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체포영장이 아니라 노벨평화상입니다." - P208

"늘 어수선한 꿈을 꾸죠 밤마다 - P197

"내가 저 일을 하면 자랑스럽겠구나 생각했어요.
폼 나잖아요, 용접공.
저는 그냥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진숙이 좋아요.
나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건해고자의 삶이었으니까." - P200

"나는 돈도 필요 없다. 하루를 일하더라도 내 발로 걸어 나오고 싶은 게 내 꿈이라고 말했죠. 조합원들에게 그 말을 이해시키는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2011년에 자기들이 해고돼보니까 왜 굳이내가 그렇게 복직을 하려고 그러는지 알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말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 P205

서로가 서로의 결을 지킨다면 가난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김종미는 기찻길 옆 공부방이란 한결 같은 풍경에 속함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 P137

"우선은 회복에 집중하리다. 삶이란 게 자학에 가까웠어서 몸에게 용서받는 시간들이라 여겨주시구려." - P218

김진숙은 2022년 2월 25일 복직했다. 1986년 7월 해고된 지 37년만이었다. 이미 정년 기한을 넘긴 그는 이날 명예복직과 동시에 퇴직했다. 이후 김진숙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 P219

전선에 서긴 했는데 확 불태워지질 않았다. 내 싸움이어서였을까. 큰 싸움들이 도처인데 한 사람의 복직이라는 작은 싸움이어서였을까. 자꾸 쭈뼛거리던 와중에 인터뷰가 이루어지고울고 웃으며 폭포처럼 생애를 쏟아내고 그걸 글로 보니, 아,
이건 꼭 해야 하는 싸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복직투쟁의 전선이 제대로 쳐진 건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나서다. 그리고 나는 2022년 2월 25일 마침내 37년 만의 복직을 이루어냈다. 은유 작가의 힘이 컸다. - P219

‘며느라기‘란 사춘기, 갱년기처럼 시가 식구들한테 예쁨 받고싶고 칭찬받고 싶어 과도하게 희생하며 무리하는 시기를 뜻한다. - P223

아프면서 시간의 유한성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작업을 시작하면 2년 정도 걸려요. 준비하고 연재하고 책으로 내기까지. 내가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2년을 보내는 게 싫은 거예요." - P228

수신지 작가가 원한도 후회도 없이 자기 조건에서 즐겁고 멋지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존경심이 들었다. 진지하되 심각하지 않음. 비단하되 비관적이지 않음. 투철하되 과격하지 않음. 그가 아름다운 것큰 자신의 힘을 풀어내는 속도와 방식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 P233

"어둡고 무거운 건 피해자의 삶이 아니라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이그렇다고 생각해요." - P234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991년 설립된 단체로 성폭력 피해 생존자 상담뿐 아니라 의료·법률 지원을 하고 자조모임과 보호시설을 운영한다. 29년 동안 약 8만 5000건의 성폭력 상담이 이뤄졌다.
2003년부터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들어라 세상아 나는 말한다‘
를 해마다 개최해 미투운동의 오랜 토양을 다졌다. 여성운동 단체중에서도 성폭력 대응으로 특화된 단체다. - P238

"우리가 가장 상처 입기 쉬운 상태를 드러내어 보여주는 일은또한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을 부여하는 원천이기도 하다"라고 시인오드리 로드는 말했다. "상처와 힘은 같은 원천"임을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도 노래했다. - P241

2018년 3월 5일부터 2019년 9월 9일까지 554일이다. 싸움이꽤 길었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을까. - P240

"자기가 겪은 일은 정말 겪은 거잖아요. 오랫동안 성폭력에 대한 자각이 없는 사회는 자기가 자기 자신을 속여요. 별일 아냐, 그런일은 없었어, 힘들어하지 마. 그러다가 이 일은 부당하고 처벌해야하는 거구나 판단하죠. 수없이 진술하고 공격에 맞서서 끝까지 말하는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죠. 피해자가 중간에 좌절하지 않고 겪은 일을 겪었다고 끝까지 말하도록 주변에서 진짜 많은 이들이 도와야 해요." - P242

"우리 힘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주는 엄청난 건강함이있어요.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돼요. 제가 어릴 때부터 잘 안아팠어요. 체력이라는 기본 요소가 있어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죠. - P243

어떤 상황에서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아닙니다. 상담소와 활동가들은 언제든 당신과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P244

1. "어렸을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물었더니 "지휘자요"라고 하길래 "아, 정명훈 같은"이라고 했더니, 그는 "음, 장한나 같은 지휘자요"라고 했다. - P246

한국은 ‘유가족이 할 일이 너무 많은 나라‘라는 슬픈 말이 있다.
가족을 잃고 활동가가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소중한 가족을 잃지않기 위해서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직업적으로‘ 관심 갖고 목소리를내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가 아니라 어떤 직업이라도 안정된 일자리가보장되고, 인간다움이 지켜지도록 싸우는 활동가가 대접받는 사회가더 좋은 사회라는 생각을, 김오매 인터뷰를 통해 믿게 됐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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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을 읽으며 오 대리는 새삼 궁금해졌다. 한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소리가 저 멀리서 누군가 한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와 만난다면 그때 내게돌아오는 소리는 같은 소리일까 아니면 다른 소리일까 - P88

Q 여행자가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 대답이 없죠. "거기 누구 없나요?" 이렇게 묻잖아요. 제 머릿속엔 그 시가 완전히 각인돼 있어요. 아무튼 그는 계속 문을 두드리는데, 여전히 대답은 없지만, 그 안에 누가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하지만 그는 타고 온 말을 돌리며 이렇게 말하죠."저들에게 전해 주렴.
내가 왔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나는 내 약속을지켰다고." - P87

□ 오늘부터 고독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 P56

운이 좋으면 개업 행사로 제공하는물티슈나 장바구니, 팝콘이나 행주 같은 사은품을 받을 수도 있었다. 판다보다 더 반갑고 좋은 것이 기껏해야 열 매들이 물티슈나 무료 팝콘, 쉽게 해지는 행주라니. 자신의 꿈이행주나 물티슈처럼 보잘것없어진 것 같았다. 낄낄대며 웃고싶어졌으나 웃음은 나지 않았다. 그 대신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나는 건가 보니 판다였다. 판다가 전단지를 나눠 주며흐느끼고 있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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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효율적으로 더 재미있게 말을 하는 재주는 딱히 필요 없었다. 정확하고명료하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오늘 강의에서도 그저 정확하고 명료하기만 해도 될까. 승우는 오늘 자기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전혀 알He수 없는 기분이었다. - P217

"여행지에서 모르는 길을 걸을 때의 기분이 나더라고요. - P221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건 길 없는 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영주는 생각했다. 어떻게 운영해야 좋을지, 그 누구도 확신에 차조언해줄 수 없는 사업 모델. - P189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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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여기, 창가에서 사랑을 다시 배워본다.
가만히 바라보는 사랑을,
눈으로 쓰다듬는 사랑을. - P126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 함께 울어주는 사람의입김이 만든 공기는 11월의 맛, 냄새. - P111

극이 끝났고, 하얀 조명도 꺼졌다. 어둠 속에 남은것은 소리 없는 먼지뿐이었고, 내게는 그것이 모조리다 타고 남은 재 같았다. 그날 연습을 끝내고 숙소로돌아오는 길에 함박눈을 맞았다. 시골 극장은 눈에파묻혀 하얗게 뒤덮였고, 우리는 그 광경을 몇 번이고돌아봤다. 함께 걷던 누군가가 말했다.
"뜨거운 풍경이네." - P105

새벽 여섯 시, 이제 곧 해가 뜬다. 처음 눈에 들어온것은 어둠에 가려진 옅은 실루엣이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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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동혁 씨는 요즘 어떨 때 기뻐요? 난그런 순간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몇 년 전, 행복하지 않아도되니 불행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 기도가몇 년 만에 이루어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그런 말을 했다. 쓸 것이 병밖에 없냐고. 나는아직, 함께 병을 재우고 깨우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는것만으로 시간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내 시가 파생된곳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던 곳이다. 그곳에서 비슷한기도를 하던 아이들이 나의 시를 쓴다. - P73

병원 교회 목사님은 "다음 주엔 만나지 말자"고 하신다.
병실에서의 정든 얼굴들에게 다시는 만나지 말자며 떠나도기어코 다시 마주치는 사람들. 혹은 마주치지 못해 영영꿈에서나 마주치는 사람들. 궁금하고 그리워 퇴원 때 받아놓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려 해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진않았을까 망설이게 되는 이곳의 사람들. - P73

중환자실을 나가면 아빠가 너 갖고 싶은 차 꼭 사 줄게.
아버진 중환자실에서 인공심폐기를 끼고 있는 내게 약속을했다. 수술하고 오랫동안 누워 있는 바람에 살 뿐만 아니라근육까지 빠져 체중은 39킬로그램이 되었다. 처음엔 보조기구 없이 걷지도 못했다. 어렵지만 가족 덕분에 천천히회복을 했다. 어렵게 한 수술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퇴원후에도 회복에 힘을 쏟았다. - P75

많은 장애인이 죽음으로, 투쟁으로 이뤄 놓은 것들 위에서살고 있다. 감사하다는 말도 적절치 않고, 죄송하다는 말도적절치 않다. 적절한 말을 찾기 어렵다. 어떤 시도, 글도,
이런 삶 앞에선 침묵케 한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그들이이곳에 있다는 것, 우리가 이렇게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싶어서이다. - P79

화자와 청자의 경계가 모호한 말이 필요하다면. 그 말은위로가 되길. 함께 어울리며 함께의 공간이 함께 운동하며밀려가며 괜찮아지는 것. 뚜렷한 방향보다는 커다란 굴레가생겨 함께 머무는 것. 괜찮아? 괜찮아. 부호가 필요 없는 곳.
괜찮아 - P81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오는 것, 그것이 목표였다 - P88

어린이 병동을 다니며 한동안 스티커를 챙겨 다니곤 했다.
간호사 선생님의 명찰에 아이들이 붙여 준 스티커를자주 본다. 아이들에겐 스티커가 사랑의 표현 방법이다.
감사하게도 내 노트북엔 같은 병실에 있던 아이가 붙여 준 두개의 스티커가 있다. 은색 별과 파란 하트, 작고 반짝이는 내부적. - P102

십이월 일정 중 하나가 병원 건너의 마로니에 공원 지하홀에서 시 낭송을 하는 거예요. 횡단보도 하나를 넘는 일이참 어렵네요. 느리고 귀여운 속도네요. - P109

천국에선 친구들을 업고 뜀박질을 할 거다. 친구들이 등뒤에 업혀 꿀밤을 때려도 멍청하게 웃을 거다.
친구가 왔다 가면 방이 환하다. 친구가 두고 간 빛으로일주일을 지낼 걸 안다. - P115

어느 순간 사람들로부터 도망친 방랑자가 된 기분이야.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겠구나 느낄 때가 많아. 그래도 엄마.
난 참 자유로워, 대낮 텅 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기쁨을,
대낮에 미술관 앞에서 페도라를 쓰고 선글라스를 쓰고멍하니 있는 기쁨을 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 일 년마다 집을옮겨 다녀도, 어른들이 벌이와 결혼에 대해 물어봐도 나는참 자유로워. 나는 충분히 방랑하고 있어. - P129

이제 꽃을 사지 않는다. 꽃을 사지 않은 지 꽤 된 듯하다.
꽃을 사는 일은 원고료로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이었다.
많은 꽃을 타인에게,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풍성한 꽃 한다발은 내 시 한 편의 고료 정도이다. 시를 꽃으로 바꾸는일, 그것이 시인이 하는 일이라 믿어왔다.
지난 반년, 병원비가 천만 원 정도 나왔다. 희귀 난치병이적용되어 많은 의료보험을 받고도 말이다. 여기서 더 이상나의 불행을 나열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꽃만으로 살 수없다. - P148

서울을 떠나는 일. 그것이 나의 목표였다. - P171

친구를 생각하며 많은 글을 쓴다. 친구는 발표 전 내 원고를보는 유일한 사람이다. 오늘은 친구를 만났다. 그것만으로많은 것들이 괜찮아진다.
친구는 제철 과일을 먹어야 한다며 복숭아 주스를 시켜줬다.
그 구체적 말이 건강하자는 말보다 더 가깝고 다정하게느껴진다. 계절은 자주 바뀌는데 친구는 바뀌지 않아 좋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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