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리에게마이클 콜리어에게러셀 페로(1967~2019)에게

그리고 해안에 서서 바다를 내다볼 때면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걸영원히 기억하기 위하여-루이스 사가스티

‘보‘라고 불리는 보선은 뉴욕시에서 십이 년을 보내는동안 퀸스에 있던 어느 무역 회사의 나쁜 일에 말려들었다. 알고 보니 그 회사는 장물을 거래하고 있었고, 회사트럭을 운전하던 보는 결국 어느 해 겨울 맨해튼과 뉴저지를 잇는 다리 위에서 붙잡히고 말았다. - P13

로저는 위쪽 침대를 썼다. 로저는 키가 크고 덩치가 육중해서 그가 몸을 움직일 때면 매트리스가 조금 꺼졌다.
매트리스 천은 모래색이었다. 밤이면 보는 쉬지 않고 모습을 바꾸는 사막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상상했다. - P17

보는 자신이 결국에는 퀸스를, 어쩌면 자신이 태어나서부터 십팔 년 동안 살았던 한국까지도 그리워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는 동안 그곳들은그가 떠올리려 애쓰는 얼굴들처럼 멀어졌다. 마치 그가한때 살았던 그 장소들이 다른 누군가의 고향이었던 것같았다. - P19

현관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바람 때문에 그런 거야."
노인이 말했다. 노인이 문을 좀 더 밀어 열자 오후의 빛이호를 그리며 마루를 가로질렀고, 그들 셋은 안으로 들어갔다. 개가 벽난로 옆 먼지 쌓인 소파 위로 뛰어올랐다 - P24

카지노는 교도소와는 달리 조명이 어렴풋했지만, 창문이 없는 건 교도소와 마찬가지였다. 시계도 없어서 몇 시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 P29

"나쁜 놈들은 나가고 좋은 친구들이 들어오는군." 찰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덧붙였다. "그 붕대는 가능하면 오랫동안 하고 있어. 아주 그럴싸해 보이니까." - P35

"종이비행기 때문에 그 난리를 피웠구나." 해리가 말했다. - P47

카로는 보의 이름인 ‘보선‘이 영어로는 배 위의 사병들과장비를 책임지는 갑판 장교를 뜻한다고 설명해주었다. - P49

보는 카로에게 하고 싶은 질문들을 계속 더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거기 달빛 속에, 카로의 곁에 긴장을 풀고 가볍게 서 있는 동안, 공기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났고, 바람이 불었고, 그는 갑자기 자신이 아주 먼 길을 왔으며 무언가 굉장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리라는 걸, 오늘 밤이나 내일은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아 일어나리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 집중했다. 그들이 밤의 마지막 시간 내내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그 느낌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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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피자와 도시락을 든 미도가 관장 흉내를 내며 들어온다. 미도를 알아본 부원들이 반갑게 달려간다. 얼굴이환해지는 주인. 피식 웃는 대한. - P59

씩 웃으며 먼저 걸어가는 미도. 주인이 그런 미도를 가만히 보다 쫓아가 팔짱을 낀다. 꼭 붙어서 한 몸처럼 가는 두사람. 가로등 너머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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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웃으며 네일을 감추는 송 선생. 태선, 차갑게 웃으며다시 교구를 정리한다. - P58

작은 파츠를 붙인 송 선생의 네일 아트를 가리키는 태선.
송선생, 당황한다. - P57

다시 계획을 짜는 선배들, 수호, 음료로 얼룩진 서명지를정성껏 닦으며 생각에 잠긴다. - P54

보조석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긴 주인. 운전 중인 태선은 종알종알 수다를 떤다. - P15

황급히 달려나가는 주인. 연자는 걱정스레 바라보지만 태선은 이미 화가 났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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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라는 것은 실험하면서 생긴다. - P133

리플리에게는 재능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는 것은어쩌면 쉬운 일일지 모른다. 다만 그 호감을 유지하는 것,
기꺼이 시간을 나눌 정도로 가까워지는 것은 어느 정도의재능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 비극의 시작일까. - P123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돈이 얼마나 힘센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영화는 유독 돈을 많이필요로 하는 종류의 일이다. - P134

‘살 수 있다‘는 말은 취향과 맞지 않는 표현에 가깝다. 시간이나 돈이 제한된 상황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끽할 방법을 요리조리 연구하다 보면 거기서 나만의 즐거움과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이 ‘나‘라는 사람의 지도에 복잡하고 아름다운 길을 그려준다고 생각한다. - P136

나는 결국 맛있는 계란을 사 먹기로 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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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와 추위와 허기는 내 충실한 동반자였습니다. - P28

그날 밤은 커다란 단층을 안식처로 삼아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은 계곡을 탐사했습니다. - P32

나는 신들의 축복을 받은 그날의 나머지 시간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데 바쳤습니다. 반쯤 드러난 뼈의 놀라운 크기를 기록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잊어서는 안 될 생생한 인상을 생동감넘치는 그림으로 그려 냈습니다. - P32

불안감이 가슴을 조여 왔습니다. 굳어 버린 입술에서는 말은커녕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야윈 내 몸은 열에 들떠 덜덜 떨렸습니다. - P36

처음 만난 날 이후로 그들은 나를 아이처럼 돌봐 주었습니다. 끝없는 밤을 지새우며 우리가 나누었던 진실한 교류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밤새도록 별들을 차례대로 불러 대는 그들의 목소리는 서로 뒤섞이고는 했습니다. 그것은 유려하면서도 복잡하고 반복적인 멜로디와 미묘한 변주, 세련된 트릴, 서정적인 비행으로 장식된 낮고 심오한 음조로 짜여 있었지요. - P40

봄이 되자, 그들은 몇 날이고 계속해서 격식을 갖춘 결투를 벌이며 서로 힘겨루기를 했습니다.
나머지 거인들은 구경을 하며 환호와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제각각 재주와 민첩함, 힘과 패기를 뽐냈습니다. 바위 던지기와 높이뛰기 시합도 하고, 춤도 추고 씨름도 했습니다. 밤이면 계절의 순환과 천체의 운행, 물과 땅과 공기와 불이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서로 결합하는 모습을 즐거이 노래하곤 했습니다. - P50

책은 과학 단체의 거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오래전부터 자주 드나들었던 탐험가 클럽은 나를 외면했습니다. 왕립 지리학회에서는 나를 요주의 인물로지목했지요. 신문들은 ‘협잡꾼‘이니 ‘세기의 발견자!‘ 하며 대문짝만하게 제목을 달아 소란스레 이일에 끼어들었습니다. - P64

나는 갑자기 온갖 소란 속에서 분노와 공포와 고통에 사로잡혀 침묵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깊이를 모를 슬픔의 심연, 그 밑바닥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 P72

거인들이 실재한다는 달콤한 비밀을 폭로하고 싶었던 내 어리석은 이기심이 이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을 나는 마음속 깊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써낸 책들은 포병 연대보다 훨씬 더확실하게 거인들을 살육한 것입니다. 별을 꿈꾸던 아홉 명의 아름다운 거인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린 못난 남자, 이것이 우리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 P74

자연에게 길은 곧 죽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검푸른 열대 곳곳에 휑하니 길을 뚫고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깊은 숲속에서 수백 년 동안 행복하게 잘 살던 거대한 나무들이 실려 나옵니다. 나무들이 사라진 벌거벗은 대지에는 더 이상 동물들이 살지 못합니다. 길은 우리 인간이 자연의가슴에 내리꽂는 비수입니다. 이 같은 비수는 열대에만 꽂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들에만 꽂히는 것도 아닙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구 태화강 상류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암각화가새겨져 있는 큰 암벽들이 있습니다. 마치 이 책에 나오는 거인들의 문신처럼 그 암벽에는 옛날 선사시대에 살았던 온갖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의 ‘영혼을 오성의 한계 너머로‘ 안내할그 ‘한없이 섬세한 천상의 음악‘이 새겨져 있는 곳입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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