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 이 말과 비슷한 충격을 안긴 것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다음 말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 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가능한 일은, ‘평상시에 누군가의사랑이 다른 누군가의 사랑보다 덜 고귀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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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여 물을 건너지마오.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장차 임을 어이할꼬. - P32

아무리 막아도, 일어날 어떤 일은 일어난다는 것.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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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겨울, K대학 도서관 정문에는 ‘장기 연체자‘ 명단이 붙는다. 맨 밑에는 굵은 글씨로 "상기의 사람들은 책을 반납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구지경은 둘째 칸에 있고 연체 일수는 2558일. - P45

하지만 앞으로 나올 말은 분명히 들었다. 누군가 지경을 두고말했다. "걔는 문진이 없어서 안 돼." 사실 누가 말했는지도 또렷이기억나지만 여기는 그를 위한 자리가 아니며 그의 말 정도만 남겨도 충분하다. - P47

여름이 끝나갈 무렵, 오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니들쌀 다 떨어졌지?"
오지는 쌀 떨어질 때를 귀신같이 알았다.
"김형은 아직도 잡곡밥 못 먹고 흰쌀밥만 먹지?" - P49

"언니, 미안요."
"너 여기 놀러 나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가 네 놀이터야?"
"언니 아니야?"
"됐고, 이것만 말해. 너 텍스트 읽어 왔어. 안 읽어 왔어?" - P53

규의 이른 귀가가 애들 때문인 걸 모두가 알았다. "잘난 척해봤자지두 엄마지, 뭐" 했던 건 누구였나. 규는 창피했고, 창피함을감추기 위해 작별인사가 길어졌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도 아쉽지. 근데 어째. 일이 남았는데. 오늘도 밤샘 당첨이야. 핫식스나 사서 들어가야지. 정말이지 왜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니." 사람들은 규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 P61

규가 웃으며 말했다.
"나와요, 나와 나도 나오고, 지경씨도 나오고."
나도 나오고, 너도 나오고.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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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를 받자 둘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했다. 아까부터 짓던 미소가 가시지 않은 건지 여전히 웃음기 띤 얼굴이었다.
"그럼 두분도 영화 만들려고 한국 온 거예요?" - P89

그 말에 내가 저는 맨날 혼자 영화관 가는데요,라고 농담하자 선배는 그러더라도 아마 순간순간 누군가를 떠올리며 영화를 보고 있을걸, 하고 말했다. - P91

"아니면 그냥 음식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는 동작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그렇게 해서 사진으로 간직하는 거 엄청 좋다는 뜻이잖아." - P93

"아니지, 다르지. 한가을은 가을이 한창일 땐데 그게 어떻게 같아? 그냥 가을 정도를 원했으면 부모님이 가을이라고 했겠지, 그런데 한가을이잖아, 가장 가을인 거잖아." - P95

"응, 나는 안가."
선배는 두 손을 맞잡고 자기 손에 입김을 불어넣으며말했다.
"나 여기 살아." - P97

"그거야 선배가 내게 중요한,"
"수치심 때문이겠지."
안미진이 내 말을 잘랐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이 여기 오는 데도 나름의 힘이 필요하다? 용기가 없으면 병원에 올 수가 없어. 수치심을 이기고 여기로 오는 거야. 다르게 살고 싶어서." - P101

"쉬 야오 방망마?"
그때 어느 동에서 나왔는지 학생 하나가 지나다가 말을걸었다. 도와줄지 묻는 말이었다. 기숙사동에는 누구든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시간대인데 누굴까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하얀 점퍼를 목까지 꼭 채워 입은 여자애가 서 있었다. 옥주는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입술을 뗐다.
"하……이 하…………오." - P109

"여기서 기도를 하자고요?"
"간단해요. 학업진전, 신체건강 하면서 잠깐 손을 착." - P115

옥주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철은 "여행이 끝나고 나면 결과도 나와 있겠죠" 하고 웃었다. 원래 여행과 사랑은 함께라며 레이철은 농담했지만옥주는 잔잔한 불안을 느꼈다. 그런 관계들에 승자는 없고 언제나 패자들만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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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온 그녀는 저녁을 차리고 아들의 퇴근을 기다렸다. 얼마 뒤 재택근무를 마치고 방에서 나온 아들은 트레이닝 반바지에 반팔 와이셔츠 차림이라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그럼에도, 어차피 상체만 보이니까 별문제 없다며 웃는 아들의 넉살이 듬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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