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엔 이불을 씹었다. 이건 속임수가 아니다. 단지 입안에뭘 넣고 싶었던 것뿐이다. 잠이 드는 순간에도 계속 씹고 있었던것 같다. 도도가 그걸 알고 날 협박했다. 자길 기숙학교에 데려가주지 않으면 엄마한테 이르겠다는 거다. 날 안 데려가면, 제일 맛있는 것들을 전부 다 갖다 놓고 형 앞에서 막 먹을 거야. 우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 P81

바질을 넣은 토마토소스, 지난 8월에 아줌마가 그걸 만들 땐 나도 도왔다. 꼬마 도련님, 병조림은 너무 오래 두고 먹으면 안 돼요.
한 달 반이나 두 달, 그 이상은 안 돼. 오래되면 바질이 기름을 변질시켜서 역한 냄새가 나거든(그때 이미 아줌마는 말할 때 약간헐떡였던 게 사실이다). 난 울었다. - P83

3. 15-19 (1939-1943)그렇게 되면 어른들이 스스로를 책임지라고 충고할 때도,
거짓말할 위험 없이 그러마 하고 약속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게임에 이기려면 정확히 63번 칸에 도달해야 한다. 63보다 큰 숫자가 나온 경우엔 넘치는 수만큼 뒤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 P105

거위 놀이의 결승전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루아르의 형이 됭케르크에서 전사했다. 그는 형을 유난히도 좋아했었다. 우리가 총각딱지를 떼려면 더 나은 시절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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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종,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내 어린 시절에 관해 너희들에게 한 번도 얘기해준 적이 없으니, 넌 내 고난의 시작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으리라는 그렇지? 아버지의 죽음, 노기등등한엄마, 옷장 속에 버려진 어린 몸, 그리고 어느새 학자나 된 듯 무게를 잡으며 글을 쓰기 시작한 열세 살짜리 남자아이. 이제 네게도몇 마디 들려줘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 P58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든 날 변화시켜보려고 유아 보이스카우트에 가입시켰다. 나중엔 정식 보이스카우트 단원이 되었지. 야외 활동과 ‘몸의 정신!‘이야말로 (엄마는 이 말을 진심으로 강조했었다) 내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거지. 그건 절대적인 신념이었다. 그러나그곳은 고환을 하나밖에 못 가졌던 아이가 경험을 쌓을 만한 그런환경은 아니었단다. - P63

두려워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무슨 일이당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 해도 신중할 필요는 있지. 아빠가말했었다. 신중함이란 지성을 갖춘 용기란다. - P67

티조는 나 어렸을 때와는 영 딴판이다. 운동신경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그 나이의 애들은 보통 동글동글하고 오동통한 법인데,
녀석은 그렇지 않다. 걔는 신경과 근육과 힘줄로만 이루어진 거미같다. 전혀 움직임이 없다가도 한순간에 극도로 민첩해진다. 느린동작은 절대 없다. - P69

물웅덩이에서 발가벗고 있는 내 모습을 비올레트 아줌마가 봤다. 오디를 따는 바람에 손과 팔이 살인자처럼 새빨개져서 몸을씻고 있던 중이었다. 아줌마가 날 물끄러미 바라봤다. 도련님, 분수 옆에 풀이 돋았네! (털이 나는 것에 관해선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법인데, 아줌마는 기어코 얘길 한다.) 겨드랑이에도 돋았니? 난팔을 쳐들고 아줌마가 직접 확인하게 했다. 아줌마도 이젠 내 몸에 관해 잘 모른다. 날 씻겨주지 않은 지도 벌써 3년이다되어간다. 우릴 가장 잘 알던 사람도 우리가 커버리면 더 이상은 우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모든 게 비밀이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죽는순간엔 다시 모든 게 다 드러난다. 아빠를 마지막으로 씻겨드린건 비올레트 아줌마였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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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개 교훈들은 실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행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실수, 너무 상한 사람 곁을 지키고 말 것을 암시하고 있기도 했다. 정말 그럴까? 여러번 의심했지만 영화를 보고 할머니와 돌아오던 그 한낮의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는 믿었다. 예술학교 학생으로 영화를 전공하게 되었으니까. 비록 휴학 중일지라도 말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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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렵을
걸어 내려가고 있는
당신의 걸음은 빠르기만 했다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가 오래전 나눈 말들은 버려지지 않고 지금도 그 숲의 깊은 곳으로 허정허정 걸어 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쯤에는 그해 여름의 말들이 막 도착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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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대개 이 정도로 잔잔할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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