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와 추위와 허기는 내 충실한 동반자였습니다. - P28

그날 밤은 커다란 단층을 안식처로 삼아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은 계곡을 탐사했습니다. - P32

나는 신들의 축복을 받은 그날의 나머지 시간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데 바쳤습니다. 반쯤 드러난 뼈의 놀라운 크기를 기록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잊어서는 안 될 생생한 인상을 생동감넘치는 그림으로 그려 냈습니다. - P32

불안감이 가슴을 조여 왔습니다. 굳어 버린 입술에서는 말은커녕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야윈 내 몸은 열에 들떠 덜덜 떨렸습니다. - P36

처음 만난 날 이후로 그들은 나를 아이처럼 돌봐 주었습니다. 끝없는 밤을 지새우며 우리가 나누었던 진실한 교류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밤새도록 별들을 차례대로 불러 대는 그들의 목소리는 서로 뒤섞이고는 했습니다. 그것은 유려하면서도 복잡하고 반복적인 멜로디와 미묘한 변주, 세련된 트릴, 서정적인 비행으로 장식된 낮고 심오한 음조로 짜여 있었지요. - P40

봄이 되자, 그들은 몇 날이고 계속해서 격식을 갖춘 결투를 벌이며 서로 힘겨루기를 했습니다.
나머지 거인들은 구경을 하며 환호와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제각각 재주와 민첩함, 힘과 패기를 뽐냈습니다. 바위 던지기와 높이뛰기 시합도 하고, 춤도 추고 씨름도 했습니다. 밤이면 계절의 순환과 천체의 운행, 물과 땅과 공기와 불이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서로 결합하는 모습을 즐거이 노래하곤 했습니다. - P50

책은 과학 단체의 거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오래전부터 자주 드나들었던 탐험가 클럽은 나를 외면했습니다. 왕립 지리학회에서는 나를 요주의 인물로지목했지요. 신문들은 ‘협잡꾼‘이니 ‘세기의 발견자!‘ 하며 대문짝만하게 제목을 달아 소란스레 이일에 끼어들었습니다. - P64

나는 갑자기 온갖 소란 속에서 분노와 공포와 고통에 사로잡혀 침묵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깊이를 모를 슬픔의 심연, 그 밑바닥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 P72

거인들이 실재한다는 달콤한 비밀을 폭로하고 싶었던 내 어리석은 이기심이 이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을 나는 마음속 깊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써낸 책들은 포병 연대보다 훨씬 더확실하게 거인들을 살육한 것입니다. 별을 꿈꾸던 아홉 명의 아름다운 거인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린 못난 남자, 이것이 우리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 P74

자연에게 길은 곧 죽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검푸른 열대 곳곳에 휑하니 길을 뚫고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깊은 숲속에서 수백 년 동안 행복하게 잘 살던 거대한 나무들이 실려 나옵니다. 나무들이 사라진 벌거벗은 대지에는 더 이상 동물들이 살지 못합니다. 길은 우리 인간이 자연의가슴에 내리꽂는 비수입니다. 이 같은 비수는 열대에만 꽂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들에만 꽂히는 것도 아닙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구 태화강 상류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암각화가새겨져 있는 큰 암벽들이 있습니다. 마치 이 책에 나오는 거인들의 문신처럼 그 암벽에는 옛날 선사시대에 살았던 온갖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의 ‘영혼을 오성의 한계 너머로‘ 안내할그 ‘한없이 섬세한 천상의 음악‘이 새겨져 있는 곳입니다.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영희 감독의 영화 속에서 시간은 앞으로도 뒤로도 흘러가면서 섬세한 태피스트리를 짜는 것 같다. 그저 카메라로 찍어놓은 일련의 일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들과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인물의 인생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P209

가족의 세계,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마음. 그들을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을 존중해서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살기보다는 고통스럽지만 마주보기로했던 예술가의 여정이 어쩌면 마무리되고 있는지 모른다. - P110

"저기, 내일 저녁은 제가 알아서 해 먹을게요." - P116

요리를 하다 보면 ‘1인분‘이라는 것은 적잖이 고단하고꽤나 고독하다. 세상의 요리책은 마주 앉은 두 사람, 혹은둘러앉은 네 사람을 위한 요리를 가르쳐준다. - P114

"고독하지 않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조금 기묘한 상태였다. 고독을 잃은 것에 대해, ‘또다시 고독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공포가 늘 따라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때로 그런 것을 생각하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서워졌다." - P1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 최악을 피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사랑에 빠지는 게낫잖아? - P73

채수를 내고 남은 콩나물은 나물로 무치거나 차가운국수 등에 넣어 먹어도 좋다. - P75

무엇보다 이 남자가 자기반성을 하지만 자책까진 하지않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친구들의 존재 때문이다. - P78

누구든 거절당하고 기분 좋은 사람이있을까 싶지만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의거절보다 내가 낸 용기에 대해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 P84

극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마치 옛날 극장의 간판과 매표소에서 시간표를 보는 것처럼 극장건물 외벽에 포스터들과 나란히 붙어 있는 상영 시간표를보는 것이 작은 설렘이자 즐거움이었다. - P90

"나, 이런 데 처음 와 본다..."
내 쪽으로 몸을 숙여 웃으면서 속삭이던 엄마. 그래. 아버지는 이런 곳을 싫어하지. 클래식 좋아하고 양식 좋아하는 엄마와 정반대인 아버지. 나는 ‘앞으로 나랑 자주 오자는, 거짓말이 되어버린 말을 했다. - P97

난 엄마에게 한 말을 지킨 것이 별로 없다. 어디 안 간다는 말도, 다음에 같이 오자는 말도, 잘 살겠다는 말도.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엄마와 함께했고, 엄마가 가시고 나서야차가운 봉안묘에 대고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를 보고,
요리를 하고,
하루를 기록한다. - P5

정작 쓰기 시작하니 ‘시네마‘도 ‘쿠킹‘도 문제가 아니었다.
남들이 읽는 ‘다이어리‘라니, 용감하기도 하지. - P9

잘 지내시죠?
인사가 늦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추억이 생겼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빕니다. - P25

선우처럼 열심히 작업을 했다고 느껴지는 날, 맛있는 커피와 함께 달달한 케이크를 먹는다. 이런 날이 이어지기를,
지치지 않고 계속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 P37

와! 이거 뭐야? 너무 맛있다! 어떻게 만든 거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절대 말 안 해줄 거야. 넌 분명 나랑헤어지고 나면 딴 여자에게 만들어줄 사람이니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나라는 동전의 뒷면을. - P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멀리 창가에 달라붙어 있는 머리통들이 보였다. 벤치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은 여자애들이 아닌 척 이쪽을 힐끔댔다. 희주도 여자애들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유리가, 고개 숙인 뺨 위로 머리카락이 살랑대는 유리가 있었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