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죠." 여관 주인이 우리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 P111

우리가 도카이도로 돌아와보니, 유미는 떠날 준비가 된상태로 우리 말 두 마리의 고삐를 쥐고 있다. 자기 소지품들을 조용히 뒤져 찾아낸 화살은 이제 활과 함께 등에 지고 있다. 영리한 아이다. - P99

"내 옷을 대신 입히지." 나는 히로코에게 말했다. - P105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만난다면 전투 중에 만나게 될지도 궁금하다. - P1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은 예술가의 손에서 한없이 유연해진다. - P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마 전에 지인과 교외의 미술관을 다녀오다 ‘손절‘에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다.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손절‘
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인을 놀래켰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시 생각해보니 손절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 P110

가족에게는 무뚝뚝해도, 친구에게는 소원하게 굴어도, 비즈니스로 대하는 사람에게야말로 입안의 혀처럼 구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측근‘에게 거액의 사기를 당하거나배신을 당해 나락을 갔다는 수많은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 P111

이야기가 길었지만, 내가 유일하게 손절하는 유형의 사람은 이아고 같은 사람이다. 내 앞에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척하면서 불신이나 불안을 조장하는 사람. 타인을 믿지 못하게 하고 나아가 나 자신을 불신하게 하는 사람. 이런
‘신뢰 범죄‘는 가까운 사람만이 저지른다. - P117

정치인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말도 웅장하게 꾸며내기에 능하기 마련이지만 전장의 장수는 그렇지 않다. - P1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마치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노년의 얼굴들을 하나씩 전해주려는 다정한 제보자들 같았다. - P167

"야, 하늘 봐. 별이 진짜 많아." - P171

거기가면 다 할머니들이니까 못 불러도 덜 부끄럽겠지싶고. 또 나이 들어서 목을 너무 안 쓰면 안 좋대요.
고함이라도 질러야 한대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간 거예요. - P175

이시가키 섬에 갔을 때 현지의 헬퍼에게 ‘이 주변에 배회 노인은 없다. 산책하는 노인이 있을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시가키 섬의 주민은 노인이 산책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따뜻하게 지켜보는 것만으로 배회하는 노인을 없앴다. - P186

"잘 알지. 그런데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몰라. 그냥 인사하다가 정든 사이야." - P189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선명해진다. 동네를 걸을 때혼자 있는 노인의 모습을 눈여겨보기. 자주 마주친 얼굴을 기억하기. 그렇게 ‘아는 노인‘을 하나둘 늘려가기.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한 노인을 지키는 데필요한 여러 눈길 중 하나가 되기. - P189

★ 국내 대부분의 복지관에서 ‘독거노인 안부 묻기‘ 봉사활동을 진행하고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가까운 복지관으로 문의해보자. - P203

"이참에 머리도 같이 벌초하셨네요? 잘생긴 얼굴 보여주려고 오셨구나."
그 말에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서로를 기억하고, 반가워하는 사이에서만 나눌 수 있는 농담. 그 짧은 환대의 순간이 깊은인상을 남겼다. - P206

되짚어보는 일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조용히 헤아려보는 중이다. 돌이킬 수 없다는 선명한 자책도, 나아가고 싶다는 희미한 희망도 모두 내 안에 있다. 이제 나는,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갈 이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보여주는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은 이미 내 곁을떠났다고 하더라도. - P213

‘노인이 된 나에게는 어떤 자리가 필요할까‘
아직은 먼일처럼 느껴진다 해도, 사실 이 질문은 시의적절하다. 결국 그것은 언젠가 나와 당신이 머무르게 될 자리를 그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그 자리에, 크기와 색깔,
모양과 높낮이가 제각각인 다양한 의자들이 놓여 있는 풍경을떠올려본다. 언젠가 그곳에서 외롭고 심심한 우리가 만난다면좋겠다. - P238

나와 함께살아가는 노년을 궁금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기. 그건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 P249

어느 순간부터는 질문지를 따로 준비하지 않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라는 목표보다, 당신이 들려주는 어떤 이야기는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가섰다. 그들을 만나기위해 내가 준비한 건 오직 궁금해하는 마음뿐이었다. 인터뷰를하러 가는 길엔 이런 생각이 따라붙곤 했다. 오늘은 어떤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될까. 그 이야기로 내 안의 무엇이 달라질까.
그 기대감이 나에겐 희망이었다. - P253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이곳으로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분명하게 오고 있을 나의 노년을 그려본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쓴 이야기가 나보다 먼저 멀리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 - P2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서 미애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당부한다. 조금이라도아프면 병원에 가라. 같이 갈 사람 없으면 나한테 연락해라. 그래야 산다. 그래야 우리가 한시라도 더 본다. 미애는 자신의 삶에서 또 누구를 떠나보낼지 생각하면 쓸쓸해진다. - P93

경민의 장례를 치르고 몇 년이 흘렀지만, 미애는 웃긴 일이있을 때면 여전히 경민을 떠올린다. - P93

‘무슨 잘못을 해서 여기에 온 게 아니다. 다들 늙어서 여기로왔다.‘ - P98

"안 돼요. 어르신. 오늘 목욕 안 하면 토요일까지 기다리셔야해요. - P96

"집에 가면 다신 여기 안 오고 싶어질 거니까."
그 말에 대답 대신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그렇군요. 당신은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군요. - P103

요 며칠 전에 자고 갔으니까 이젠 열흘 있다가 또전화해봐야지. 현숙아. 오늘 하루만 내 옆에서 자고 가라고.
그러면 또 귀찮게 한다고 뭐라 하거든? 그래도 걔는 온다.
신은 안 와도 걔는 와. 그러니까 내가뭐하러 기도를 해. 안 그렇나. - P107

잠을 떨칠 요량으로 싱크대 앞으로 간다. 포트에 물을 담고서랍에서 블랙커피 스틱을 꺼낸다. 하루에 뜨거운 커피 한잔을마시는 건 영신의 오랜 습관이다. - P140

"약 잘 챙겨 드시고, 이젠 아프지 마세요." - P149

‘모두 서서 샤워하고 있는데 한 분만 바닥에 앉아 씻고 계신거야. 왜 그러실까 하고 보니, 여든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셨어.
서서 씻는 게 힘드셨겠구나 하고 있는데, 일흔쯤 되어 보이는또 다른 할머니가 그분에게 다가가서는 그러시더라. ‘언니, 우리 꼭 오래오래 수영합시다." - P1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