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지나고 그로부터 며칠 후, 혼자 맨발로 갯벌에 나간 카야는 허리를 굽히고 개구리 다리를 쏙 내미는 올챙이 한 마리를 가만히 지켜보다퍼뜩 놀라 일어섰다. 집의 오솔길 끝머리 깊은 모래밭에서 차 한 대가 공회전하고 있었다. 아무도 여기로 차를 몰고 오지 않는데. 그때 사람들이웅성거리며 말하는 소리가 나무 사이로 흘러나왔다. - P41

저는 외로운 소녀의 이야기를 썼지만, 이야기는 외롭게 가만히 있기를 거부했습니다. 훌쩍 날아 달아나서 전 세계의 독자를 찾았지요.
저는 이것이 진정 기적이라고 믿습니다.
이야기는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다른 시간과 장소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지요. 그렇지만 기억하세요, 한국 독자 여러분. 그 문은 양쪽으로통하고 여러분뿐 아니라 제게도 열린답니다. 결국 연결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여러분을 이미 만난 듯한 느낌이지만 언젠가 꼭 직접 찾아뵙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사랑을 담아,
델리아 오언스

"응. 우리 집 알아? 여기서 가는 거?" - P63

"집안일 하세요."
"그래, 그리츠 살 돈은 있는 거지, 설마?"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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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편집자가 퇴사 메일을 보낼 때, 공통적으로 하는말이 있다. ‘몸이 좋지 않아서 당분간 쉬기로 했어요. 그만두는 사연은 각자 다를 텐데 전부 자기 몸 탓으로 돌린다.
뒷모습도 아름다운 사람들. 매뉴얼이 있는지 친한 편집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2주 전이면 이미퇴사가 결정된 상황일 텐데 출판사에 관한 이런저런 물음에 단 한 마디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어린 편집자,
참 기특하다. - P81

오토바이 퀵으로 교정지를 주고받았을 만큼 시일이 촉박한 상황에 교정보기도 바쁜데, 역자 후기까지 쓰느라고 얼마나 애먹었을까. 뭐 이런 거지 같은 역자가 다 있나 하고욕이 랩으로 나왔을 것 같다. - P53

좀 다른 얘긴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자기는 커피를 주문하는데 편집자가 파르페를 시켜서 어이없어하는에피소드가 나온다. 물론 이쪽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일 때문에 미팅하는 자리에서 테이블도 좁은데 파르페 같은 복잡한 것을 시켜서 우적우적 먹는 눈치 없음을 얘기한 것이지만, 이런 일화들을 번역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 P43

지하철역에서 "아가씨" 하고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돌아보았다. 아가씨라는데 돌아볼 나이는 아니지만, 그냥 소리가 나니 돌아봤을 뿐이다. 나를 부른게 맞았다) 아주머니와눈이 마주쳤다. 똥 씹은 얼굴로 내 얼굴을 본다. 나보다 몇살 더 많아 보이지도 않는 아주머니는 민망하도록 나를 빤히 들여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상왕십리 가는 지하철 어디서 타요." - P31

그러나 그해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지 않아서 너무 기뻤다. 물론 그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건 아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게 싫고, 일본에 노벨문학상 안겨 주는 게 싫을 뿐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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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하지만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해보거나 외국의 책 혹은 신문을 읽어보라. 당장 같은 생각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렇다. 영국 문명에는 차별적이고 알아보기 쉬운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그것은 스페인의 그것 못지않게 개성적인 문화다. 그것은 물기 없는 아침식사와 음울한 일요일,
매연 자욱한 도시와 구불구불한 길, 초록빛 들판과 빨간 우체통 같은 것들과 어떻게든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것에는 나름의 정취도 있다. - P89

일반적인 믿음과는 반대로, 과거는 현재보다 특별히 대단한 게 아니다. 과거가 더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건, 여러 해에 걸쳐 따로 일어난일들이 돌이켜 볼 때 하나로 압축되며, 우리의 기억 중에 원래 그대로의진정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1914~1918년의 전쟁이 지금의 전쟁에 부족한 웅장하고 대서사시적인 분위기를 띠는것은 주로 그뒤에 있었던 책이나 영화나 회상 때문이다. - P77

시신이 지나갈 때 레스토랑 테이블의 파리들은 구름처럼 몰려가더니몇 분 뒤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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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결론을 말하면 오트밀은 우리 집에 상비된 아침거리다. 심지어 나는 오트밀을 좋아하게 되었다. 동생 부부는 아직도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말라는 표정으로 내가 그걸 먹을 리 없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정말 먹고 있다. - P111

어느 날 한밤중인 1시에 퇴근하는데 노점이 열려 있었다. 나는 놀란 동시에 반가워서 토스트를 사먹으며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냐고 물었는데, 12시에서 1시 사이에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근처에 토스트 체인점이 생겼다. 그 결과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노점은 조금은 어려움을 겪었고 변화를 시도했다. - P69

점심으로 매점에서 먹는 라면을 좋아하기도 했으니, 점심에 라면을 먹으려면 도시락은 아침에 먹어야 하지 않을까?
"얘들아, 몸에 좋은 것도 아닌데 라면 좀 그만사 먹어."
"선생님!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 학교에서먹는 맛이 안 나요!" - P51

잠이냐, 아침이냐.
고백하건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식사는 잠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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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아기는 처음 보는 나를 보고도 낯을 가리지 않았다. 까다롭지 않은 아기여서 마음이 놓였다. 아기가 나를 잘 따라주어다행이었지만, 50평이 넘는 집을 청소하느라 첫날부터 진을뺐다.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동화책을 읽어주라는 아기 엄마의 요구는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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