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를 받자 둘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했다. 아까부터 짓던 미소가 가시지 않은 건지 여전히 웃음기 띤 얼굴이었다.
"그럼 두분도 영화 만들려고 한국 온 거예요?" - P89

그 말에 내가 저는 맨날 혼자 영화관 가는데요,라고 농담하자 선배는 그러더라도 아마 순간순간 누군가를 떠올리며 영화를 보고 있을걸, 하고 말했다. - P91

"아니면 그냥 음식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는 동작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그렇게 해서 사진으로 간직하는 거 엄청 좋다는 뜻이잖아." - P93

"아니지, 다르지. 한가을은 가을이 한창일 땐데 그게 어떻게 같아? 그냥 가을 정도를 원했으면 부모님이 가을이라고 했겠지, 그런데 한가을이잖아, 가장 가을인 거잖아." - P95

"응, 나는 안가."
선배는 두 손을 맞잡고 자기 손에 입김을 불어넣으며말했다.
"나 여기 살아." - P97

"그거야 선배가 내게 중요한,"
"수치심 때문이겠지."
안미진이 내 말을 잘랐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이 여기 오는 데도 나름의 힘이 필요하다? 용기가 없으면 병원에 올 수가 없어. 수치심을 이기고 여기로 오는 거야. 다르게 살고 싶어서." - P101

"쉬 야오 방망마?"
그때 어느 동에서 나왔는지 학생 하나가 지나다가 말을걸었다. 도와줄지 묻는 말이었다. 기숙사동에는 누구든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시간대인데 누굴까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하얀 점퍼를 목까지 꼭 채워 입은 여자애가 서 있었다. 옥주는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입술을 뗐다.
"하……이 하…………오." - P109

"여기서 기도를 하자고요?"
"간단해요. 학업진전, 신체건강 하면서 잠깐 손을 착." - P115

옥주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철은 "여행이 끝나고 나면 결과도 나와 있겠죠" 하고 웃었다. 원래 여행과 사랑은 함께라며 레이철은 농담했지만옥주는 잔잔한 불안을 느꼈다. 그런 관계들에 승자는 없고 언제나 패자들만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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