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꿈속에서 새벽녘의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나 지난 이 년을 떠올려본다. 그 기억은 어렴풋한 영상으로 머릿속을 오가다 이윽고 밀려오는 나른하고도 달콤한 잠 속에 묻혀버린다. 회한에 찬 그리움도 새벽빗소리에 감싸이면 음침한 생각이 들 만큼 나를 편안하게한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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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웨스는 유레카 북쪽에 가구 일체가 구비된 셋집을 하나구했다. 주인은 알코올중독이었다가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셰프라고 불렸다. 그는 내게 전화해 어떻게 지냈든 다 잊어버리고 거기로 와 자신과 함께 살자고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녀가 말했다.
"공작이 미쳐서 그래요." 버드가 말했다. "저 빌어먹을 새는 자기가새인 줄도 모른다는 거, 그게 제일 큰 문제예요."

버드는 아기를 엉덩이 위로 옮기면서 말했다. "아직 파이와 커피도남았어."

석 달 전, 해고된 뒤로 샌디의 남편은 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석 달전 그날, 그는 직장에서 쓰던 물건들이 담긴 상자 하나를 들고 겁에 질린 창백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밸런타인데이 축하해." 샌디에게 말하며 그는 식탁 위에 하트 모양의 사탕 상자와 짐빔 한 병을 꺼내놓았다. 그는 모자도 벗어 식탁 위에 놓았다. "오늘 잘렸어. 이봐, 이제우리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 좀 해줄래?"

"다음 순서는 뭔지 알고 싶네." 그가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참으로 많은 것들이 떠올랐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여행안내서를 여행가방 안에 넣은 뒤, 그걸 머리 위 선반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담요 삼아 사용하려고 외투를 벗었다. 그는 전등을끈 뒤, 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두 눈을 감고 어두운 칸막이 객실에 앉아 있었다.

"실례합니다만." 그는 모자로 눈을 가리고 두 다리는 쭉 뻗은 채의자에서 곯아떨어진 남자에게 말했다. "실례합니다." 남자는 모자를 바로 하고 두 눈을 떴다. 그는 몸을 일으켜세우고 마이어스를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는 컸다. 그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그렇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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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여행을 떠나보면 원래의 계획대로 풀리지 않듯이, 장편소설을 쓰는 일도 자욱한 안갯속을 헤매면서 헤쳐나가는 일이었다. - P160

마라토너들이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한 다음에도 호흡을 고르기 위해 한참을 더 걷듯이, 나는 첫장편소설 원고를 마감한 다음 날 아침, 단골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나가 새 책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 P165

미안한 얘기지만 걱정은 찰나였고, 소식을 전해 듣고 이 순한작가의 요령 없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P172

글의 세계는 예로부터 ‘선비‘의 영역이라 점잖음을 요구받는 측면이 있어 면전에서 거칠게 ‘이건 글이 아니오!‘라고 ‘
하지는 않는다.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만큼 ‘인정하지 않음‘
은 미세한 바이브로 음흉하게 표현되거나 혹은 전달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분명 나만 그렇게 느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 P185

작가라는 타이틀, 거기엔 분명 뽕이 있다. 그것은 아무리많은 부와 명예, 권력을 가졌어도 자기 이름을 내걸고 책을한 권 내고 싶은 열망과 관련이 있다. 한 권의 책에는 그런 마성이 있고 ‘작가‘라는 호칭에는 분명 이상한 아우라가 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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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글의 특성은 글쓰기가 나의 영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육체노동이나 지적 노동, 감정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있는 한편, 글쓰기는 거기에 ‘영혼을 활성화시키는 일까지 더한다. - P17

글에 가장 깊은 진심을 담으면 쓰는 사람은 쓰면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 P17

마음의 진실을 따라가는 일은 나 자신에게 제대로 돌아왔다는 확실한 감촉을 느끼는 것이다. 그때 나는 가장 매혹적인상태의 내가 되었음을 감지한다. - P19

한낱 취약한 인간에게 사랑이 괴력을 허락하는 순간이있다. 인간은 한없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사랑하는 타인을 위해 스스로를 초월한다. - P20

‘글쓰기는 오로지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 P29

어떤 글을 ‘절실하게‘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가끔 내용이 산으로가버리는 글이 있는데,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지금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몰라서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이다. - P31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부족하다면, 나오다가 멈추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 안에 10이 있다고 10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10이 있으면 겨우 1이 나온다. - P32

영감은 ‘거슬리는‘ 감각이다. 내 안에 누적된 어떤 장면과감각이 평소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외부의 사소한 자극과 만나 파장을 일으킨다. - P41

왜 어떤 것들이 신경 쓰이고 특정한 감정을불러일으킬까? 자신의 글과 삶에서 추구하는 어떤 가치들과부합하기 때문이다. - P45

언젠가는.
언젠가는.
언젠가는. - P56

‘오래 버티는 것 자체가 재능이다‘라는 말은 그런 측면에서꽤 일리 있는 말이다. 시간이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흐르다 보면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재능의 경계선조차 흐릿해져간다. - P61

소설은 끝없는 문제 풀이의 반복으로, 다 쓰고 나면 내가이걸 어떻게 썼나 싶다. 온 힘을 다해 장애물을 하나씩 넘는경험을 하다 보면 시작할 때와 달리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올겨져 있고, 그 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보다 선명해진, 또렷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 P74

그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그 일-작가라면 글을 쓰는 일이 여전히 기쁨을 가져다준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해나갈 수가 있다. 그렇게 시간과 마음을 그 일에 부단히 들이다 보면 어느덧 내가 나를 믿게 되고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타인이 나를 믿어주게 된다. - P85

수정을 좀 더 편하게 하는 방법은 없다. 수정이 어려운 것은 내가 쓴 것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정은 나의 부족함을 정면으로 보는 일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내가 더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그에 따른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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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에게 한 말을 지킨 것이 별로 없다. - P99

어린 토니 타키타니가 다음 날 저녁에 먹은 것은 어떤요리인지 알 수 없다. 이후 뭘 해먹었는지도 모른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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