입니다. 평범한 단어가 모여 만들어낸 비범한진동과 그로 인해 읽는 사람의 세계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확장됩니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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