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득 없는 하루였지만 왠지 흥겨운 감정이 나를 들뜨게 했다.
그날 나는 멈췄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여태껏 과거의 이야기를 했다면 앞으로는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써보고 싶어졌다.

창으로 들이치는 가을을 감상한다. 바람은 서늘한 입술처럼 슬쩍내 뺨에 입을 맞추고 푸스스 흩어져버린다. 늙은 까마귀가 쇳소리로 칵칵 가래 뱉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도시 냄새가 밀려온다.
매연과 먼지와 마른 풀 냄새가 담배 연기처럼 매캐하다. 부르튼 입술을 손가락으로 쓸며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했다. - P117

"나는 예뻐지기 위해 미용 시술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진정 원했던 건 기분 전환이었나 봐요" - P119

창을 닫고 책상 앞에 앉았다. 습관처럼 콧등에 새로 생긴 가짜연골을 만져보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허무와 고독을 밀어낸 건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필러 1cc였다. - P123

나는 내게 커피가 전달될 때까지의 과정을 바 앞에서 함께했다. 내 주문 번호가 불렸다. 커피를 받아 든 나는 그리움의 향기를맡고 추억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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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는 결혼 소식을 친구들에게 이렇게 편지로 알렸다. - P123

깨어나라! 저 동쪽 언덕 뒤의 해가별들의 시간을 밤에서 몰아냈으니.
그리고 하늘의 들로 솟으며술탄의 성탑을 빛살로 친다. - P133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직역에 가까운 첫 번째 번역에서 문학성이 좀 더 느껴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충격이었다. 어떻게기계가 나보다 더 문학적이지? - P97

이 광기에는 번역을 처방한다 - P95

번역가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 몇 가지 있다. 횔덜린처럼 원문을 손실 없이 옮기려 하다가 심연으로 가라앉아버린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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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날지도 않는다. 산만하고 무질서하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없다. 날것 그대로의 희고 따뜻한 알을 발견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정착감이 든다. - P31

내가 마지막으로 팔았던 책은 알베르투의 시집. 알베르투는 시가 자신이 혼자 있는 방식이라고 했지. 수십 개의 필명을 가졌던 시인. 그는 자신을 타이르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되었을까. - P32

시인이 관심을 보인다, 인사만 할 거면서. - P35

한 사람이 서 있다나를 보며 웃는 사람을 오늘 처음 본다 - P36

따뜻하고 이국적인 음식을 나눠 먹으면우리는 더 먼 나라로 여행하는 기분이 들 테지 - P36

아까 그 노래 제목은미아 퍼 셈프레너는 영원히 나의 것그런 뜻입니다 - P38

그곳에서 그는 재킷 없는 음반을 다루듯조심스럽게 프라이팬을 닦을 것 같다 - P39

의자가 많은 식당처럼 적적한 마음에모르는 노래가 부서진다 - P40

피도 지구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돈다몸속의 피는 지구 세 바퀴 넘는 거리의 혈관을 순환한다이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한다 - P42

북극여우도 살지 않는 설원에서 길은 끝나고 심장과 마음을 잇는 선이 사라질 즈음나에게서 가장 멀리 떠나온 거기에서그 극지의 눈보라 속에서 너에게 미래를 부칠 수 있다면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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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는 루바이야트]를 번역하면서 코웰과 계속편지를 주고받으며 페르시아어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 상의했다. 이 원고는 코웰과 피츠제럴드를 이어주는 끈이었고, 코웰과 협업으로 탄생한 두 사람 사이의 (적어도 피츠제럴드 입장에서는) 사랑의 결실이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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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예술은 공동체를 제 마음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의식의 부패를 막는 ‘약‘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위해 김애란의 안녕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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