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뻔했던 사람이 그렇듯 나는 도착한 공항에서 언제나 은은한 희열에 차 있다. 밀려 있는 일도, 추레한 몰골도그저 감사하다. 피곤함도 달고 맛있기만 하다. - P82

<Man on the Moon>을 보고나서 내가 소소하게 고집을부리며 따라 해보는 일이 있다. - P95

그렇게 원래 가진 모양과는 다른 새로운 것으로 이름은 우리 각각의 선두에 서는 것이다. ‘기녀‘라는글자와 어머니의 이름 ‘기녀‘는 같지 않다. 내 이름 ‘수진‘과
‘수진‘이라는 글자도, 그리고 물론 당신의 이름과 그 이름의 글자도 그럴 것이다. - P55

잡초는 눈에 띄는 대로 뽑고, 고추들은 올겨울에 뽑는다는 이 밭의 질서가 세워졌다. 생명의 질서에 따라붙는 슬픈 기운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것도 어쩐지 잡초 같은 감정 같아 얼른 싹 뽑아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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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희 뭐 하세요?
사무실 입구에 문소희가 어느새 서 있다.
이정은 자신도 모르게 열쇠고리를 주머니에 넣는다. - P45

도어벨과 함께 이정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수경이 흠칫 놀라더니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다. - P39

테이블에 잡동사니 몇 개가 늘어져 있다. 휴대폰이 테이블을 가로지른다. 사방으로 잡동사니들이 밀려난다. - P27

종열이 수경의 귓볼을 쓰다듬자 수경은 종열의 손에 볼을 댄다.
그렇게 기분에 빠져들려는데종열이 손을 빼고 지나가는 택시를 세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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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나치게 조심히 걷는군요.
나무를 꿈꾸게 하려고. - P63

자꾸만 몸 안에서 울려오는다급한 노크 소리 - P83

내 몫의 꽃들을 모두 태워 바치고제단 위에 몸을 눕힐게 - P82

사랑하는 자는 흐르는 샘처럼 고귀하나 사랑받는 자는고인 진창을 겪으니, 진공을 견디는 발목, 어둠 속을 서성이는 걸음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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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괄호 옆으로 팔을 뻗어 소녀의 팔을 간질인다. 소녀는 몸을 비틀다가 웃어버린다. - P76

소녀 나를 찾아 헤매는 베개. 내가 꾸는 악몽의 누명을쓰고도 억울해하지 않는 선량한 이. - P58

아무리 고민해도 필요한 게 없었거든.
‘아침이 절대 오지 않는 밤‘이 있었다면 그걸가져갔을지도 모르지만, - P44

소녀 나는 흙이 돼야지.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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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생각보다 자주 찾아 읽지는 않게 되지만, 그럼에도 책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둘 가치가 있는 책들이다. 도무지 안 풀리는 장면 하나, 회반죽처럼 뭉뚱그려진인물 하나가 발목을 붙잡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어쩌다 한번‘
나를 구원해주는 이런 참고 자료들은 구원의 빈도수와는 무관한 가치를 지닌다. - P139

독자들이 제 인물들 성별을 종종 헷갈려해요. 저는 정해놓고 쓰는데, 외모 묘사를 잘 안 해서 그런 걸까요? 근데 인물들 외모는 다들 구체적으로 설정 안하지 않아요?" - P149

정작 그 인물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서는궁금해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매력적인 인물을 써보겠다는 목표를 세우니 책의 조언이 훨씬 생생하게 와닿았다. 인물의 미니 전기를 써보라든지, 인물의 옷차림에 사회경제적 맥락을 담으라든지, 인물이 무엇을 소유하고 어떻게 집을 장식하고 어떤 차를 타는지 상상해보라든지. 그 조언들을읽고 나니 낸시 크레스가 쓴 소설의 인물들도 다시 보였다. - P151

여러 책을 소개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만 해주면좋겠다. 앞서 말했듯 적절하지 않은 책을 잘못된 시기에 만나면 창작 의욕은커녕 오히려 좌절감만 쌓일 수 있다. - P153

그럴 때 책상 위에 놓인 작법서와 작가들의 에세이는 마음을 진정시켜준다. 침착하게 다시 상황을 바라보게 해준다. 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준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늘어져 있는 지금도, 어느 작업실과 침실과 부엌에서 수많은 작가가 화면을 노려보며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시 글 쓰러 가자. 나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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